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대문운동장 철거, 서울시와의 전쟁 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대문운동장 철거, 서울시와의 전쟁 된다"

노점상·사회단체 "무대책 사업 강행 두고 볼 수 없다"

"어제 많은 분들 앞에서 다짐했다.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공사장 '펜스'(울타리)를 1m도 못 치게 할 것이다. 이건 생존권 문제다. 군대 용어보다 더 독한 용어를 써야 할 판이다."

서울시가 2007년도 추계 서울시고등학교야구대회가 끝난 뒤인 오는 11월 13일부터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들어갈 계획인 것이 알려지면서 노점상들의 반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앞서 축구장 내 풍물시장 상인들과는 이주를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운동장 인근 600여 명의 노점상들은 철거 공사 시작과 함께 그대로 밀려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또 축구장 내 1000여 명의 상인들 역시 이주에 전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상태여서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운동장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서울노점상연합회 한 회원은 31일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노점상 철거를 위해 100여 명에 달하는 용역직원을 동원하려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그러나 갈 곳 없는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 문화연대 주최로 열린 '신개발주의 재림,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 토론회에 이 같은 노점상들의 입장을 밝혔다.

높아져가는 노점상과 주민의 반대
▲ 지난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전국노점상연합회의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기자회견 ⓒ뉴시스

현재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내에는 지난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 당시 이주한 1000여 명의 노점상이 입주해 있다.

지난 8월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2008년 3월까지 풍물시장을 동대문구 제기동 옛 숭인여중 부지로 이주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가 발표된 뒤 불거졌던 노점상들과의 갈등이 해결됐다며 사업 추진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노점상 측 설명은 다르다. 풍물시장 대표들이 이전에 합의했지만 풍물시장 전체 상인의 80%가 찬성해야 이전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찬반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상인들의 의사가 불확실한 상태다.

무엇보다도 철거가 시작되면 당장 장사를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한 동대문운동장 인근 600여 명의 노점상들은 철거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풍물시장 외곽에 있는 이들을 이주 합의 대상에서 배제했다. 상인들은 "풍물시장 조성 전부터 수십 년간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와 함께 장사를 해온 우리에게 서울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기동 주민들의 반발도 이전에 변수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기동 주민들은 합의없는 노점상 이주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노점상은 "주민들은 풍물시장이 재개발 등 지역 경제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노점상이 들어오면 (동대문구) 구청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홍보용 유명무실한 합의 내세우지 마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빈민연합 최인기 사무처장은 "서울시는 이명박 전 시장 때부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이해 당사자들과의 합의를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그 합의는 저열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인기 처장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두고 이명박 전 시장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사업마다 만들어지는 갖가지 '시민위원회'는 당사자가 없거나, 의견수렴 과정일 뿐 제도적 반영 절차가 없는 유명무실한 위원회였다"고 비판했다.

최 처장은 "동대문운동장의 경우 역시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시장 발전협의회'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하지만 회의록도, 결과보고도 없는 언론홍보용에 지나지 않았다"며 "결국 노점상 등 도시빈민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책은 겉으로는 합의적 성격을 띄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집단이주 정책과 배제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처장은 "동대문운동장 안팎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1600여 명 상인의 생존권이 달려있기 때문에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졸속 행정 보여주는 '종합세트' 두고 볼 수 없어"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둘러싼 갖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히 현재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 철거 대신 야구협회 등과 약속했던 대체구장 건설을 강행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점이 잇따라 지적됐다.

지난 10월 16일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근대 상수도의 변천과정이 잘 드러나는 정수장인 구의정수장을 근대문화재로 등록할 것을 결정했다. 서울시는 2010년 고척동 야구장이 지어질 때까지 정수장을 모래로 덮고 그 위에 잔디를 깔아 400석 규모의 간이야구장을 짓겠다는 입장이다. 난지한강공원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대체구장 역시 지난 10월 12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사 중단명령'을 받은 상태다.

김란기 문화유산연대 집행위원장은 "구의정수장 내 야구장 건설은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처사"라며 "또 금년 말까지 2개월 가량의 기간동안 대체야구장을 완공한다는 것도 발굴조사, 보존처리 등의 문제를 감안하면 말이 되지 않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차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책도 없으면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부터 하려 들고 1만 명 넘는 관중을 400석에 앉히겠다는 터무니없는 계획으로 스포츠인들을 농락하고 있다"며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오세훈 시장의 스포츠문화 자체에 대한 무지, 더 나아가 스포츠인을 무시하고 스포츠시설을 업신여기는 인식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준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팀장은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공원화 사업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성, 서울시민의 문화적 삶, 생태적 가치 등을 모두 거스르는 반문화적 신개발주의 사업이자 '친환경성'의 이름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그린 파시즘'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동대문운동장의 원형을 보존하는 가운데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활용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진보서울연구소 집행위원장은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서울시의 졸속 행정을 보여주는 '종합세트'와도 같다"며 "전 분야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