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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스포츠인을 얼마나 깔보는지..."

장재근·김호·박찬숙 등 100인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지난 28일 전국대학야구대회 결승전을 끝으로 1959년 이후 50여 년을 이어온 동대문야구장이 문을 닫았다. 1926년 준공된 동대문축구장 역시 곧 문을 닫아야 한다.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디자인센터 등을 짓겠다는 서울시의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 때문이다.

그러자 "한국 스포츠 역사를 대변하는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할 수 없다"며 스포츠인들이 뭉쳤다. 장재근 전 국가대표 육상선수, 박찬숙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 등 각계 스포츠인들은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대문운동장 보존을 위한 스포츠인 100인 선언'을 발표했다.

김호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감독, 이영숙 전 국가대표 육상선수, 김건우 전 LG트윈스 야구선수,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이형택 국가대표 테니스선수 등이 선언에 참여했다.

"한국 스포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을…"
▲ ⓒ프레시안

이들은 이날 선언문에서 "동대문동장은 건립 이후 야구, 축구, 육상, 수영 등 모든 경기가 열린 한국스포츠 발전의 산 증인"이라며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스포츠 영웅들 중 이곳을 거치지 않은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 스포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다수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츠인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서울시의 개발논리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거되는 데에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갖은 수를 써서라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려는 서울시의 기만적인 행위에 분노를 느낄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스포츠는 문화이며 스포츠시설도 문화재로서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최초의 근대체육시설인 동대문운동장은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노점상인, 야구계와의 양해각서 한 장으로 무마하려 한 점, 대체구장을 짓는다며 문화재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스포츠 시설을 지으려는 작태 등은 서울시가 스포츠인을 얼마나 깔보는지 능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포츠에 무지한 행정가에 의해 실추된 스포츠계의 위상과 스포츠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동대문운동장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 무시하고, 법 어기고, 문화재는 모래로 덮고…

스포츠인들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대체구장 건립 사업에서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서울시가 사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2006년 11월 문화재위원회 현장조사 결과 3명 중 2명이 동대문운동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당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조사자 중 한 명은 등록문화재로 존치할 것을 제안하면서 서울시의 '디자인 월드 플라자'는 불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한명은 원형보존은 힘드나 서울시가 추진하는 녹지공원보다는 사적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지난 16일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구의정수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1936년부터 1984년까지 상수도의 시대적 변천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내유일의 정수장이라는 점에서 보존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발표와 함께 2010년 고척동 야구장이 지어질 때까지 정수장을 모래로 덮고 그 위에 잔디를 깔아 간이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결승전 평균관중 1만 명이 넘는 고교 야구대회가 400석 가량의 관중석이 있는 이 간이야구장에서 치러지게 되는 셈이다.

또 이에 앞서 서울시는 대체구장 중 하나로 지어지고 있는 난지한강공원 야구장 공사에 대해 지난 12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공사 중단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야구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지난 2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구의정수장에 작은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이미 공사에 착수했고 신월정수장도 사업자 선정 끝나 올해 말까지 공사를 한다"며 대체구장 건립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청계천은 복원하고 동대문운동장은 없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범 중앙대 교수는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반대하는 스포츠인들이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등 우리의 뜻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스포츠인들이 요구하는 건 만인이 즐기고 누리는 체육을 가꿔나가는 시금석을 위해 동대문운동장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찬숙 감독은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얘기하는 박찬숙이 있기까지는 스포츠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던 동대문운동장이 있었다"며 "스포츠의 기본인 야구장과 축구장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스포츠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장재근 전 대표선수 또한 "서울시는 우리 역사를 되살려 후세에 알리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지 않았나"라며 "스포츠의 역사가 서린 동대문운동장을 없애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재근 전 선수는 "청계천이 복개된 뒤 복원되기까지 40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동대문운동장이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이곳을 잘 보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체육시민연대 이병수 사무차장은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말살시키는 행위"라며 "시민과 스포츠인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반영해 동대문운동장이 스포츠 역사를 말해주는 소통형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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