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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목사님, 목사님, '운하' 목사님!"

홍성태의 '세상 읽기' <26> 이명박 당선인 측의 '운하 사기'

1월 31일 오후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서울대 법학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주최로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학),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김정욱 서울대 교수(생태학), 그리고 필자(상지대, 사회학)가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를 분야별로 조목조목 밝혔다. 필자도 많은 것을 배운 훌륭한 토론회였다. 청중이 많아서 대강당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대다수 청중이 발표에 적극 동의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을 왜?")

여러 문제들이 지적되었지만, 특히 한반도 대운하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에 대한 비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한반도 대운하를 과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 홍종호 교수는 "경부운하 사업의 효과성을 드러내기 위해 말 바꾸기와 거짓말, 의도적 왜곡을 서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박창근 교수는 "정치권에서 전문가를 핍박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고 비판했고, 김정욱 교수는 "운하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다른 전문가가 아니라 곡학아세의 전문가들이다"고 비판했다. 세 전문가의 발표를 듣고 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이미 또 다른 '과학 사기'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반도대운하연구회'의 몇몇 사람들에 대해 말했다. 장효석 대표는 서울시 토목 관료 출신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심복'같은 사람이다. 유우익 '실장'은 국토의 과거를 찬미하던 사람이 돌연 '국토 개조'를 외치고 나섰다. 추부길 '팀장'은 본래 목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운하 전문가'가 되었다. 박석순 교수는 2003년 5월에 라인강변에서 내게 '한강은 식수원이기 때문에 라인강처럼 운하로 이용할 수 없다'고 가르쳐주었다. 정동양 교수는 청계천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건설안전분과의 위원장으로서 1기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항의사퇴에 동참했다. 곽승준 교수에 대한 얘기는 깜빡 잊었는데, 그는 새만금 개발 사업의 경제성을 강력히 비판했던 드문 경제학자였다.

서울대에서 학자들이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서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했으니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과학적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 될 모양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반응부터 그렇다. 2월 4일 오전에 그는 "두바이는 사막을 파서 운하를 만들어 배를 다니게 한다는 계획도 세웠더라"고 말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참고할 게 따로 있지, 이 나라가 사막인가? 사막을 파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멀쩡한 강을 콘크리트 수로로 만드는 것에 비하면, 그것은 그야말로 장난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을 죽이고 산을 파괴해도 돈만 많이 벌면 최고일까? 잘못된 돈욕심의 끝은 식수조차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대재앙뿐이다.
▲운하 사업은 일정한 너비와 깊이로 강을 파헤치고 양안에 콘크리트 옹벽을 쌓아야 한다.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이런 사업을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이명박 당선인에 앞서서 2월 1일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기자간담회를 열어서 환경을 존중하자는 자신의 학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자신은 운하야말로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소신은 잘못된 것이다. 운하는 그냥 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운하는 일정한 너비와 깊이로 강을 파헤치고 양안에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을 쌓아서 그 안으로 일정한 양의 물이 1년 내내 고여 있게 만드는 시설이다. 운하는 그 자체로 강의 죽음이다. 더욱이 한반도 대운하는 국립공원 아래로 엄청난 크기의 터널을 뚫어야 한다. 어떻게 이런 것을 생태적이라고, 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추부길 '팀장'은 거의 한반도 대운하의 대변인 식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그를 '운하 전문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본래 '목사'이다. 추부길 팀장은 한반도 대운하의 '홍보 전문가'일 수는 있어도 '운하 전문가'는 아니다. 그런데 비판에 대한 그의 반론은 그의 홍보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거나 '이명박에 대한 반대'라는 식의 주장을 흔히 한다. 그야말로 '친북 좌파' 식의 매도전술을 애용하는 것이다. '목사'나 '팀장'을 떠나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추부길'에 대해 나는 분노와 연민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물론 이 나라의 앞날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추부길 팀장의 말은 아예 '어록'으로 정리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는 1월 24일의 토론회에서 물류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사장들은 대부분 찬성하는데 종업원들은 "바꾸는 것 자체가 귀찮고 복잡하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싫다. 그래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맹목적 찬성뿐만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맹목적 거부까지 읽힌다. 다시 그는 1주일 뒤인 1월 31일의 서울대 토론회에 대해 2월 4일에 "단순히 정치적인 반대, 말도 안되는 의견도 많았다", "교수라는 분들이 인신공격을 하고 '팩트(사실)'에 의한 반대를 하지 않았다", "운하에 대해 좀 더 깊이 연구한 다음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과연 진실은 어떤 것인가?

토론회에 참여한 교수들은 정치적 찬반을 떠나서 거짓과 진실, 허구와 과학의 틀로 한반도 대운하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철저히 객관적 자료와 이론에 근거해서 기존의 계획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런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발표자들이 추부길 '목사'보다 잘 모르면서 '인신공격'을 하고 '정치적 반대'를 했다는 것인가? 명예훼손의 소지가 짙은 이 막말이야말로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자들을 향한 추부길 '목사'의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 아닌가?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작년부터 제기된 여러 과학적 비판에 대해 과학적 자료나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추부길 '목사'처럼 정치적 발언으로 과학적 토론을 훼손하면서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하는 것은 망국으로 치달리는 것이다.

일신의 영달에 눈이 멀어 거짓을 진리라고 우기고 허구를 과학으로 포장하는 숱한 '폴리페서'들이 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고 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서 진리와 과학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참된 학자들이 있다. 나는 도저히 반론이라고 할 수 없는 반론들을 접하면서 문득 옛사람의 글을 떠올렸다. 조선 인조 때의 청백리인 하담 김시양의 문집에 <부계기문>이 있다. 이 책에서 김시양은 우리 역사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인식을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비록 박습하고 통달하고 뚫어질 듯 관통하고 있는 사가라고 이름이 있는 자도 일찍이 동국의 역사를 읽지 않는다. 그러므로 겨우 수십 년을 경과하여 귀로 들을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게 되면 어질고 어리석고 사악하고 바른 것을 거의 알지 못한다.

폴리페서들의 창궐에는 필시 이런 문제가 연루되어 있는 듯하다. 사람들이 자기들의 잘못을 모를 것이며, 안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화했다. 인터넷은 지구적 통신 매체이자 기억장치이다. 그대들이 한 거의 모든 것을 인터넷은 거의 영원히 기억한다! 그리고 관광객 100만 명이니 1000만 명이니 외치는 그대들의 거짓과 잘못에 대해서도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입증한다! 지금은 투기를 부추겨서 잘못된 개발을 강행하는 부도덕이 이길지라도, 머지않아 그 잘못은 철저히 밝혀지고 영원히 단죄될 것이다. 무릇 큰 정치를 꿈꾸는 자라면, 이런 현실을 올바로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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