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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복원', 한미동맹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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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복원', 한미동맹을 위협하다

위기의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 이명박 ②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한나라당의 대북정책도 화해·협력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날인 12월 18일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은 북측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 후 북한은 '비핵·개방 3000 구상' 등 과거 같으면 즉각 반발했을 정책을 내놓는 이명박 정부를 침묵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현재의 상황에서 보자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분석은 틀린 것이 돼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은 물론이고 미·일·중·러 4강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어떤 활로를 모색해야 할지에 관한 근본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은 출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난관에 봉착했다.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고, '복원'하겠다던 한미관계는 졸속 쇠고기 협상 때문에 오히려 금이 갔다. 일본은 한일정상회담이 열린지 한 달도 안 돼 '과거를 묻지 않겠다'던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 심지어 보수 정부라면 당연히 공을 들일 걸로 예상됐던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다른 길을 가고 있다.
▲ 지난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탄 채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전략동맹을 좇는 이른바 '실용외교'

이명박 정부의 '무(無)전략 실용외교'가 낳은 가장 문제아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략동맹의 의미는 4월 20일 정상회담 직후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에서 나온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중국에 대해 건설적인 개입(engage)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21세기 동맹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인권 문제 혹은 중국이 달라이 라마나 미얀마를 대하는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중국과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한미 전략동맹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구도 속에 한국이 그대로 편입됨을 의미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활용하는 중국 인권 문제, 북한·티베트·미얀마 문제 등에서 미일동맹과 같은 수준으로 행동을 통일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정세와 정책> 5월호에서 한국의 숙제인 북핵 해결,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국가사이의 적대와 대립 극복 등을 해결하는데 있어 "한미동맹만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한미동맹과 다자안보협력의 유기적 운용이 대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주변 4강의 역학구도 속에서 균형을 추구해야 할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만 올인하는 것은 전략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미동맹 이념외교'의 역습

그러나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이고자 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주변 대기업들과의 지정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미국이라는 대기업과만 배타적으로 제휴하는 계약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전략동맹은 현재 나타나는 실용외교의 난맥상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 정점에는 역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있다. 한미동맹을 무조건 '복원'해야 한다는 비실용적·이념적 아젠다에 집착해 타결한 쇠고기 협정은 국민 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졸속으로 마무리됐다.

그로 인한 그 갈등은 비단 국내적인 문제가 아니다. 반미감정 논란, 유령같은 '추가 협의', '무역 마찰 감수' 발언 등으로 정작 목표로 했던 한미동맹의 복원은커녕 동맹의 잠재적인 불안요소를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명 개방도 이런 관점에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했다.

2002년 이후 한반도 정세의 중심에 있는 북한 핵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북핵 무대에서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을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했던 한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미 편향 외교 이후 행위자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남북한간 채널이 막히고 북한은 통미봉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 이제 한반도 비핵화에서도 미국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핵 진전을 가로막았던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해결하는 분기점이 됐던 3월 13일의 북미 제네바 회동, 중대한 합의를 했던 4월 8일 싱가포르 회동에 대해 한국은 미국을 통해 귀동냥으로 정보를 얻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가다간 한국도 납치 문제에 집착해 6자회담의 천덕꾸러기가 된 일본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우려한다. 또한 미국을 따르면서도 남북관계에서 보여준 좌충우돌 때문에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서 소외됐으면서도 경수로 건설비의 대부분을 부담했던 김영삼 정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짙다고 본다.
▲ 한미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실용외교' 실패의 정점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쿠티에레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동북아 '외톨이 외교' 자초

이명박 정부가 한미 전략동맹을 추구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홀대'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두 나라가 구체적인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는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미 전략동맹의 최종 타깃인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중일간의 해빙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보수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일 3각공조를 강조하는데 대한 견제의 뜻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일본 문부과학성의 독도 도발로 한일관계가 당분간 냉랭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맞물려 한국은 '외톨이 외교'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열릴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한겨레> 21일 보도) 그러나 오는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을 통해 한미 전략동맹이 공식적으로 선포된다면 중국과의 관계 격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또한 자신들을 자원외교의 대상으로만 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가 푸틴 전 대통령의 임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줄 것을 희망했으나 성사되지 않자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의 무관심, 보좌진의 복지부동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편향 외교가 실은 부시 1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좌우했던 네오콘(신자유주의자) 편향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낳는다. 북한 인권을 거론하며 김정일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 북한의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개성공단 등 변화를 위해 마련된 솔루션을 등한시하는 태도 등이 그러하다.

이는 자신이 설정한 아젠다(경제살리기)에만 온 신경을 쓰고 관심이 없는 분야는 철저히 무시해 버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CEO적 속성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렇잖아도 제대로 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교안보 보좌진들은 대북정책에 무관심한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며 납작 엎드려있는 듯하다.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이 대통령의 무관심과 CEO적 속성은 또한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제2롯데월드를 허용하기 위해 군 내부의 반발을 무릎 쓰고 서울공항 축소·이전을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둘러싸고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중국 조선소에 지분을 가지고 있어 중국에 잠수함과 조선 기술을 유출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계열사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인척 관계라는 점은 이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신뢰를 손상케 하고 있다.

'안보까지도 '실용'으로 팔아버리나?'

문제의 쇠고기 협상과 한미정상회담 직후였던 지난달 22일 송민순 전 장관은 "여러 대통령을 모셔봤지만 새로 청와대에 들어오면 '눈에 보이는 게 뭐냐'는 조급증이 들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현상은 '새 정부 증후군'일 수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함의 표현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더 적극적이었다. 그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시기 미국에 머물면서 "이명박 대통령과는 대북 정책에 있어 상통하는 점이 있다"며 "이 대통령이 현실 감각이 있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금 이들의 기대와 신중함에는 다시 한 번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들의 희망이 김만복 원장의 평양 발언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와대 내 외교안보 참모진의 인적쇄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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