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전국노점상총연합, 체육시민연대, 프로야구선수협회,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등 9개 문화·사회단체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대문운동장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려는 서울시 정책에 반대한다"며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와 보존을 위한 100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수천만 야구팬과 야구인을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서울시는 축구, 야구, 수영 등 우리나라 근대 스포츠의 출발점이자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가치를 지닌 역사적 공간인 동시에 940개 점포 풍물시장 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동대문운동장의 가치를 내팽개쳤다"며 "오직 운동장을 부수고 디자인센터를 짓겠다는 과욕의 단추를 꿰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시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협회는 마치 자신들이 주인인 양 7개의 대체 구장 건립을 조건으로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는 동대문운동장에서 꿈을 이룬 유명 선수와 유망주, 수십 년 동안 야구를 통해 희로애락을 함께한 수천만 야구팬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설상가상으로 양해각서에는 신설구장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 서울시장, KBO총재, 대한야구협회장의 서명조차 없었다"며 "각서 내용대로 이행이 되든 안 되든 누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 설계에 외국 전문가까지 초청한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지 말라"며 "지금부터라도 동대문운동장의 가치와 활용 방안을 진정한 주인과 함께 논의해 잘못 꿴 단추를 처음부터 다시 꿰는 타협과 양보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법적 책임없는 대체구장 양해각서, 부지 마련도 난항
지난 13일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 설계안 당선작을 발표하며 기존 운동장 시설물을 오는 11월경 철거해 2008년 4월 착공할 본공사에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당선작을 발표하는 기자들에게 "제 임기 중 몇 개의 랜드마크 건물이 착공될 텐데 이번 당선작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강력한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내세웠던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문화계, 노점상연합회, 프로야구선수협회 등은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것은 역사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을 세계적인 풍물시장으로 만들어주겠다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약속에도 어긋나는 방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애초 동대문운동장을 근대 문화 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문화재청은 지난 4월 서울시와 전광판과 스탠드 등 일부만을 남기고 철거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관련 기사: "동대문운동장 철거? 서울시민과 합의하라" ).
또 서울시가 KBO, 대한야구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약속했던 대체 구장 건립도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구의, 신월 일대에 대체구장 부지를 선정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동대문운동장 철거 전까지 마련하겠다던 대체 구장은 착공도 못한 상태다.
"서민 울리고 약속 어기면서 대통령 될 순 없을 것"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영세 의원은 "동대문운동장에는 야구팬의 꿈과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81년의 긴 세월을 지낸 유산인 동시에 노점상이 입주한 민생의 핵심 보금자리"라며 "이명박 전 시장은 약속한 그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 이필두 의장은 "노점상은 당시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운동장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명박 전 시장이 대선 후보가 된다 해도 서민을 울린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가조했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4년전 청계천 복원 당시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서울시는 공공건물을 부동산 가치로만 판단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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