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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욕망'을 넘어 서민을 받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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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욕망'을 넘어 서민을 받들라

"도시 자생적 발전을 위한 개발로 거듭나야"

강남 집값 안정과 강남·북 균형 발전을 목표로 화려하게 출발했던 뉴타운 사업에 대한 비판이 갈수록 드세지고 있다. 뉴타운 사업의 성격 자체가 잘못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뉴타운 사업은 공공지원을 강화하고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뉴타운 사업은 주민 내쫓기 사업
▲ 뉴타운 사업은 '자생적'으로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거리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프레시안

지난달 23일, 참여연대와 환경정의의 주도로 이뤄진 '뉴타운 사업 이대로 좋은가?'에서는 뉴타운 사업의 한계와 더불어 사업의 바람직한 개선 방향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에서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뉴타운 개발사업이 강남지역의 주택수요 대체를 위한 고품격 주거지를 지향하는 경우, 강남북간의 주거 수준 격차 해소에는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존 주민들의 부담능력과는 무관한 주택이 건립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은평뉴타운 사업을 들며 "고분양가 때문에 강북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해 지역 주민의 현지 거주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세입자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높은 세입자 수에 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의 수용 능력이 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개발지역에서 세입자 비중이 60%를 넘어선다. 특히 교남·전농·아현·영등포 등에서는 80% 이상이다.

반면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전체 세입자의 30% 이상을 수용하기 어렵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주거환경정비사업의 경우 공급전체 세대수의 20% 이상, 주택재개발사업의 경우 17% 이상,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에서 증가되는 용적률의 25%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이 공급된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임대주택에 정착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거주민 절대다수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됨에 따라, 그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참여연대·주거연합 등 11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뉴타운 개발 사업 등 주택 개발 현장에서 철거민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밝혔다. 임대아파트 주민을 비롯한 철거민이 도심 개발로 극한적인 주거불안 상태로 내몰려 일상적인 주거불안 상태에 방치됐다는 것이다.

개발사업이 늘 안고 가는 부동산 투기 유발도 억제하지 못했다. 변 교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뉴타운사업 지구지정의 효과, 개발이익의 환수, 세입자 대책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돼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강남 주민에 비해 차별대우 받아왔다'는 생각을 가진 토지 보유자는 이로 인한 이점을 누리겠지만, 대다수 주민은 집값 상승의 피해자가 될 것이다.

실제 아파트값 상승 추세는 어느 정도일까.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강북 14개 지역 아파트 매맷값은 5.2% 올랐다. 이 기간 강남은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뉴타운 개발 지역 절대다수가 강북의 서민 밀집지역이다. 이 지역 아파트값 상승이 서울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이끄는 셈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주거환경정비 효과는 생길지 모르나, 주택공급 확대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변 교수는 "한남, 가죄, 신정신월, 천호 등에서는 주택공급량이 현재 거주가구보다 오히려 작다"며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규제완화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주택공급 확대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변 교수는 이밖에 소형주택의 급속한 멸실, 사업 추진 프로그램 부족 등을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공공지원 통한 '도시 자생적 개발'로 전환해야
▲ 왕십리뉴타운 조감도. 서울시가 그린 '아파트 숲' 그림에 거주민이 발붙일 공간은 너무 좁다.ⓒ서울시

뉴타운 개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개발 사업 인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서울시가 '균형 발전'이라는 성장논리에 매몰돼 급하게 일을 추진하지 말고 거주민의 생활환경을 존중하는 '자생적 개발'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민연합의 임덕균 조직국장은 "도심 개발 사업에는 '도시의 재생'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거주민과 정책당국, 개발자 등이 하나가 돼 도시의 자연스러운 쇠퇴-번영 순환 과정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가 '단숨에' 도시 외관을 바꿔버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거민이 스스로 거주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게끔 도와주라는 말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정부가 할 일은 도로·학교·공원 등 최소한의 공공자원 투입에 그쳐야 한다고 임 국장은 지적했다.

변 교수도 토론회 자료에서 "전면철거 위주의 개발사업 방식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존치지역 기준과 원칙을 명확하게 정립해 전체 면적의 일정 비율 이상은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 연립 주택 등이 아파트와 공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들 주택에 경제적 부담능력 부족으로 재정착이 어려운 계층을 입주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환개발 방식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왕십리 뉴타운 사업 지구에서 보듯이 모든 개발 대상 구역을 동시에 개발할 경우, 많은 거주민이 새 집을 찾기 위해 인근 지역으로 쏟아져 집값 연쇄 폭등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1구역→2구역→3구역으로 이어지는 순환개발로 주택 수요자를 최소화시키는 것 외에는 방안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 국장은 "왕십리 3구역을 동시에 개발하면 이곳에서만 총 4000여 세대가 한 순간에 집을 찾아 나서게 된다. 구역별로 개발시기를 차등화하면 수요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순환개발을 통해 순서가 늦어지는 개발대상 구역이 일종의 '가수용단지'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지원과 개발이익 환수 제도가 효과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가진다. 대표적인 개발이익 환수 제도인 임대주택 건설 공급 외에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나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등을 공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방식을 이용할 경우 개발이익을 장기적으로 환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공 재정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원주민과 세입자의 현지 정착률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근거다.

'욕망의 정치' 공간을 넘어 '원주민'을 주인으로

현재까지 시민단체와 전문가 그룹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대안은 궁극적으로 뉴타운 사업이 '원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 논리에 휩쓸리거나 일부 기업의 배를 불리는 사업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현재 뉴타운 사업은 본래 취지를 잃고 집값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가 난무하는 '욕망의 개발, 욕망의 정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원주민 재정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욕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강남 사람에 비해 소외돼왔다고 느끼는 강북 지역 사람들이 '개발'을 꿈꾸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그들의 소망에 행정기관은 언제나 '대대적 개발'로 보상해주겠노라 공언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보듯,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부의 개발이 몇몇 뉴타운 개발 지역 사람에게 이득을 안겨줬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득을 본 이들은 '당연히' 부동산을 소유한 자들이다. 대다수 서민들은 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막연한 기대'를 주문하더라도 진정으로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임 국장은 "거주민의 보상 심리를 이용하지 말라"고 정책 당국에 주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개발' 환상에 젖어 있다. 세입자마저도 막연한 기대를 가지는 게 사실이다. 이들의 꿈은 갈 곳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야 깨진다. 그러나 거주민에게 '장밋및 미래'를 약속할 듯 보였던 정부는 이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정부가 뭔가를 뚝딱 지을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누구였나. 순진한 기대를 품은 거주민이다. 정부는 그들의 기대를 이용하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거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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