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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넘긴 이랜드 갈등, 드디어 법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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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넘긴 이랜드 갈등, 드디어 법정으로…

이랜드노조, 18개월 미만 해고자 부당해고 집단소송

'이랜드 사태'가 드디어 법정까지 왔다. 파업 300일을 넘기도록 법정을 찾지 않은 까닭은 있었다.

파업 초반에는 언제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올지 모르는 법정 다툼 전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한 달 월급 80만 원을 받기 위해 거리에 서 있는 것도 억울한데, 그 80만 원을 받자고 법원에 소송을 낼 돈도 없었다.

그리고 또 언제부턴가는 두렵기도 했다. '이 파업의 끝이 어디쯤 있을까'를 헤아리는 일도 현기증이 나는데, 지루하도록 긴 법정 다툼을 시작하자니 겁이 났다. 그런데 8일, 마침내 법원까지 왔다. 손에는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낯선 법률 용어로 가득 찬 소장이 들려 있었다.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일하다 해고된 서은주 씨 등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이날 '부당해고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소송 참여를 원한 사람은 총 27명이었지만 소송 비용의 문제로 4명에 대한 대표 소송으로 진행하게 됐다.

18개월과 17개월 사이의 멀고 먼 '한 달'
▲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일하다 해고된 서은주 씨(오른쪽) 등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이날 '부당해고 집단소송'을 제기했다.ⓒ프레시안

서은주 씨는 홈에버에서 17개월 일한 뒤 해고됐다. 다른 동료들 가운데는 최근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이 있다. 18개월 이상 근무자들이다. 서 씨와는 꼭 한 달 차이다.

홈에버는 올해 초부터 18개월 이상 근무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고용불안과 차별이라는 비정규직의 이중고 가운데 고용만을 안정시켜 준 것이다. 그러면서 홈에버는 지방노동위원회의 '18개월 이상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것도 철회했다.

하지만 이랜드일반노조는 홈에버의 이 같은 조치를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보고 있다. 18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보장은 단체협약에서 이미 명시된 것으로 해고 자체가 단협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여름 파업 초기부터 단협에 따라 18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 왔었다. 노조의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던 홈에버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당시 진행 중이던 차별시정 구제신청 심사 때문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당시 우연히 18개월 이상만 차별시정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사 측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신청 자격이 박탈되면서 구제신청도 기각됐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18개월 이상 근무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남은 것은 18개월 미만 근무자들이다. 이날 소송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해당됐다.

"법 회피 위한 편법 계약, 비정규직법 취지 보더라도 부당해고"
▲ 지난해 여름,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시작돼 법정으로까지 옮겨 온 이랜드 비정규직의 노사갈등이 법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프레시안

까르푸 시절 체결해 이랜드 인수 후에도 효력을 갖고 있는 단체협약 상에는 비록 18개월 미만 근무자의 고용 보장 항목은 없다. 하지만 이랜드 그룹은 까르푸 시절의 '고용 관행'을 깨고 편법을 써서 계약해지를 한 만큼 부당한 해고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최성호 변호사는 "까르푸 시절부터 오랜 기간 해 왔던 3-6-12개월(총 18개월) 계약 관행이 존재하는데, 홈에버는 '18개월 이상 고용보장'을 피해가기 위해 3-6-8개월(총 17개월) 계약이나 3-12개월(총 15개월) 계약 등의 편법을 써 왔다"며 "이는 또한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홈에버의 이 같은 계약해지가 '악의적'인 이유는 또 있다.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들이 담당하던 업무가 상시 업무라는 점이다. 김경욱 위원장은 "18개월 미만 근무자는 계약을 해지하면서 항상 인력을 새로 모집하고 있는 것이 홈에버의 실상"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상시 업무의 경우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법의 취지로 보더라도 "18개월 미만 근무자라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한 해고"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법원의 판례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계약갱신을 기대할만한 합리적 이유와 정황이 있다면 부당한 해고로 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들 4명의 홈에버 비정규직의 승소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인 것.

지난해 여름,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시작돼 법정으로까지 옮겨 온 이랜드 비정규직의 노사갈등이 법원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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