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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북도, 강남도 집값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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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북도, 강남도 집값 올리자"

오세훈 만나 "서민주택 확대해 시장이 왜곡"

"강북에 중대형 평수 공급 없이 소형 평수 주택 공급만 많아져봐야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해결책이 아니다" (고승덕 서초을 위원장)

"강남을 무시한, 낙후된 지역 일변도의 개발은 모순이다. 같이 발전해야 한다." (박영아 송파갑 위원장)

"강북권은 뉴타운이나 재개발을 통해, 강남권은 규제 완화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


6일 있었던 서울시와 한나라당의 당정협의 자리에서 쏟아진 말들이다. 18대 총선을 전후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뉴타운 정책 등을 협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당정 간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때문에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고 밝혀 무책임한 '뉴타운 추가 지정' 공약을 쏟아냈던 서울지역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의 압력에 못 이겨 은근슬쩍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을 밟기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뉴타운에 대한 논의 대신 한나라당 위원장들의 노골적인 '부동산값 올리기' 주문만 쏟아졌다. 무책임하게 뉴타운 거짓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정치인들답게 부동산 가격 올리기가 가져올 후폭풍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세훈 "한나라당 도움이 필요하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넘어서면서 당정협의가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로 회의 참석자들이 속속 모였다. 한나라당에서는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을 필두로 당협위원장 35명이 참석했고, 서울시에서도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주요 인사가 나왔다.

오세훈 시장이 인사말을 하면서 이날 회의가 시작됐다. 서울시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8년 간 2~3%대에 머물고 있어 획기적인 전기가 필요하다는 게 요지였다. 한나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공성진 위원장(강남 을)이 말을 받았다. 공 위원장은 먼저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탄생했다는 게 18대 총선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정치선진화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했다.
▲ ⓒ뉴시스

공 위원장은 옛날처럼 국론에 의해 투표가 결정되거나 학연·지연에 따른 투표가 아니었고 정책을 통한 이해추구 투표가 이번 총선에 이뤄졌다면서 '이해추구 투표'의 근거로 뉴타운 사업을 꼽았다. 뉴타운 사업이 표심을 자극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뉴타운 사업이 졸속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공 의원은 이를 자랑스러운 치적인 양 합리화했다.

집값 더 올리자는 국회의원들 '대략 난감'

서울시와 당의 인사가 끝난 후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쏟아낸 발언들은 더 놀랍다.

장광근 위원장(동대문 갑)은 "현장에서는 집값이 올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을 두고 '폭등'이란 말이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재개발 지역에서 집값 상승률이 10%를 넘는다. 왕십리 지구의 경우 집값이 서너배가 올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장 위원장의 발언은 이같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구상찬 위원장(강서 갑)은 "뉴타운 추가 지정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위원장들을 설득하려는 자리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구 위원장은 총선 기간 내내 '화곡동 뉴타운 개발'을 전면에 내세웠다. 뉴타운 사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속도 늦추기'와 '추가 지정 불가'가 추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조언하는 것과 배치되는 주문.

강용석 위원장(마포 을)은 "'저가 주택 적정 재고 유지' 주택정책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양석 위원장(강북 갑)은 "앞으로 20여 년에 걸친 강북주민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는 당정회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강북 지역 집값이 낮으니 그 지역 집값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입자 대책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서민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고승덕 위원장(서초 을)은 "서민주택 공급의 상대적 확대 때문에 시장이 왜곡됐다"며 "강북에 중대형 평수 공급 없이 소형 평수 주택 공급만 많아져봐야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뉴타운 지역 주민의 재정착률이 20%가 되지 않는다. 임대아파트 공급은 17%대에 그친다.

강남 의원들 "강북만 올려서야 되겠나"

강남지역의 위원장들은 '균형발전'을 언급하면서 강북 집값이 최근 많이 오른만큼 강남도 올리자로 주장했다. 박영아 송파갑 위원장은 "서울의 균형 발전에 공감한다. 그러나 강남을 무시한, 낙후된 지역 일변도의 개발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 위원장은 이번 회의가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고 강조하면서 총정리 발언을 했다. "강북권은 뉴타운이나 재개발을 통해, 강남권은 규제 완화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날 회의에서 강조한 것은 단 하나, "집값 올리자"로 요약된다. 대부분 뉴타운 지역의 세입자 비율이 60%를 넘는 현실은 안중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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