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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람 빠진' MB노믹스, 어디로 가나

위기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이명박③

감세와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성장능력을 강화해 경제성장을 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인 'MB노믹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대가로 선뜻 내준 쇠고기 문제로 '얼리 덕'(얼리버드+레임덕) 현상을 직면하게 되면서 'MB노믹스'를 그대로 끌고 나갈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 대통령이 "지난 좌파 정권 10년의 뿌리"를 흔들자면 국민적 지지가 바탕에 깔린 '힘'이 필요하다.

공기업 민영화로 '위기 탈출' 모색하지만…

이처럼 궁지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최근 들어 공기업 민영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 공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민영화를 염두에 둔 '표적수사'임을 정부는 크게 부인하지 않고 있다.

공기업은 비효율과 방만 경영 등으로 '공공의 적'인 까닭에 영국의 대처 전 수상 등 공기업 민영화로 재미를 본 정치인들이 있다. 대처 전 수상은 1979년 집권하면서 공기업 민영화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 18년간 장기집권할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공기업 비리를 최대한 노출시켜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최대치로 올린 다음,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민영화를 최대한 빨리 밀어붙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MB노믹스'에 대한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아오는 것이 목표다. 또 지난 대선 때의 '보은 인사' 등 '자기 사람 심기'도 소기의 목적 중 하나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정부출연기관 등 305개 공공기관들 가운데 240곳 안팎의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대처의 뒤를 따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이 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통해 건드린 것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 문제는 건강권,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다. "이 정권이 과연 국민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불신을 자초한 셈.

누리꾼들 사이에서 '수돗물 괴담', '건강보험 괴담' 등을 매개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 특히 서민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에 관심이 없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이 진행했던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국민들을 돌아서게 만든 원인이다.
▲ 지난달 16일 <영남일보>에는 "지방혁신도시 '盧가 그립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프레시안

또 '혁신도시 재검토'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지방의 반발도 주요한 변수가 됐다. 혁신도시 문제가 계기가 된 지방의 분노와 배신감은 엄청나다. 영남과 호남이 다르지 않다. "노무현이 그립다"는 제목의 기사가 한나라당의 본거지인 영남의 지역신문에 실릴 정도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가 이명박 정부의 '위기 탈출구'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지뢰밭'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내놓고 최대한 서둘러 이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올해 안으로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대운하, 합의 절차 피하려고 '단계적 추진'?

MB노믹스의 핵심인 한반도대운하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다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대운하와 관련해 "(물길의 각 구간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하니까 뒤로 미루고..."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 측근들을 만나 한강, 낙동강 등 4대강을 대운하에 적합하게 재정비하는 것을 먼저 하고 다음에 물길 잇기를 한다는 이른바 '단계적 추진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운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경우 '대운하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지난 13일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대운하 찬성이 19.7%에 그치는 등 국민적 반대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대운하 사업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선 '국민적 합의'를 모을 필요가 없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개탄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반대 여론이 높은 대운하를 고집하고 있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대운하는 경기부양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7% 경제성장'이라는 무리한 목표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하기 위해선 인위적 경기부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규제완화.감세…계획은 없고 목표만

규제완화, 감세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은 지난 16일 "감세정책을 조기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제도 선진화' 방안 등 규제개혁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재벌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해 일자리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재벌들의 투자가 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며 "투자 증진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은 검증이 안된 논리"라고 지적했다.

감세의 효과도 마찬가지. 현재도 재벌들이 자금이 남아돌고 있지만 투자를 안 하고 있는데, 감세를 통해 자금을 더 남아돈다고 해서 투자를 늘릴지는 의문이라는 것.

이명박 정부는 이처럼 감세나 규제완화를 통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효과를 거둔다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활성화의 논법 자체가 굉장히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를 자처하지만, 실용정부가 아니라 이념정부"라고 비난했다.

"MB정부, 실용정부가 아니라 이념정부다"
▲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등장한 '안티 이명박' 깃발 ⓒ뉴시스

내용이나 과정에 대한 계획은 없고 목표만 떠 다니는 것은 MB노믹스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도 어느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민영화하며, 이 경우 가격 통제를 어떻게 해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등 '계획'이 없다. 노무현 정권은 로드맵만 무성해 'NATO(no action talking only) 정권'이라는 비난이 일었다면, 이명박 정권은 '액션'만 있다.

김종걸 교수는 "할 수 있을 때 하고 본다는 독재적 발상이 MB노믹스의 근본적인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으면서 그저 주는대로 받아먹으라는 식의 비민주적 정책 결정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정책을 밀고 나갈 힘을 축적하기도 힘들게 한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도 현 정부의 독재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며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MB노믹스 운명은?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에 대해 세계 경제 불황 등 객관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1-2년만 참아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불도저'답게 '과격한 신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침체 상황은 MB노믹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경기는 하강하는 반면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높은 경제 성장'을 고집하는 MB노믹스는 작동되기 힘들다.

특히 이날 국제유가가 배럴당 133달러를 기록하는 등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빠르게 급상승하고 있다. 4월 원재료 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올랐다. 수입물가도 31.3%나 올랐다. 모두 IMF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더욱이 올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으로 돈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환율급등에는 수출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도 한 몫을 했다.

또 지난 2005년 말 659억달러였던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규모가 2006년 말 1137억달러, 지난해 말에는 1587억달러로 급증해 8년만에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외채의 성격이 IMF때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지만 채무국이라는 '상징효과'가 주는 부담을 무시하기 힘들다.

이런 안팎의 악재 속에서도 현 정부가 '성장'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예상되는 결과는 밝지 못하다. 정태인 교수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붐이 일어나서 투기로 몰려가기도 전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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