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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민주노총이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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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민주노총이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분석] 사실상 '선전포고'…"치졸하고 촌스럽다"

"민주노총 배제 전략이니 노동계의 분리 대응 전략인지를 논하기 전에 이번 '민주노총 간담회 파기'는 너무도 비상식적이어서 해석하기조차 어렵다."

29일로 예정됐던 민주노총과 이명박 당선인의 간담회가 하루 전날 돌연 취소된 것에 대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실무진 차원에서 모든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하루 전날 '같이 못 앉겠다'고 한 것은 합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것.

김 소장 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는 이명박 당선인이 이석행 위원장의 경찰 소환 조사 불응을 내세우며 이같이 행동한 것을 놓고 평가를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수준 낮은 감정적 대응"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사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치졸하다"고 했으며, 또 다른 전문가는 "촌스럽다"고 말했다.

"그저 '가기 싫어서' 찾은 치졸한 명분…어떤 정부보다 아마추어 같다"

당선인 쪽은 "우리가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입장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이 당선인이 신년인사에서 기초 법질서 확립을 강조한 원칙을 존중하고 이런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해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지난해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 등으로 인해 경찰로부터 10여 차례의 소환장을 받은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민주노총과 당선인 측이 간담회 일정을 조율할 때와 특별히 달라진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당선인 측이 "기초 법질서 확립" 운운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던 상황에서 개발해 낸 명분"이라고 말했다.

김유선 소장은 "'가기 싫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을 찾아 노동계와 만남을 가지면서 민주노총만 제외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실무 협의까지 마친 상태에서 돌연 취소한 것은 당선인의 '불편함'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 "간담회 취소는 인수위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당선인 측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인수위 관계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8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조직"과의 약속을 이 같은 '핑계'로 일방적으로 파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당선인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김 소장은 "이 당선인이 이렇게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은 새 정부가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 아마추어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제끼기' 노골화…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특별히 쟁점이 되는 시급한 의제도 딱히 없는, 그저 '상견례' 차원의 만남조차 당선인이 불편해한다면 향후 5년 간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는 불보듯 뻔하다. ⓒ프레시안

특별히 쟁점이 되는 시급한 의제도 딱히 없는, 그저 '상견례' 차원의 만남조차 당선인이 불편해한다면 향후 5년 간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는 불 보듯 뻔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이번 간담회 파기는 앞으로 새 정부가 민주노총을 배제 전략으로 간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 노총에 대해 분리 대응 정책을 폈던 과거 군사 독재 정권 시절로 돌아가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었다.

김유선 소장도 "당선인이 사실상 민주노총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평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동계 무시가 큰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있다.

한 전문가는 "독재 정권 시절에는 노동계 배제 전략을 썼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과거처럼 정부가 이해당사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밀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정권 초기 힘이 있을 때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이제는 협의를 통해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현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시각을 우려했다.

당장 만남 하루 전날 '취소 통보'를 받은 민주노총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이 고려대 동창회만도 못하냐"며 "간단히 넘기지 않고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최근 "조직을 상시적인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해 '이명박 쓰나미'에 맞서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관련 기사 : "민주노총이 고려대 동창회만도 못한가")

또 다른 전문가는 "민주노총으로서는 모욕을 당한 셈이니 앞으로 협력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가뜩이나 공공 부문 민영화 등으로 민주노총은 벌써부터 '전쟁을 치를 태세'인데 정부가 기초적인 대화 창구마저 닫아 놓은 셈이라는 것.

"서유럽도 이명박처럼은 안 한다"
▲ 간담회 전격 취소로 분명히 한 새 정부의 '민주노총 배제' 전략이 "앞으로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정부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꼴이 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사진은 지난해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의 모습.ⓒ프레시안

특히 이명박 당선인이 닮고 싶어한다는 서유럽의 실용주의 보수 정권도 새 정책을 추진할 때는 노동계와의 협상과 타협을 반드시 거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국의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서유럽의 보수 정권들도 모두 노사정 타협을 통해 개혁이나 변화를 밀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서유럽의 상당히 많은 나라들이 타협을 선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정부가 힘이 부족할 때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것이 또한 노동계이기 때문인데 비록 지금은 민주노총이 힘이 없다고는 하나 당선인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간담회 전격 취소로 분명히 한 새 정부의 '민주노총 배제' 전략이 "정부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꼴"이라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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