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는 '서울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 부지 안에 2500평 규모의 '디자인 콤플렉스'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대문운동장 부지를 녹지와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동대문운동장 개발 방침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 이명박 전 시장이 당초 "청계천 복원 사업 후 동대문운동장을 공원화하겠다"고 언급했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전국 노점상 총연합(전노련)'은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전해 온 노점상을 비롯해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명박 전 시장이 '풍물시장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주겠다'고 노점상측과 약속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점상 대책 공표되면 사업 수행에 지장 우려"
지난 19일 '서울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세훈 시장은 "풍물시장 노점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를 공개하면 사업 수행에 지장이 우려된다"며 이에 대한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 시장은 지난 1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권리를 가진 분에 대해서는 침해받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쓰겠지만 그 권리는 '배려'의 차원에서 편의를 제공한 것을 뿐인 사항도 있다"며 "해당 이해당사자들도 그런 배려를 권리처럼 인식하고 민원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노련 측은 "이런 사업계획과 구상은 노점상들의 생계를 또다시 박탈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청계천 복원사업 이전부터 운동장 인근에서 생계를 꾸려 온 노점상과 청계천 일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된 벼룩시장 노점상들의 생존권까지 유린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전노련의 이필두 의장은 "이명박 전 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할 때 동대문운동장을 세계적인 풍물시장으로 만들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며 "오세훈 시장이 노점상들과 대화도 없이 철거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김종철 씨는 "노점상들이 지금 동대문운동장에서 장사가 잘돼서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울시의 대책만 믿고 몇 년 간 분을 삭이며 살고 있는 노점상들을 탄압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인수위 약속 파기"…"전노련이 회의 불참해서 결렬"
전노련 측은 "지난 6월 서울 시정 업무인수 당시 인수위원장 및 정책 1·2팀장 등과 면담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인수위는 지방선거에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를 공약으로 제시할 때 미처 노점상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책 없이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지 않는 대신 실무협의팀을 만들어 전노련, 서울시, 인수위에서 각각 5명씩 참여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전노련은 "그 이후 인수위 측은 실무협의팀 회의를 하자고 했으나 서울시는 이 회의에 담당국장이 아닌 과장을 참여시켜 내용을 축소시키려 했다"며 "전노련 및 동대문 풍물벼룩시장 노점상들이 책임을 질 수 있을 국장급이 참여할 것을 주장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노련은 "서울시는 6월 8일에 했던 약속은 인수위 임기가 끝났고 그 약속은 인수위 기간 동안에 하자는 것이었으므로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파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풍물시장의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는 "실무협의팀 회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전노련 측이 과장급이 나온다는 이유로 '상대 안 하겠다'며 아무도 안 나왔다"며 "당시 대화가 이뤄졌으면 전체적인 계획틀이 잡힐 수도 있었을 텐데 회의가 결렬돼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약속 파기가 아니라 회의가 결렬됐기 때문에 저절로 약속이 무효가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민 이미지 내세우더니 서민 노동자 배제하나?"
이날 민주노동당의 심재옥 최고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민들의 삶을 돌보겠다'며 그토록 서민 이미지 부각시키려 노력하더니 당선이 된 뒤 서민 노동자를 배제한 채 공원화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그는 "이번 오세훈 시장의 대응은 향후 그가 어떻게 서울을 이끌어갈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