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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물 기업에 맞서는 토종 기업 만들겠다?

[밥&돈·11]"그들만의 '물 비즈니스', 더욱 목마른 우리"

물을 볼모로 얻은 이익, 또 하나의 불로소득

이러한 다국적 기업에 의한 상·하수도의 운영이 그나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 그리고 남미의 오지에서와 같이 안정된 상·하수도의 공급을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해당 국가가 그러한 자본을 투하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들이다.

이 때는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초국적 기업의 투자라도 받아들여서 당장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생활을 좌우할 수 있는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어쩌면 우선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세계적인 물 사유화는 이러한 자본의 그나마의 '생산적 기능'을 통해서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초국적 기업들이 그러한 대규모의 투자를 그에 상당하는 확실한 보상의 약속이 없이 행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이들이 이윤을 취하는 원천은 대부분 수자원이라는 인간과 사회의 존속에 필수불가결의 요소를 볼모로 움켜쥔 사회적 권력을 담보로 한 일종의 '지대(rent)'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산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 수익과 같은 불로소득에 가까운 셈이다.

따라서 상·하수도를 민영화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률적인 답을 할 수가 없다. 최소한 구체적인 상황과 실정에 비추어서 그것을 공공 서비스로 공급할 경우 그리고 민영화할 경우 각각에 따르는 경제적·사회적·인간적 비용을 폭넓게 고려하여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국적 물 기업에 맞서는 토종 기업 만들겠다?…민영화 고통은 어쩌고

이제 2007년 한국의 조건에서 우리가 과연 그러한 상·하수도의 민영화를 필요로 하고 있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는 인천 시민들의 뒤를 따라 곳곳에서 베올리아나 벡텔 수에즈 등의 실로 악명높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상하수도를 내어줄 이유가 있는가.

정부 관계자들은 다국적 기업이 아닌 '토종' 기업들에게 상·하수도 운영을 맡겨서 이를 통해 지구적 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을 키우는 것이 취지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겨우 한국 정도 규모의 물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이미 전 세계 물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에 맞설 '플레이어'를 키울 수 있다는 발상의 황당함에 기가 질릴 뿐이다.

게다가 정부가 한 쪽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EU와의 FTA를 생각해보라. 벡텔, 베올리아, 수에즈 등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들이 과연 그렇게 한국에서 새로 열릴 물 시장이 '토종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것인가.

백 번을 양보하여 그렇게 전 세계 물 시장으로 뻗어나갈 토종 물 기업이 나타난다고 해 두자. 그러한 기업 한 두 개를 키우기 위해 국민들 전체가 상·하수도 민영화의 고통을 그냥 감당하라는 것인가. 그 대가로 국민들이 얻게 되는 것은 또 무엇인가.
글의 순서

- "세계 10위권 '물 전문기업' 키우겠다"
- '물 비즈니스'로 '물 부족' 해결하겠다?
- "나머지 90%의 물도 시장에서 거래하자"
- "사업성 없는 지역에는 물 공급 안 한다"
- 먼저 '상·하수도 민영화'했던 나라들이 돌아선 이유는?
- 다국적 물 기업에 맞서는 토종 기업 만들겠다?
- "모든 문제는 경제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가 결정한다"
- '물 사유화'도 FTA처럼…"민주주의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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