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1일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20일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뒤 전직 대통령 중에서 YS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이다.
이 후보가 YS에게 가장 먼저 당선 인사를 한 것은 YS가 일찌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이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서줬기 때문이다.
YS "1.5% 표차 오히려 약이 될 것...나도 돕겠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YS와의 회동은 이 후보 측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YS와 2시간 반 가량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YS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많이 도와줘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식사 약속을 잡았는데 이 소식을 듣고 이 후보가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혀 마련된 자리"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1.5%라는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라면서 "큰 격차로 이겼으면 이 후보 자신이나 캠프가 다 오만해질 수 있고 (본선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인 만큼 배전의 노력을 다하자"면서 "나도 돕겠다"라고 말했다고 김 전 의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고맙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대통령도 후보 확정 직후 YS 찾았으나...
이 후보가 지난 1992년 정치권에 첫발을 디딜 때 YS가 큰 도움을 주는 등 두 사람의 인연은 나름 깊다. 이 후보는 당시 YS의 도움으로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또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YS는 지난 3월 이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등 일찍부터 이 후보 지지를 분명히 밝혔었다. 서청원 김무성 등 자신과 가까운 '민주계' 출신들이 일부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핵심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YS는 한나라당 경선을 이틀 앞두고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만찬회동을 가져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YS의 이같은 애정이 이 후보에게 '약'이 될 지는 미지수다. 수도권과 호남, 화이트칼라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후보에게 이 계층에서 비토세력이 많은 YS의 지원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YS가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선 것은 범여권 내에서 여전히 큰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영원한 정치적 맞수인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전직 대통령들의 적극적인 현실 정치 개입은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또 이 후보는 당선 직후 '당 개혁'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YS는 오히려 이 후보의 '개혁색'을 탈색시킬 뿐 아니라 박 전 대표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존재다.
'YS 효과'는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YS의 도움으로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4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YS를 방문한 직후에도 나타났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찬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가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 총재님이 1989년에 일본 다녀오시면서 사다 주신 겁니다"라고 밝혔었다. 부산 출신이나 민주당 후보라는 점에서 지역적 기반이 취약했던 노 대통령은 당시 YS의 환심을 통해 부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보려 했으나, 오히려 개혁적 유권자들의 실망만 초래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졌었다.
열린우리당 내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은 이 후보에게 진작부터 "김영삼-이명박 동맹에 대해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민 의원은 "성공한 경제인이라 자부하는 이 후보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자 대표적인 실패한 대통령을 찾아가는 것은 실패로 가는 철로를 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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