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가 30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앞으로 부려먹어 달라"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김종필 전 총재까지 '3김' 모두 '훈수정치'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범여권의 대통합과 관련한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이 시작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이명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이 후보는 지난 21일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만찬회동을 갖기도 했다.
또 이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치우치지 말아달라"며 정치원로로써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요구했고, 김 전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었다는 점에서 김 전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민노당 "JP나 이명박 후보나 똑 같다"
김 전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31일 논평을 통해 "'부려먹어 달라'는 읍소로 황홀한 낙조는커녕 '타다 남은 나무토막' 같은 처지를 스스로 드러낸 김 전 총재나 여전히 '광주항쟁'은 '사태'이고, 경부고속도로가 나라를 살렸다는 믿음에 사는 이명박 후보나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수준인지 경탄이 절로 나온다"고 비난했다.
민노당 황선 부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치우치지 말라'는 요구를 당당히 하던 이 후보가 김 전 총재의 편향과 환대에는 어떻게 정중히 사과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작위라도 하나 얻으려는 듯한 범여권의 인사들도 그렇지만 굳이 한국 현대사의 가장 우울한 장면의 주인공들인 3공, 5공 세력을 부활시켜 그 적자임을 과시하는 것은 또 무엇이냐"면서 "직접 나서서 강조하지 않아도 이 후보가 '개발독재' '군부독재'의 유전자를 그대로 타고난 3공과 5공의 적자라는 것은 만인이 안다"고 주장했다.
JP "이제 나이 먹은 사람들 얘기도 잘 들어라"
앞서 김 전 총재를 이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경선 과정에서 캠프에서 좀 지나친 게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감정적인 것이 많아보였는데 앞으로 후보는 다 수용해야 한다. 차원이 다른 위치이고 포용하고 모두 끌어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소이부답(笑而不答)하라"고 조언했다.
김 전 총재가 이어 "이제 나이 먹은 사람들 얘기도 잘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 후보가 "말씀 많이 해달라"고 청하자 김 전 총재는 "앞으로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전 총재는 "정권이 반드시 교체되어야하고 새로운 국가질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나를) 부려먹어 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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