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절 연휴의 둘째날인 어제 중국 상무부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SDN 명단에 올린 중국 5개 정유기업에 대한 미국 제재를 인정하지도, 집행하지도, 준수하지도 말라는 금지명령을 발동했다. 표면적으로는 이란 원유 거래를 둘러싼 국내 개별 기업 보호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의 의미는 훨씬 깊고 구조적이다.
이는 2021년 1월 9일 중국 상무부령으로 제정된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방지 규칙', 즉 차단법이 발효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실제 금지명령이 내려진 사례다. 법이 만들어진 이후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던 이 법적 틀이 마침내 살아있는 무기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금지명령이 돌발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국무원은 이에 앞서 2026년 4월 7일 '산업·공급망 안전 규정'(국무원령 834호)을, 4월 13일에는 '외국의 부당한 역외 관할 대응 규정'(국무원령 835호)을 즉각 발효시켰다. 상무부 금지명령은 이 상위 법제의 첫 번째 운용 사례다. 중국은 수년에 걸쳐 쌓아온 반제재 법률 체계—불신뢰기업명단, 반외국제재법, 차단법—를 국무원급으로 격상시키고 통합한 뒤, 이를 실전에 투입했다.
2.
주지하듯 미국 제재의 힘은 제재 대상 기업 하나를 직접 압박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그 기업과 거래하는 은행, 보험사, 해운사, 무역회사 전체를 위축시키는 '공포의 전파'에 있다. 이른바 2차 제재의 효과다. OFAC는 이번 조치에 앞서 전 세계 금융기관에 독립 정유사, 특히 산둥 소재 '티팟(teapot)' 정유기업들*과의 거래에 따른 제재 위험을 경고했으며, 헝리석유화학의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주요 거래처로 지목했다. 아다시피 미국은 모든 기업을 직접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의 공포가 알아서 제재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에 겨냥한 것은 바로 이 공포의 전파 구조다. 상무부의 금지명령은 중국 은행, 해운사, 무역 기업들이 해당 미국 제재를 따르는 것 자체를 금지하며, 피해를 입은 중국 기업들에게는 제3자가 미국 제재를 준수함으로써 초래된 손실에 대해 중국 법원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제 다국적 기업들은 단순한 선택 앞에 있지 않다. 미국 제재를 따르자니 중국 법을 위반할 수 있고, 중국 법을 따르자니 미국의 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된다.
이 지점에서 미중 갈등은 기존 관세전쟁이나 기술전쟁의 단계를 넘어선다. 단일한 기업 행위, 예컨대 미국 수출통제 준수를 위한 공급망 재편이 이제 공급망 안전 조사(834호), 역외관할 대응 조치(835호), 반외국제재법 위반, 불신뢰기업명단 등재라는 복수의 법적 리스크를 동시에 촉발할 수 있다. 하나의 규칙으로 움직이던 세계시장이 서로 상충하는 법질서 사이에서 생존을 계산해야 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조치가 이란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 아래 이란의 석유 수입원을 차단하려 한다. 중국 정부는 이란과의 에너지 거래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 합법적이고 투명한 양자 협력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충돌의 배경에는 에너지 안보, 달러 금융망, 해운·보험 네트워크, 중동 질서가 뒤얽혀 있다.
3.
그렇다면 중국의 차단법은 실제로 미국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역사적 선례는 회의적이다. EU는 1996년부터 미국의 이란·쿠바 제재에 맞서 유사한 차단법을 시행해왔지만, 이 법은 미국이 경제적 레버리지를 행사하는 능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중국의 차단법도 그 유효성 면에서 유사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질서의 중심에는 여전히 달러가 있고, 대형 은행과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시장도 중요하지만 달러 금융망 접근을 포기하기 어렵다. 더욱이 중국 법원이 내린 손해배상 판결이 해외에서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그런 점에서 차단법은 미국 제재를 완전히 막는 방패라기보다, 그 실행 비용을 높이는 지연·교란 장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의 정치적·제도적 효과는 가볍지 않다. 2024년 난징 해사법원이 반외국제재법에 기반한 민사 청구 사건에서 9,970만 위안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 판결은 2025년 중국 최고인민법원 판례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됐다. 중국의 반제재 소송은 이제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제재할 때마다 중국은 외교적 항의 성명을 넘어, 중국 내 법적 책임과 소송 위험을 동원해 맞설 수 있다.
4.
결국 이번 사건은 세계경제가 더 이상 하나의 규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미국은 달러와 제재 목록을 통해 세계경제의 행동 규칙을 설정하려 하고, 중국은 자국 시장과 법체계를 활용해 그 규칙의 역외 적용을 차단하려 한다. 중국의 대응 방식은 수동적 방어에서 보다 공세적·방어적 태세의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들은 효율이 아니라 법적 생존을 계산해야 하고, 국가는 시장의 중립성 뒤에 숨어 있던 권력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중국의 이번 차단법 금지명령은 작은 행정명령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거대한 시대 변화가 담겨 있다. 세계화의 시대가 시장의 통합을 약속했다면, 작금의 시대는 시장의 분절을 넘어 법질서의 분절을 예고한다. 미중 전략 경쟁은 이제 상품과 기술의 경쟁을 넘어, 누가 세계경제의 규칙을 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질서 전쟁으로 진입하고 있다. 5년간 잠들어 있던 법 하나가 발동됐을 뿐인데, 그 파장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티팟(teapot)이란 중국 산둥성에 밀집한 소규모 민간 독립 정유사들을 가리키는 업계 속어로, 국영 대형 정유사(CNPC, SINOPEC)를 '큰 솥(big pot)'에 비유한 데 대비해 '찻주전자'라고 불림. 핵심은 이들이 이란 등 제재 대상국 원유를 주로 수입·가공한다는 점. 국영 정유사들은 미국 금융망 접근을 잃을까 봐 제재 원유 거래를 꺼리지만, 티팟 정유사들은 해외 금융 익스포저가 작아 상대적으로 제재를 덜 두려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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