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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의 결론?…공황 아니면 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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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의 결론?…공황 아니면 파시즘"

[이명박 정부 100일 토론회] "경제력 집중 방지, '규범' 이상의 문제"

"협력업체 쥐어짜는 게 혁신인가?"

최근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경영지원팀 소속 최인철 차장이 한 말이다. 대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 혁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이익을 내려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삼성 식 경영'을 고발한다")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다. 28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이 최근 거둔 실적과 이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LCD 전문 협력업체들의 매출은 정반대를 향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익은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협력업체의 수익은 계속 감소하는 것. 이에 대해 <한겨레>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이익 확대를 위해 부품업체들의 납품단가를 계속 낮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사상 최대 수출을 해도, 그 열매는 외국 중소기업에 돌아갈 뿐이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만 살리면 경제가 좋아질 줄 알고, 국민 세금으로 환율 방어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례인 셈이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반란, 이유는?, 안철수 "이명박 정부, 약육강식 경제 만들까 우려", "기업가 정신? 삼성이 죽였다", "'젊은 기업'이 없다", 공정위, 삼성전자에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

재벌 소속 대기업은 승승장구하지만, 시장에서는 탄식이 그치지 않는 현실. 뭐가 문제일까?

"출총제 폐지, 헌법 정신에 어긋나"
▲ ⓒ프레시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한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3차 토론회'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2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있는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봉의 서울대 법대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집단정책과 경쟁정책의 향방"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 발제문 전문 보기)

개정안에서 이 교수가 특히 문제 삼은 대목은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폐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합계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인 회사에 대해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출총제가 전면 폐지된다. 이 제도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 정부가 추진한 출총제 폐지가 경제력 집중을 막는 제도 자체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하는 경제력 집중 현상을 막는 것은 단지 경제적 효율의 문제를 넘어서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에 반영된 '경제력 집중 방지'의 취지는 "헌법상 요구하고 있는 경제민주주의와 경제력의 과도한 집중 억제, 이를 통한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살찌면, 중소기업도 웃는다?"…"옛날 이야기일 뿐"

이런 지적은 곽정수 <한겨레> 대기업 전문기자의 설명과 겹치면서 의미가 더 풍부해졌다. 곽 기자는 "경제력 집중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재벌에게 경제력이 과도하게 쏠린 현상은 규범적으로 문제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심한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푼다고 해서,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설령 투자가 활성화 되도, 경제 성장과의 관련성이 높지 않다. 게다가 현재의 산업 구조에선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또 재벌에게 지나치게 부가 쏠려 있는 까닭에 국민의 평균적인 가처분 소득은 낮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까지 혜택을 누린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후방침투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벌에게 경제력이 쏠리는 현상을 방치할 경우 나타날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미국 후버 대통령과 이명박은 닮은꼴…"임기 중 공황까지 닮으면 큰 일!"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한국경제의 후방침투효과는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반면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며 곽 기자의 지적에 동감을 표했다.

이어 홍 교수는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에 대해 경제력을 몰아주는 정책을 취한 사례는 이명박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20년대 미국 후버 정권에서 똑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는 것.

홍 교수는 "후버 정권이 남긴 역사적 교훈을 이명박 정부가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작은 정부' 노선을 고집했다. 노동부와 연방거래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의 역할을 축소한 것도 이명박 정부와 닮았다. 당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민간 기업과 협의하여 규제 기준을 정하곤 했다.

또 이명박 정부 방침처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그래서 미국의 1920년대에는 대규모 지주회사가 여럿 등장했다. 홍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 역시 이 시대의 기업정책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버 대통령은 토목 사업을 중시한 것까지 이명박 대통령과 닮았다. 후버 대통령은 토목 엔지니어 출신이고, 이 대통령은 토목회사 경리직원 출신이다.

"대기업 투자 약속만 바라보면, 공황 못 막는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판박이였던 후버 정부 정책의 결과는 어떤 것이었을까? 홍 교수는 "대공황"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이러한 친기업 정책이 10년 간 지속된 후, 부가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자본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공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공황이 발생한 이후, 서민경제는 파탄상황임에도 멜론(1920년대 내내 미국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 기업가 출신이다)은 정부의 역할 확대를 부정하며 균형재정 정책을 유지했으며, 후버는 대기업과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자발적 협력에 의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서민들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1932년 정부의 역할 확대를 주장했던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된다."

'전경련의 협조', '재벌의 투자 약속'만을 고대하고 있는 현 정부의 모습과 닮은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포기하고 친기업 정책만을 고수할 경우, 초래되는 결과가 '공황'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또 어떤 게 있을까?

"재벌과 손 잡고, 대중 지지 유지하려면?"…"결론은 파시즘"

그는 독일에서 나찌즘이 발호한 사례를 답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그의 설명이다.

"독일에서 히틀러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집권한 게 아니다. 히틀러는 대공황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독일의 대기업 집단을 살리면서, 한편으로 높은 실업률로 고통받는 대중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했다. 국가와 대기업집단이 결탁하면서 일반 대중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압제적 방법의 동원이 불가피했다. 일본의 경우도 재벌과의 결탁으로 인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대기업만 바라보는 정치가가 공황을 피해 도달할 곳은 파시즘과 전쟁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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