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지는 비극이 벌어진 용산 참사를 두고 누리꾼은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어머니였고, 형제였고, 자식이었던"(누리꾼 '콩알탄') 철거민을 향해 국가가 자행한 폭력의 참사에 누리꾼들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은 이날 "철거민의 불법 행위를 묵과할 수 없어서 병력을 투입했다"며 정당한 진압 작전이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누리꾼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누리꾼 'sky81'은 "이스라엘 욕할 일이 아니다. 돌멩이 짓 한다고 탱크로 포격 가하는 격"이라며 경찰의 진압 작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백 번 양보해 철거민의 저항이 다소 과격했다 하더라도, 힘이 없는 이들의 최소한의 저항에 힘 있는 자가 최대한의 무력을 동원한 격이라는 비판이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비극"
20일 오전 벌어진 용산 참사 관련 기사에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물결을 이어갔다.
누리꾼 '바람돌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비극을 보고 말았다"며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이럴 수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간혹 사망 사고라는 불상사는 있어왔지만 이번 참사는 최소 5명의 시위대와 1명의 경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인명 사고라는 점에서 누리꾼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리꾼 '로즈마리향'은 "요즘은 아침 눈뜨기가 겁이 난다"며 "암담하고 갑갑하다"고 했다.
▲ 그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간혹 사망 사고라는 불상사는 있어왔지만 이번 참사는 최소 5명의 시위대와 1명의 경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인명 사고라는 점에서 누리꾼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연합뉴스 |
"무리한 진압이 필요할 만큼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었나?"
이 같은 애도는 곧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살인'이라는 평가다. 누리꾼 '센서빌리티'는 "이명박 정권은 없는 사람들 말려 죽이는 것도 모자라 때리고 불 질러 실제로 죽이고 있다"고 현 정부에 대한 격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특히 경찰의 진압이 철거민의 농성 불과 25시간 만에 이뤄진 것을 놓고 누리꾼은 "이명박 정부의 고질적인 '소통과 대화 없는 무조건 진압' 정책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더 폭발하고 있다. "대체 대화는 해보고 밀어 붙였냐"는 비판이다. 누리꾼 '콩알탄'은 "이런 정부는 정말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철거민이 테러리스트냐. 힘으로 짓누르지 말고 소통할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누리꾼 '파시스트'도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시국 사건도, 인질 납치 사건도 아닌데 단지 개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경찰 병력을 투입해야 했나"며 "과연 (철거민의 농성이) 무리하게 진압을 해서라도 급박하게 해결해야 하는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냐"고 비난했다.
이번 시위를 벌인 철거민들이 살 곳을 잃게 된 것이 무리한 재개발 정책에서 비롯됐기에, 도시 재개발 정책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재건축, 재개발이 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건설사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 또 건설사를 위해 힘없는 철거민을 사지로 몰아붙였다"고 주장했다.
대체 왜? "또 한 번의 '촛불' 사전 차단 위한 무리수?"
현장의 위험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을 경찰이 대체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뒀는지를 놓고 갖가지 분석도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사태가 공포감 조성을 통해 지난해의 촛불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독립운동가'는 "국민들이 봄 되면 또 대규모 시위를 할까봐 미리 강경 진압으로 선수를 친다는 것이 이런 불상사를 낳았다"며 "사람들이 겁을 먹고 시위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철거민을) 강경 진압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실제 인터넷 상에는 "전두환 때로 돌아갔구나. 앞으로는 촛불 시위 했다가는 총질하겠다"(누리꾼 '리토리'), "이제 시위 현장에 군대가 나오겠구나"(누리꾼 '까치')는 등의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유감? '당신 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서' 유감이다"
참사 이후 정부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내놓은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 'Evanescence'는 "사람이 죽었는데 국가 지도자가 겨우 하는 말이 유감이냐? 유감은 어떨 때 쓰는 말이냐면 '당신 같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 유감'이라고 할 때"라고 비판했다.
김석기 서울지방청장의 파면 요구도 잇따랐다. 누리꾼 '아이'도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으면 최고 책임자가 옷을 벗었다"며 "이명박 정부에도 그 정도 상식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