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위원장의 소환 불응을 사전에 몰랐을 리는 없다. 민주노총은 "간담회 파기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는 이명박 당선인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며 민생은 철저히 외면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취임 직후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얼토당토 않은 핑계로 80만 조직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다"며 "'자신 없는 사람은 구실을 찾고 자신 있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고 했는데 이 당선인이 벌써부터 국정에 이렇게 자신이 없어 되겠냐"고 비판했다.
"천박한 구실로 파기…민주노총이 고려대 동창회만도 못하냐?"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이석행 위원장이 비정규 권리 보장을 위한 집회와 관련돼 발부된 출두 요구서에 응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22일 날짜, 시간, 장소까지 확정된 간담회와 관련해 인수위 측이 처음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은 지난 26일이었다. 하루 전날인 25일, 인수위 측에서 이 위원장을 만나 종로서 출두 조사를 요청했고, 민주노총이 이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그렇다면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이 어렵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 이 위원장은 지난해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및 비정규직법 시행령과 관련된 집회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경찰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 출두 여부와 관계없이 약속을 했으면 지키는 것이 예의인데 이건 민주노총 조합원은 국민으로 취급도 안 하는 행태"라며 "우리가 고려대 동창회만도 못한가, 이번 행위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내가 출두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구속시키고 '위원장이 구속됐으니 못 간다'고 했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1월 초부터 진행된 간담회 협의에서 민주노총은 한 번도 조건을 건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갑자기 위원장 출두를 걸어 파기하는 것은 방문하지 않기 위한 천박한 구실로 민주노총에 파기 책임을 떠넘기려는 얄팍한 수"라고 비판했다.
우문숙 대변인은 "당선인이 제일 먼저 찾아간 기업인들 가운데는 김승연 한화 회장, 이건희 삼성 회장 등 범죄자들도 많고 당선인 본인도 특검의 대상이 된 마당인데 소환 불응이 간담회 파기의 이유가 될 수 있냐"고 말했다.
"간담회 파기, 5년 간 민주노총 '제끼고' 가겠다는 의사 표현?"
당선 직후 기업인들을 찾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천명했던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 뒤 한 달 넘게 흐른 지난 23일 처음으로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을 찾아 뒤늦은 '노동계 달래기'에 나섰다. (☞관련 기사 : 한국노총 찾은 이명박 "'비즈니스 프렌들리'엔 노동자도 들어가")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는 29일 오후 3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갑작스런 간담회 취소 통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제 설정 및 수위 조정 문제를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거나, 민주노총이 최근 조직을 상시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이명박 정부와의 대립각을 분명히 하고 나섬에 따라 인수위가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간담회 요구안은 전달된 상태였고 올해 "국가 기반을 흔드는 큰 싸움을 하겠다"는 것은 이 위원장이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던 것이었다. 따라서 갑자기 인수위 측이 민주노총과의 간담회에 부담을 느낄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인수위 측에서 처음으로 위원장의 종로서 출두를 요구한 25일에도 인수위 측의 실무자들은 민주노총을 찾아 의제 합의 및 경호 문제, 당선인의 도착 시간까지도 세세한 합의를 진행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급작스런 간담회 파기가 이 당선인이 임기 동안 민주노총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당선인이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이지만 한국 경제를 살리고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간담회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민주노총을 짓밟겠다는 의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주노총이 밝힌 간담회 추진부터 파기까지의 경과다. △ 1월 초 : 위원장에게 인수위 측에서 연락이 옴. 양대 노총과 경총, 상공회의소 공동 간담회를 요구했으나 민주노총은 반대. 향후 연락은 사무총장으로 창구 단일화 요구. △ 1월 12일 :인수위 최대열 사회교육문화분과위 노동관계TF팀 정책연구위원이 상견례 인사차 이용식 사무총장 방문. △ 1월 14일 : 인수위 최대열 연구위원 총장 면담 및 협의. ① 당선자 간담회는 25일 또는 28일 경이 유력 ② 면담 시간은 1시간(상공회의소 등도 약 40분) ③ 구체적 실무접촉 선은 정책기획실장으로 한다 △ 1월 16일 : 인수위와 정책기획실장 실무협의 ① 빠른 시일 내에 간담회 일시 확정 바람 ② 참석 범위는 산별대표자선까지 하고 장소는 민주노총으로 하기로 결정 ③ 면담 일정에 대해 실무협의 △ 1월 22일 :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 등 5명 사무총장 및 정책실장과 면담 ① 1월 29일 오후 3시 30분으로 간담회 확정 ② 면담 시간은 1시간으로 한다 ③ 의전, 장소, 구체적 일정 등은 25일 오후 협의 △ 1월 25일 - 오후 2시 :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등 3명과 인수위 전문위원, 경호팀 면담. 구체적 일정, 회의 장소, 의전 등 협의 - 오후 2시 40분 : 위원장과 인수위 면담. 인수위가 위원장에게 종로서 출두조사 요청해 위원장은 내부 논의를 거쳐 답변을 주겠다고 함. △ 1월 26일 - 오후 3시 30분 : 사무총장이 인수위 팀장에게 전화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다면 응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함. - 오후 3시 50분 : 인수위 팀장이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는 어렵다"며 종로서 출두를 계속 주문함. 사무총장은 "위원장의 출두는 불가능하다"도 통보했고 이에 인수위 팀장은 "그렇다면,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이 어렵다"고 최초로 언급함. △ 1월 27일 - 오전 11시 : 인수위팀장이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노총의 최종 입장을 요구함. 사무총장은 위원장 출두와 간담회를 연계하는 방식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불가입장 재통보. - 오후 3시 : 인수위팀장이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원장이 출두조사를 받지 않으면 당선인 방문이 어렵다"고 말함.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의 입장 재설명. 이에 인수위팀장은 "위원장의 뜻을 최종확인해 달라"고 요청. 사무총장은 "위원장 뜻은 분명하지만 내부 논의를 거쳐 28일 오전 9시경 연락을 주겠다"고 통보함. - 밤 10시 10분 : 인수위팀장이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이 방문하지 않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는지를 확인함. 사무총장은 "알리지 않았다. 약속한대로 29일 9시까지 민주노총 입장을 통보한 후에 언론에 알리겠다"고 말함. △ 1월 28일 - 오전 9시 40분 : 사무총장이 인수위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자 방문과 연계한 위원장 출두조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최종 통보함. 10시 30분까지 인수위 입장을 알려줄 것을 요청. 이에 인수위팀장은 "책임자에게 보고하고 최종입장을 통보하겠다"고 말함. - 오전 10시 31분 : 인수위팀장이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위원장이 출두조사를 받지 않으면,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은 불가능하다"고 최종 통보함.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우리 입장을 기자회견으로 알리겠다"고 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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