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을 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을 왜?"

[대운하 토론회] "세계와 거꾸로 가는 李, 걱정된다"

경부운하의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은 31일 오후 서울법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한반도 대운하,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주최하고 운하 사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그간 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앞장서온 전문가들이 한층 정교한 논리로 이 사업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폭로했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학),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김정욱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 홍성태 교수(사회학)가 이날 토론회에서 각각 분야에 해당하는 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이날 토론회 발표 내용을 운하 사업과 관련된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세계는 '더 빠르게 더 가볍게'…우리는 '더 느리게 더 무겁게'

- 찬성 측은 경부 운하가 경부 축의 물동량 상당량을 흡수하는 유망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홍종호 :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운하는 불필요하다. 한국은 3면이 바다인 전형적인 반도국가다. 바다를 통해 물동량을 운송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굳이 느리고 비싼 운하를 건설할 이유가 없다. 화주의 입장에서는 '시간은 곧 돈'이다. 현재 경부고속도로를 통한 컨테이너 수송이 90%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네덜란드·벨기에 정도가 운하를 내륙 운송 수단으로 활용한다. 유럽연합(EU)의 핵심 구성원 15개국 중 영국·이탈리아·스웨덴·스페인을 포함해 총 9개국이 운하 물동량 수송 비중이 '0'이다. 대부분 국토가 섬, 반도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15개국을 다 합쳐봐야 운하가 내륙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더구나, 2007년 12월 인천신항 건설이 시작되었다. 2011년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외국에서 들여오는 대형 컨테이너 바지선의 정박이 가능해진다. 앞으로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은 인천항, 평택항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경부운하는 전형적인 중복투자다.

- 일단 운하가 건설되면 운하 이용이 늘어나고, 물류비 절감과 같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홍종호 :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전환 효과는 거의 없다. 독일의 경우에도 모든 독일 내 운하를 통한 물동량 처리 비중은 13% 수준이다. 200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용을 국제 비교하면 한국은 12.5%인데 반해, 독일은 15.3%이다. 독일의 예를 보자면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물류비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가하지 않을까?

-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물동량 전환 효과가 없다면 경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이 줄어드는 게 아닌가?

홍종호 : 그렇다. 찬성 측도 경부운하의 경제 가치를 추산하면서 물동량 전환에 큰 비중을 뒀다. 화주들이 운송 수단을 선택하는 기준은 시간과 비용이다. 우선 비용을 따져보자. 찬성 측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최대 5000톤급 바지선이 다닐 수 있다. 바다로는 더 큰 바지선이 다닐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으니 당연히 바다가 더 효율적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바다가 19개의 갑문을 통과해야 하는 경부운하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바다로 운송할 경우 선적 후 이동 시간은 28시간이면 족하다. 경부운하가 이보다 빠를 수 있을까? 운하 기술이 뛰어난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171㎞를 가는 데 24시간이 걸린다. 이 속도를 염두에 두면 550㎞의 경부운하는 72시간, 만 3일이 걸릴 것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느려질 수도 있다.

- 찬성 측은 2020년이 되면 물동량이 2배로 증가한다는데?

홍종호 : 과장된 얘기다. 가장 권위 있는 물동량 예측 기관인 교통연구원은 2007년 매년 물동량이 평균 2.4%포인트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앞으로 전자 제품과 같은 '경박단소'형 수출품이 늘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염두에 두면 향후 물동량 증가는 국내총생산(GDP)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2003~5년 총 도로 물동량은 지속 감소했다.

이런 예상을 염두에 두면 2020년의 물동량은 많아야 1.5배 증가에 그칠 것이다. 설사 찬성 측의 주장대로 물동량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운하는 결코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 세계는 '더 빠르게 더 가볍게'를 지향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더 느리게, 더 가볍게'를 지향하는 운하에 집착해야 하는가?

돈 되는 사업이라면 독일은 왜 민자 유치 못했을까?

- 찬성 측 추산 공사비만 15~20조가 든다. 재원 조달 방법에 문제는 없는가?

홍종호 : 골재 판매 수익을 거론하곤 하는데 아무리 많이 잡아도 찬성 측이 예측한 수입 규모 8조3432억 원이 나올 수 없다. 약 8만3432만㎥의 골재를 운하 건설 중에 캐내 최종 소비자 가격 1㎥당 10000원에 팔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 정도의 골재가 나올 수 있을지, 생산·운송비는 왜 고려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생산·운송비를 고려하면 수입은 반으로 준다.

더구나 찬성 측은 계속해서 가능하면 공사 부담을 줄인다고 공언해 왔다. 공사 부담이 줄수록, 골재 채취 기회도 적어진다. 결국, 낙동강, 한강 전체에서 캐낼 수 있는 골재 전부를 캐내 팔겠다는 계획은 가능하지 않다. 또 그 중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골재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점을 다 염두에 두면 많아야 골재 판매로 얻을 수익은 1조9583억 원 정도다.

- 이명박 당선인은 민간 자본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홍종호 : 이명박 당선인은 운하 사업을 놓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추진해야 할 국운융성의 사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과 위험 부담을 민간 기업에 떠넘기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건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의 책임을 민간 기업에게 책임지우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민자 사업이라고 해서 민간 기업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이뤄진 민자 사업을 보면 용지 보상은 어김없이 국민 세금이 투입되었다. 공사비도 정부가 일정 비율 보조했다. 더구나 이런 혜택이 없다면 앞에서 살펴본 대로 수익이 날 가능성이 없는 이런 사업에 어떤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뛰어들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참여 기업에게 지역 개발권을 보장한다, 정부가 지어진 시설을 임대해 국민 세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해준다는 식의 엉뚱한 얘기가 나온다. 운하 사업 자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없으니, 다른 수단으로 수익을 보전한다면 이것은 민자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하긴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도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독일 정부는 왜 민자 사업으로 추진하지 못했을까?

마인-도나우 운하는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

- 이명박 당선인이나 찬성 측은 독일 마인-도나우 얘기를 자꾸 꺼내는데…
▲ 2006년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를 방문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명박 당선인. 그러나 독일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연합뉴스

박창근 :
20세기 건설된 가장 유명한 운하 중 하나는 마인 강과 도나우 강을 연결하는 171㎞의 마인-도나우 운하이다. 이명박 당선인도 다녀온 이 운하는 32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1992년 마침내 준공되었다. 그러나 정작 독일의 교통부 장관은 이 운하를 "바벨탑 이후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혹평했다. 운하는 중세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독일과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연간 강수량이 3분의 2가 여름에 집중돼 있고, 이 때문에 하천 유량이 일정하지 않다. 또 산악 지역이어서 평야 지역이 많은 독일과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런 차이점을 염두에 둔다면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는 결코 벤치마킹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특히 배가 다닐 수 있는 유량(수심 6~9m)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될 듯하다.

박창근 : 그런 수심을 확보하려면 곳곳에 갑문을 설치해 물을 가둬야 한다. 이렇게 하면 홍수 대응에 큰 문제가 생긴다. 갑문 사이 수로에 채워진 물은 배가 이동하는데 필요하므로, 이 물은 항상 수로에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 물은 운하의 일부임으로 홍수 조절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즉, 물의 양만큼 홍수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찬성 측은 이런 위험을 무시하다 뒤늦게야 갑문 안에 갇힌 물을 홍수 조절 용도로 사용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운하의 물을 홍수 조절 용도로 사용하다보면 운하가 그 기능을 상실하는 일수가 줄어든다. 더구나 이렇게 물의 양을 조절하기 시작하다보면 운하의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배가 좌초할 위험도 커진다.

- 낙동강과 남한강을 어떻게 연결할지도 관심거리다.

박창근 : 그게 바로 경부운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처음에는 22㎞의 조령터널을 뚫는다고 했다고 나중에는 갑자기 속리산 국립공원 계곡에 물을 채워 약 35㎞에 이르는 물길을 만든단다. 그러나 정작 이 물길을 터널로 할 것인지, 계곡으로 할 것인지는 오락가락이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4년 내 모든 공사를 완료하겠다니….

- 식수도 큰 관심거리다.

박창근 : 찬성 측은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의 물이 더 깨끗해진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수원을 이전해 취수원을 바꾼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운하를 건설해 물이 더 깨끗해진다면, 기존 방식대로 더 깨끗해진 물을 먹으면 된다. 운하가 건설되면 물이 더 더러워지기 때문에 상수원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미국 플로리다 운하는 한반도 대운하의 미래

김정욱 : 강이라는 게 원래 자연의 질서대로 구불구불 흘러야 한다. 이런 질서를 파괴해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웅덩이로 만들어 물을 흐르지 못하게 채워 놓으면 결국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물이 썩어 생물이 죽고, 결국 홍수로 인간도 죽는다. 미국의 플로리다 운하가 그 대표적인 예다.

플로리다 운하는 1928년 공사가 완공되자마자 홍수가 범람해 약 2000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운하는 물을 항상 채워둬야 하기 때문에 홍수 때 범람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물도 썩기 시작했는데, 이 썩은 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가 모든 운하 지역의 지표수, 지하수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 플로리다 운하는 화물을 실은 배는 찾아볼 수 없다. 후유증만 남아서 하천 복원 공사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게 키시미 강 복원 공사다. 완전한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하 수로는 그대로 둔 채 운하 옆에 일부 옛날 물길을 찾아 물을 조금 흘려보내는 정도의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런 플로리다 운하의 예는 바로 경부운하의 미래다. 이 운하 공사는 나중에 재앙이 나타났을 때 복구하기가 불가능하다. 낙동강, 한강은 우리에게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돈에 눈이 어두워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 배를 산으로 올리려 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운하 사업은 해서는 안 된다.

혈세 탕진, 국토 파괴…시민이 막아야 한다

- 이토록 문제 많은 운하 사업을 왜 추진하는 걸까?
▲ 김정욱, 홍성태 교수는 "운하 사업은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사업"이라고 혹평했다. ⓒ프레시안

김정욱 :
경부운하를 추진하는 사람은 운하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아니다. 주로 이런 개발 사업으로 땅값이 오르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 건설 공사에 관심이 있는 건설업자, 권력 앞에 줄을 서 보겠다는 사람들이다. 결국 운하 사업은 해당 지역의 땅값을 크게 올려놓을 것이다. 땅값이 오를수록 기업하기 나빠지고 국가 경쟁력은 떨어진다. 국운을 한정 없이 떨어뜨릴 게 뻔하다.

홍성태 : 그렇다. 바로 그렇게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끊임없이 벌여서 재정 탕진, 국토 파괴를 일으키는 기형국가가 바로 '토건국가'다. 토건국가는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경제에 포획된 부패국가이다. 한국의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면서, 세계 43위 부패대국이다. 바로 이 부패의 60%가 토건업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이미 매년 45조 원 정도를 대규모 개발 사업에 퍼붓고 있다. 운하 사업으로 이제 이 돈은 더욱 크게 더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교육, 복지 등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진정한 선진화'를 위한 재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막대한 혈세 탕진과 국토 파괴를 가져올 운하 사업 강행은 민주주의 시계를 되돌려 이 나라를 1970년대의 개발독재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바로 운하 사업을 저지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이 아니라 재정 안정, 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 쪽은 이미 권력을 이용해서 다양한 세력을 규합해 불도저처럼 운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