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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영화계 구원투수라고?

[이슈 인 시네마] 영화계 운명, 600억 펀드에 달렸다

지난 10월 27일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영화의 재도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화계에서는 즉각 비판여론이 일었다. 현재 그 수위는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국내 영화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영진위가 이날 발표한 대책이 앞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책 내용들이 합리적이지 못해서 그러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들이 적지 않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강한섭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강한섭 위원장이 취임 약 5개월만에 영화계는 물론 영화시장에서도 신뢰를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 영화진흥위원회
현재의 강한섭은 한마디로 영화계의 강만수다. 일부 사람들은 솔직히 교체를 원한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놓고 말들 하지만 강한섭 위원장에 대해서는 속으로 그런다는 것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강만수가 있는 한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강한섭 위원장도 한마디만 더 삐긋, 잘못 얘기하면 그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강한섭 위원장은 지난 10월초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된 한 심포지움에서 한국영화의 대공황론을 주장,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즉각 현장에 있던 스크린 인터내셔널, 버라이어티 등 외국 영화산업전문지에 실려, 한국영화산업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영화계에 공인하는 사태를 빚었다. 부산영화제 세미나를 전후해 영화계 현안을 둘러싸고 좌충우돌했던 그의 설화(舌禍)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던 투자자들로 하여금 영화계에 거의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이제는 말 많고 시끄럽기까지 하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제작가협회의 이상한 침묵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군데에서만큼은 강한섭과 그의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것도 정확하게 10월27일, '한국영화의 재도약' 기자회견 이후부터 지금까지. 게다가 강한섭 체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랄 수 있는 단체의 하나가. 그 단체는 바로 영화제작가협회(이사장 차승재)를 말하는 것이다. 제협은 정말 거짓말처럼 27일의 기자회견 이후 반박성명이나 비판성명을 물론, 일체의 비판을 피하고 있다. 왜일까? 영진위와 제협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건 영진위가 이 날 발표했던 전체 800억 원 규모의 펀드 때문이다. 제작가협회는 바로 이 부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의 이날 발표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중략)…투자경색, 제작위축, 시장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의 진입에 예기되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총 8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시장 내 투자 불안을 해소할 계획이다. 먼저, 연 내에는 기존의 일반영상전문투자조합의 단점을 보완하는 '중형 투자조합 출자사업'을 운영하여 공공재원 중심의 600억 규모 조합을 결성하게 된다. 이번 중형 투자조합은 투자기법의 다양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메인투자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협상력을 확보하며, 투자조합의 관리개선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펀드매니저의 펀드운용 집중으로 수익성과 투자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여기에 위원회는 2008년 기출자 100억 원 규모의 투자조합의 활용도 함께 병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2009년 상반기까지는 각각 50억 규모의 "다양성영화 전문투자조합"과 "국제공동제작영화전문 투자조합"을 추가 및 신규 결성하여 연간 20~30편 내외의 다양성영화 투자·제작을 유도하고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들을 양성할 계획이다…(중략)"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얘기는 아무래도 600억 원짜리인 중형 투자조합을 결성한다는 내용이다. 그 뒤에 따르는 몇 가지 표현도 눈여겨 봐야 하는데 무엇보다 '메인 투자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협상력을 확보하며'라는 부분이다. 이 말은 곧 영화가 제작되는데 있어 영화진흥위원회가 메인 투자자로 나서 나머지 투자를 유치하는 데까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작투자환경이 급격하게 나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영화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는 누구 하나 선뜻 메인 투자자가 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투자라고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영화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하긴 하되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투자자들 심리인 것으로 보인다. 부분 투자는 늘리되 메인 투자는 되도록 꺼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에서 현재 메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사는 CJ엔터테인먼트 정도뿐이다. 또 다른 메이저급의 대기업영화사인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사업의 전반적인 동력을 점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분 투자를 하려는 여타의 창투사들, 혹은 다른 투자자들은 모두 CJ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CJ가 메인 투자를 결정하면 그 뒤를 따라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CJ마저 지난 여름 개봉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성공하지 못한 후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결국 CJ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한국영화 투자는 점점 더 난망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럴 때 공인된 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가 600억 원 정도를 움직여 메인 투자자로 나선다면 한국영화 제작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600억 원을 어떻게?

문제는 이 600억 원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다. 그리고 바로 그 대목에 영화계의 의심의 눈초리가 몰려 있으며 또 한편으로 제작가협회 같은 단체로부터는 은근한 기대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영진위가 당초 설정한 계획은 이 600억원을 3자로부터 구성, 만들어낸다는 것. 여기서 3자는 ▲영화진흥위원회 자체의 운용자금(강한섭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여유자금과 기금까지 포함하면 5,000억 원까지 움직일 수 있다며 자랑한 바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의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 만들 모태펀드(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개별펀드 혹은 투자조합에 출자하여 직접적인 투자위험을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펀드. 전체 출자자금을 하나의 펀드 곧, 모(母)펀드로 결성하고 이 모펀드를 통해 펀드운용회사가 별도로 결성하는 투자조합, 곧 자(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산업은행의 투자자금 등이다. 얼핏 계획은 좋은데 실행모드 차원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일단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산업진흥기금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강한섭 위원장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불신이 꽤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문화콘텐츠진흥원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강한섭 위원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이 600억 원을 올 연말까지 결성하겠다고 말했다.(마치 정치인처럼 공약을 좋아하는 그는 이번 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 남은 약 한 달의 기간 안에 마치 요술램프에서 튀어 나오는 요정마냥 600억 원이 툭 튀어나오듯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지금처럼 영진위가 영화계 안팎으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강한섭 위원장과 함께 4기 영진위에 합류한 일부 사무국 임원 혹은 간부들은 최근 보수적 색채의 언론사를 돌며 우호적인 기사를 내줄 것을 청탁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실린 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정재형 교수의 칼럼 '한국영화 희망을 알리는 처방'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 영진위의 신뢰회복 문제는 그 같은 언론플레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600억 원 펀드가 결성되고 다양성펀드 등 200억 원까지 붙여져 총 800억 원이 성공적으로 운용되면 지난 1년동안 급격히 줄어든 영화편수, 그러니까 약 30 ~ 40편 정도의 영화를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제작가협회의 판단이다. 따라서 이 펀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영화계로서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정치가 결정하고 정치는 경제가 만든다. 돈을 만드는 데 있어 그 돈을 만드는 사람의 정치적 신뢰가 흔들리면 안된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산업진흥기금의 운명이 바로 그렇다. 강한섭 위원장, 제4기 영화진흥위원회, 국내 영화계 등등 모두의 운명이 이 800억 펀드에 달렸다. 그건 결고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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