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지역에서 건물 철거에 반대해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 등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병원에 이송된 부상자 중에는 심한 화상을 입은 의식불명의 중상자도 포함되어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7시 24분께 발생한 화재는 오전 8시께 진압됐으나 이후 수색과정에서 시신 5구가 발견됐으며 그 가운데 경찰 사망자는 이날 오전 진압과정에서 실종된 서울지방 경찰청 특공대원 김모(32) 경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낮 12시 40분께 또다른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돼 사망자는 총 6명이 됐다.
시신 1구 추가 발견…사망자 총 6명
이들 철거민 30여 명은 지난 19일 새벽 5시 10분부터 재개발에 따른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이 건물 5층 옥상을 점거하고 5m 높이의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20일 오전 6시 42분 10t짜리 기중기를 이용해 경찰 특공대원들이 타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철거민 30여명이 농성 중인 5층 건물 옥상으로 끌어올려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이날 진압 작전에 18개 중대 1,400여 명과 경찰특공대 49명을 투입했다.
경찰이 진압을 시작한 지 40여 분만인 7시 24분께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 불길이 치솟아 옥상 전체로 번졌고 망루는 1분도 안돼 무너져 내렸다. 경찰은 살수차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으며 철거민들은 물대포를 피해 망루 안에 들어가 있있다. 불이 날 당시 옥상에는 철거민 20여 명과 특공대 4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는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만들기 위해 옥상에 쌓아놓은 시너 70여 통에 불길이 옮겨붙어 폭발하면서 일어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이 와중에 시민 1명이 건물 옥상에서 옆 공터로 떨어져 큰 부상을 입기도 했고 철거민 3명은 불을 피해 옥상을 둘러싸고 있는 외벽에 올라타 구호를 외치고 경찰은 추락에 대비 건물 바닥에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들은 5분여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물대포로 7시45분께 불을 껐고, 무너진 망루 아래서 시신 4구가 발견됐다. 또 이날 11시 30분께에는 김모 경장으로 추정되는 경찰관 복장을 한 시신 1구가 발견됐으며 12시 40분께에는 시신 1구가 추가로 발견됐다.
부상자 17명은 경찰 12명, 철거용역업체 직원 2명, 점거농성자 1명과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2명이다. 용산 중앙대학교병원과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중 병원으로 후송된 철거민 1명은 의식불명 상태로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 커질 듯
이날 화재를 두고 경찰의 무리한 강제 진압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철거민 진압이라는 목적에만 몰려 시너통과 화염병이 쌓여 있는 현장에 대한 위험성을 판단하지 않고 특공대 공중 투입이라는 강경책을 고수했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시위대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진압작전을 지휘한 백동산 용산 경찰서장은 브리핑에서 "오전 7시26분경 특공대원들이 망루 내 1단 진입하자 3단에 있던 농성자들이 특공대원들이 있던 1단으로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6시45분경 특공대 대원들이 컨테이너 박스에 탑승해 옥상으로 진입하자, 농성자들은 화염병·시너 등을 투척하며 극렬 저항했다"며 "07시10분경 옥상망루에 있던 시위대들이 화염병 투척 및 시너 사용으로 망루 외부와 1단에 화재가 발생, 특공대원들이 화재를 소화하며 망루로 진입 시도했다"고 진압 과정을 밝혔다.
그러나 현장 주변에서는 "경찰이 절단기로 망루를 뜯어내려고 시도하다가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났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기 위해 올라온 컨테이너 박스가 망루를 쳤고 그때 불이 났다"는 식의 목격담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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