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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의료·복지 괴담', 이명박이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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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계속되는 '의료·복지 괴담', 이명박이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 100일 토론회] "능동적 복지? 복지 안 하겠다는 말"

이명박 정부는 경제 성장의 한 발판으로 복지·의료 부문의 구조 조정과 산업화를 선택했다. 일명 '능동적 복지'를 통해 복지비 지출 체계를 효율화하고, 의료 산업화로 신성장 동력을 삼겠다는 것.

취임 100일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은 결정적으로 의료 산업화 구상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됐다. 촛불 집회에서도 의료 산업화 반대 주장은 시민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메뉴다.

복지 부문은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철학은 부실하고 방향은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프레시안>이 주최한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 두 번째 자리에서는 의료 부문과 복지 부문 정책 평가가 이어졌다. 참석자 대부분의 결론은 "시장 경제에 대한 맹목적 신뢰는 위험하다"는 것.

"독점 시장인 의료 산업을 민영화하면…?"

가장 먼저 의료 산업 민영화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의료 산업의 특성상 무리한 민영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신현호 변호사(고려대 법대 겸임교수)는 "의료 시장은 정보의 전문성과 소비자의 무지 등의 이유로 공급자인 의사가 정보를 독점하는 특성을 지닌다"며 "의료 인력의 공급도 면허제도에 의해 높은 진입 장벽을 가지는 등 전형적인 독점 시장"이라고 말했다.

공급자 중심의 독점 시장은 본질적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기가 어렵다. 공공이 아닌, 민간이 독점하는 시장의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신 변호사는 이 때문에 "거의 모든 나라가 경쟁 정책보다는 규제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의료서비스는 인간이면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제공돼야 할 우량재(merit goods)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형평성 실현을 위해서도 국가가 개입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영화 정책은 의료 수혜자보다 공급자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신 변호사는 "지난 수년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정책은 대부분 대형 병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동네 의원이나 소비자에게는 불리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의료 공급자나 민간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은 "복지 분야와 의료산업 민영화는 문제가 많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프레시안

선심성 공약은 사라지고 '건보 폐지'는 갑자기 등장

선심성 공약의 남발도 이명박 정부 복지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부분 공약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후 슬쩍 사라진 '공약(空約)'이었다는 주장이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대선공약 중 △암·중증질환 치료비 △중증치매 중풍부모 '국가 간병 가정지킴이 플랜' △분만 의료비 지원 공약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서 사라졌다.

인수위 보고서에서 축소된 공약도 많다. 장애인을 포함한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장애인 의료예방체계 구축은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축소됐다. 5세 미만 아동 진료비 완전 면제는 '성인 본인부담금의 70%'로, 불임치료 보조생식술 100% 지원은 '3회 지원'으로 한정됐다.

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공약이 이 대통령 당선 후 갑자기 '핵심 공약'으로 등장했다.

지속가능한 의료보장체계 구축(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정책은 대선 공약에 없었으나 인수위 보고서에 등장했다. 신 변호사는 "국민적 저항이 예상되는 정책을 대선 당시에는 득표 전략상 제외했다가 관련 이익단체의 요구를 선거 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벌 소유의 민간보험회사가 끊임없이 요구해 온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도 공약으로 등장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토론자로 나선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의료관리학과)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민영화 등 괴담은 현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며 "대운하 정책과 같이 '겉으로는 부인하면서 실제로는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철학 없는 복지 정책…"'능동적 복지' 자체가 문제"

연세대 김진수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이 "철학이 없고 누군가에게는 반(反)복지가 될 수 있으며 맹목적으로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듯하다"며 "복지 정책의 특성상 틀이 한번 깨지면 다시 복구하기 어려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능동적 복지'를 들고 나와 과거 정부보다 예방에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실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차상위계층의 보장이나 각 사회보험 사각지대 문제에 대한 적극성이 없다"며 "일부 내용은 아예 일반적인 보건복지 분야와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현 정권이 과연 민간이 정말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무턱대고 민간에 맡기면 좋다는 생각을 가진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지나치게 민간 참여에 의존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거로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수익성 제고'를 추구하겠다는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며 "반면 노인장기요양 확대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금융소외자의 신용회복 지원에 국민연금 납부액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정책은 신용회복 기회를 노후 보장 포기를 조건으로 해결하는 기형적 정책"이라며 "국민연금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능동적 복지'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수 교수는 "예전 사용되던 '한국적 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말이었다"며 "'능동적 복지'도 복지가 아닌 정책을 포장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숭실대 이상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복지 부문 축소를 줄이는 것을 위장하기 위해 '능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명칭이 무엇이든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인 목표는 복지 지출을 억제하고 부분적 조정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7% 경제 성장을 통한 '트리클 다운' 효과"라며 "이제 고성장이 불가능해졌음을 정부도 인정했으니 서민층에 대한 복지 정책을 '숨고르지 말고'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는 넘쳐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시듯 고소득층의 부를 늘려주면 저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논리를 말한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89년 채택한 정책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하며 폐지됐다.

취임 100일…"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복지·의료 분야에서 이룬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현호 변호사는 "정책 상당수가 선거에 임박해 급조되거나 이익단체의 요구를 별 생각 없이 포함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결론적으로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아무 것도 추진된 것이 없으며 결정된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교수도 "이제까지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은 현상 유지와 체계 조정이 전부"라며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체계의 경우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 체계로 조정했는데 뭐가 달라지나"고 되물었다. 그는 "실질적인 복지의 확충이 없는 체계 조정은 불필요하다"며 "왜 소중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해 국민에게 혼란만 주나"고 쏘아붙였다.

일부 토론 참가자는 신현호 변호사의 발제에 대해 "지나치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이미 지나치다니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의료시스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은 경실련 2층 강의실에서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30여 분 가량 진행됐다. 서울대 김상균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사회를 맡았고 김진수 교수와 신현호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상은 교수, 이진석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이성규 교수(사회복지학과), 고려대 윤석준 교수(보건대학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MB 복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때"

토론회 참여자 모두가 이명박 정부 복지정책을 비판한 것은 아니다. 현재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더 지켜볼 때"라는 의견을 가진 토론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전 정부에서 제대로 구조조정하지 못한 복지 지출 부문이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소 노대명 연구위원은 "정부의 능동적 복지는 더 구체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차적으로는 정책 수단의 외연 확대, 복지 정책의 예방 기능 강화, 보편성 지향 등은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노 연구위원은 이어서 "전반적으로는 김진수 교수의 발제에 동의한다"면서도 "새 정부가 시기적으로 지난 10년간 복지 지출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가 △성장을 통한 복지 수요 최소화 △개별 정책의 특수성 감안한 대안 마련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 등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고려대 윤석준 교수(보건대학원)는 "지난 10년간 덜 내고 많이 받는 보험 시스템이 정착돼 문제가 많았다"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공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원인은 보험료를 덜 내기 때문인데 이 부분의 개혁이 미뤄져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 시절 자문역을 맡은 서울시립대 이성규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아직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능동적 복지'가 과거 정부와는 다른 적극적이고 예방적인 정책이므로 국정 운영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성장과 분배가 균형적으로 조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복지 정책이 양극화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자가 돈을 더 버는 것은 나쁜 게 아니다"며 "하위 계층이 얼마나 레벨업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오히려 건강보험 지급 대상자들이 건보료 인상을 주장하고 나서는 일이 생겼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석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면서 건강보험 무력화에 대한 공포가 퍼지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건보료 지급 대상자들이 '건보료를 획기적으로 인상해 건강보험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분위기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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