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7년 3월 8일 뉴욕의 의류 섬유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로부터 2년 후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으로 자본주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여성 노동자층이 대거 출현했지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차별은 극심해져만 갔다.
1908년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 1만5000명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투표권을 요구하며 행진에 나섰고, 이듬해인 1909년 미국사회당은 2월 28일을 '전국 여성의 날'로 선포하고 미국 전역에서 행사를 벌였다. 이를 계승해 미국 여성들은 1913년까지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했다.
어린 여성 노동자 146명을 죽음으로 몰아 간 참사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은 여성권 운동을 존중하고 여성을 위한 보통투표권을 쟁취하려는 의도로 '세계 여성의 날'을 제안했는데, 특정한 날짜를 못 박진 않았다. 1911년 3월 19일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의 결정을 좇아 사상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서 열렸다. 첫 행사에는 100만 명의 남녀 노동자가 참여해 여성의 노동권, 투표권, 교육권, 공무담임권(公務擔任權), 차별 철폐를 외쳤다.
공교롭게도 첫 행사를 치른 지 일주일도 안 된 3월 25일 미국 뉴욕의 트라이앵글 셔트웨이스트 공장에서 불이 났다. 토요일 오후 늦게, 공장이 있던 빌딩 9층에서 시작된 불은 의류와 목재를 태우면서 작업장을 덮쳤다.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떠나지 못하게 회사는 비상구를 밖에서 막아놓았다. 공포에 사로잡힌 소녀들은 창가로 몰려들었고, 그 뒤로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소방차가 구조용 사다리를 펼쳤으나 창문에 닿지 않았다.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녀들은 불길을 피해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트라이앵글 노동자 146명이 죽었고, 그 대부분이 어린 여성노동자들이었다. 소방관들은 유일한 탈출구였던 엘리베이터 한 대에서 뒤엉켜 있던 시체 30구를 발견했다. 이 사건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날 때까지 뉴욕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었다.
'무과실 책임주의'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법의 등장
이 비극적인 사건은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 뉴욕에서는 공장 상태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건물 관련 규정의 개선과 체계적인 검사가 도입됐다. 일터에서 생겨난 질병, 부상, 사망 문제를 다루기 위한 노력들이 노동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법제화로 이어졌다.
1920년까지 미국의 5개 주정부가 재해로 부상을 입은 노동자와 사망한 노동자 가족에게 치료비나 장례비를 지원하고 고용주가 손실 임금을 보상토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법들은 노동자가 고용주의 책임을 입증할 것을 요구했던 이전의 관습법과는 다른 원리, 즉 '무과실(no fault) 책임주의'를 채택했다.
'무과실 책임주의'이란 20세기에 들어와서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의 시정책으로 사회적 위험을 일으킨 고용주는 그로 인하여 생기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며,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그 이익 중에서 배상을 한다는 원리다. 노동자 재해 보상에서 고용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시킨 것이다. 무과실 책임주의는 이후 세계 각국이 도입한 산업재해 보상법과 사회보장법의 토대가 됐다.
1975년 UN '국제 여성의 해'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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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던 1913년 2월의 마지막 일요일,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전쟁반대! 평화!'를 슬로건으로 하는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1914년에는 유럽 전역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여성 연대를 염원하는 시위가 조직됐다.
1917년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이것은 율리우스(曆)에 따른 것으로 그레고리력(曆)으로는 3월 8일이다) 러시아 여성들은 전쟁에서 죽어간 200만 명의 러시아 병사들을 추모하면서 "빵과 평화"를 위한 파업을 전개했고, 이는 짜르(러시아 황제)를 몰아낸 러시아 2월 혁명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2월 혁명으로 집권한 임시혁명정부는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성공하자, 볼셰비키였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레닌을 설득해 3월 8일을 공휴일로 정했지만, 여성의 날이 실제로 일 안하고 쉬는 날이 된 것은 소련 정부가 포고령을 내린 1965년부터다.
이렇듯 '세계 여성의 날'은 그 출발이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이후 자본주의권과 공산주의권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에서 해마다 3월 8일이 되면 이 날을 기념해 왔다.
마침내 국제연합(UN)에서는 1975년을 '국제 여성의 해(International Women's Year)'로 지정하고 '세계 여성의 날'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각국의 정부들은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정하고 여성의 평등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각종 행사를 실시하게 됐다.
모두가 인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어디로?
국내외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 노력은 줄기차게 진행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으로 국제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951년 채택한 '남녀노동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협약(제100호)'이 있고, 국내에서는 1987년 12월 4일 제정된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다.
ILO의 동일임금 협약과 우리나라의 남녀고용평등법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지급"이라는 원칙을 밝혀놓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라는 성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별 차이에 상관없이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임금을 지급하라는 이 당연한 원칙은 UN의 세계인권선언에도 규정되어 있는 보편적인 기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제6조)"라며 두리 뭉실하게 넘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이 "비정규 보호법"이라 부르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법률의 전문(前文)이나 목적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비정규 관련법 제정 당시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은 ILO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협약'의 정신은 남자-여자 노동자 사이에 적용되는 것이지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한국 정부는 ILO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협약'을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8일 비준했다.
여성 노동자 70%가 비정규직, 20%는 최저임금도 못 미쳐
21세기에 들어선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여성노동자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이 분석한 자료(200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 내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52.5%와 47.4%로 비슷한데 반해, 여성 노동자의 경우 32.5%와 67.5%로 비정규직 비율이 두 배를 넘는다.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성 노동자는 20대 초반 이하와 50대 후반 이상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은데 비해, 여성 노동자는 자녀의 출산과 육아를 거쳐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려는 30대 초반부터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의 그것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남자가 100을 받으면 여자는 64를 받고 있다. 남자 정규직이 100을 받으면 남자 비정규직은 54, 여자 정규직은 69, 여자 비정규직은 41을 받고 있다. 김유선 소장은 "남녀 간 차별보다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더 심하고, 남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비정규직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도 법정최저임금인 시간당 3480원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여성 노동자도 122만 명에 달했다. 전체 여성 노동자 수가 663만 명임을 감안할 때, 여성 노동자 5명 중 1명이 법정최저임금에 모자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정규직-남성 중심 노동운동을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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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 가입률이 정규직은 84~99%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33~36%밖에 안 되는 실정을 감안할 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2006년 12월 현재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 수는 178만 명으로 노조 조직률은 11.3%다. 여기서 정규직은 152만 명으로 조직률이 21.8%고, 비정규직은 27만 명으로 조직률이 3%다. 같은 시기 남성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은 14.5%고, 여성 노동자의 조직률은 남성의 절반에 못 미치는 6.9%에 그쳤다.
여성 노동자에게 사회경제적 차별이 집중되는 현실을 둘러볼 때, 한국의 노동운동이 '대기업-정규직-남성' 중심의 구조를 타파하는데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남성들이여, 3월 8일에 꽃다발을 준비하자!
우리나라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오는 8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1시부터 서울시청광장, 정동 유관순기념관, 청계천광장에서 놀이마당, 벼룩시장, 기념식, 놀이마당, 공연이 이어진다. 이날의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에 따스한 봄볕이 가득하다고 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무리지어 거닐며 즐길만하리라.
3월 8일 여성의 날이 소련에서 기원한 때문인지 러시아, 불가리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몽고, 쿠바 같은 소련의 영향을 받았던 나라들과, 이탈리아와 중국에서는 공휴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3월 8일에 남성이 어머니, 아내, 여자친구, 여자동료에게 꽃과 선물을 주면서 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긴다. 2005년 영국노총(TUC)은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결의문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한국의 남성들이여! 이날만은 출근길에 30분 일찍 출근해 그대와 함께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작업대나 책상에 장미꽃 한 송이를 살짝 얹어두자.
한국의 남편들이여, 아빠들이여, 아들들이여! 3월 7일 퇴근길에는 어머니와 아내와 딸, 여자 친구와 누이를 위해 장미꽃 한 다발이나 작은 선물을 준비하는 조그만 '센스'를 보여주자.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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