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네팔서 마른 하늘에 '빙하 붕괴'로 홍수…사망 270명·실종 1300명 넘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네팔서 마른 하늘에 '빙하 붕괴'로 홍수…사망 270명·실종 1300명 넘겨

실종자 다수가 외국인…5200미터 고도서 600미터 얼음덩이 추락해 강 막고 홍수 일으킨 듯

네팔 중북부 및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최소 273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실종됐다. 실종자 절반 이상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다. 전문가 및 당국의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5200미터(m) 고도에서 빙하가 붕괴해 거대한 얼음이 낙하하며 강을 막고 홍수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돼,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 네팔 경찰 소셜미디어(SNS)를 보면 네팔 경찰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1시30 기준 전날 발생한 홍수로 인한 사망자 주검 27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중국 쪽 산사태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전 라수와 등 네팔 중북부 지역에 홍수가 발생해 인근 취락, 수력발전소, 기반시설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산사태가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을 덮쳤다.

비가 전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기습 홍수가 발생해 현지인 뿐 아니라 각국 관광객 수백 명이 실종됐다. 네팔 경찰 및 관광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826명이 실종됐고 그 중 약 600명이 20여개국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네팔 관광청이 파악한 외국인 실종자는 27일 정오 기준 32개국에서 온 517명으로 그 중 178명이 인도인이었다. 미국인 65명, 우크라이나인 53명, 말레이시아인 51명, 호주인 35명, 영국인 33명, 캐나다인 25명 등이다. 일본인도 5명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됐다. 네팔 관광청 쪽 자료엔 한국인 실종자는 반영되지 않아, 실제 실종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를 보면 인도 외교부도 네팔 쪽 발표보다 100명 이상 많은 자국민 28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CCTV에 따르면 중국 쪽에서도 558명이 실종돼 이날 오전까지 양국 총 실종자 규모가 1384명에 달했다. 중국 쪽 실종자도 거의 절반인 260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종 외국인 국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관광객 희생자 상당수가 힌두교 및 불교 성지인 티베트 카일라스산으로 순례를 떠나던 길이었다고 전했다.

홍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주민들은 일상생활 중 참사에 직면했다. 라수와 세관장 라젠드라 둥가나는 네팔 <카트만두포스트>에 전날 오전 땅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처음엔 지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으로 뛰쳐 나갔을 때 거대한 '물의 벽'이 보였고 "거의 100미터(m) 높이 파도 같은 홍수가 휩쓸어 시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제산악개발통합센터(ICIMOD)에 따르면 홍수 피해 지역 하천 수위는 30분 만에 9미터(m)까지 치솟았다.

가장 피해가 컸던 중국 티베트와의 국경 인근 네팔 라수와 지역 비두르에서 구덩이를 파는 작업을 하고 있던 비벡 쿠말(24)은 물, 진흙, 바위로 이뤄진 거대한 벽이 굉음을 내며 쏟아져 주변 모든 것을 쓸어 버렸다고 <로이터>에 회상했다. 그는 1.5미터 깊이 구덩이에서 즉시 나와 망고나무에 매달려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생존자 케샤브 프라사드 바랄(68)은 통신에 엄청난 양의 진흙이 집으로 밀려 들어와 "아내 손을 잡고 테라스로 데려가려 했지만 아내는 휩쓸려 버렸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 원인은 빙하 붕괴로 파악되고 있다. 네팔 <히말라얀타임스>를 보면 네팔 재난관리청은 위성이미지 초기 분석 결과 중국과 맞닿은 라수와-라수와가디 국경 검문소 북동쪽 약 20킬로미터(km) 지점에서 발생한 빙하 암석 산사태로 홍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티베트에서 네팔로 흐르는 보테코시강 지류인 렌데강이 이 산사태로 인해 물길이 막혔고 토사가 트리슐리강으로 쏟아져 들어갔다는 것이다.

당초 사태 원인을 규모 4.4 지진으로 파악했던 미 지질조사국(USGS)도 추가 분석 뒤 이 지역에서 지진이 아닌 빙하 붕괴와 토석류가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규모 5.2 산사태로 견해를 수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캘거리대 지질학자 대니얼 슈거 교수가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해 전날 이 지역 약 5200미터 고도에 위치한 빙하에서 폭 610미터의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 1200미터 가량을 낙하해 계곡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기상 자료가 완전히 확보되진 않았지만 위성 이미지로 볼 때 눈으로 덮였던 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여 기온 상승이 빙하를 녹이고 빙하 산사태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슈거 교수는 다만 쏟아진 물의 양이 유사한 빙하 원인 재해들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보여 홍수엔 빙하 붕괴 외에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난화로 '빙하 접착제' 산악 영구동토층 녹아…30년간 네팔 빙하 3분의 1 사라져"

이번 참사가 결국 지구 온난화 여파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호주 모나시대 빙하학자 앤드류 매킨토시 교수는 "아직 기록된 사례가 적어 빙하 붕괴와 기후 변화 사이 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순 없다"면서도 과학자들이 두 현상의 관계에 대해 "매우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대규모 빙하 붕괴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빙하학자로서 우리가 과거 관찰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 듯한 이러한 형상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산악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영구동토층이 "매우 가파른 경사면에서 암석 및 때로 인접한 빙하를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유엔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난 30년간 네팔 산맥의 빙하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같은 해 국제산악개발통합센터는 같은 해 보고서에서 2011~2020년 힌두쿠시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그 전 10년보다 65%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센터는 현 상태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까지 이 지역 빙하 80%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한다.

2021년에도 히말라야 빙하가 붕괴해 인도 우타라칸드주에 홍수가 일어나 2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바 있다.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비두르 지역에서 트리슐리강과 타디강이 만나는 지점 가옥들이 홍수로 진흙탕에 잠겼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 보테코시강 인근 가옥들이 홍수로 인해 물에 휩쓸리고 있는 영상에서 갈무리한 이미지. ⓒAFP=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김효진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