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SBS가 사실상 '여론몰이'를 방불케 하며 2018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앞장서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 87.7% 재도전 찬성"…실패 5일만에 이뤄진 설문조사
지난 5일 IOC 총회에서 2014 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SBS는 일주일도 채 안된 10일 전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87.7%, 강원도민 77.3%가 2018 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찬성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SBS는 유치 실패 이후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평창 올림픽에 관심을 쏟아왔다. 지난 5일 이후 <8뉴스>를 통해 보도된 꼭지들의 제목은 '대한민국 국민들, '평창의 꿈' 접지 않았다!(12일)',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평창의 선택은?(13일)', '겨울 스포츠 메카로…평창의 꿈은 계속된다!(15일)', '8년의 노력 헛되지 않도록…평창 재도전 결의(18일)' 등이었다.
SBS의 적극적인 올림픽 유치 공세는 IOC 총회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치 도시가 결정되기 전날이었던 지난 5일 SBSi는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네티즌! 촛불 켜기'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 4일 <8뉴스>는 6꼭지, 5일 <아침종합뉴스>는 5꼭지를 할애해 발표 직전까지 대대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었다.
발벗고 나선 윤세영 회장, 그리고 중계권
이 같은 SBS의 '활약'에는 강원도 철원 출신으로 수년째 강원도민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SBS 윤세영 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014 평창 동계올림픽 범도민후원회 회장을 맡은 윤 회장은 2010년 올림픽부터 각계 IOC 위원들을 상대로 올림픽 유치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윤 회장은 유치 실패 이후 2018 올림픽 재도전의 필요성을 곳곳에서 역설해 왔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강원도 출신 또는 연고가 있는 10여 명의 국회의원을 초청해 동계올림픽 유치 재도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재도전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또 지난 18일 춘천에서 열린 범도민후원회 총회에서는 재도전 결의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윤 회장이 평창올림픽에 개인적인 열의를 쏟는 것을 문제삼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SBS가 2010 ~ 2016년 4번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국내 단독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14 동계올림픽 유치에 SBS가 유독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준다.
또 지난해 SBS는 2010 ~ 2014년 월드컵 중계권과 함께 올림픽 중계권을 '싹쓸이'하면서 차기 대회 중계권에 대한 우선협상권까지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일본 광고회사 덴쓰(電通)가 수십 년간 일본의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해 왔듯 향후 SBS가 국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의 독점 공급처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스포츠 중계 관계자는 지난 3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018년 이후에 개최되는 올림픽 중계권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치 재도전에 대한 SBS의 보도와 중계권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혔다.
알펜시아 리조트 시공 맡은 SBS 대주주 태영건설
그렇다면 아직 중계권 논의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은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 SBS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를 지켜보고 있는 강원도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관계자들은 SBS의 최대주주인 태영건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4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국내 최초 월드 클래스급'을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간 알펜시아 리조트. 1조2700억 원 규모의 이 리조트 건설에는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4 동계올림픽 유치가 실패한 뒤 알펜시아는 그 규모가 축소될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국제대회 개최가 이미 정해진 바이애슬론과 크로스 컨트리 경기장 이외에 건설 예정이었던 스키점프 경기장과 메인 스타디움 등의 시설은 현재로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태영건설은 바로 이 올림픽 관련시설이 밀집된 '올림픽 파크'의 시공을 맡고 있는 '태영건설컨소시엄'의 주도 회사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15일 SBS <8뉴스>는 '겨울 스포츠 메카로…평창의 꿈은 계속된다!'는 꼭지를 통해 "올림픽 유치는 실패했지만, 경기장과 리조트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다"며 "전체 공정율 24%,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스키점프대는 벌써 37%가 넘게 공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윤세영 회장와 SBS가 이해관계가 얽힌 올림픽 유치 및 경기장 건설에 노골적인 태도를 보이자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알펜시아 시공사인 태영 건설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윤세영 회장은 강원도민회 회장직을 이용한 재도전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도민회 회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올바른 평가 절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재도전하자는 것은 강원도에 대한 애향심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선의 아닌 사업적 이해관계 맞물린 여론 호도, 언론 역할 아니다"
사실 SBS가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과 관련해 '바람몰이'에 앞장 선 경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대회에서 '주관 방송사'였던 SBS는 우주인이 선발된 당일 <8뉴스> 보도꼭지 30개 가운데 13꼭지를 할애해 '한국 첫 우주인 후보 그 영광의 얼굴들', '한국의 우주 영웅 몸값은 과연 얼마?', 'SBS, 생생한 우주소식 전 과정 독점 생중계' 등 우주인 관련 보도로 내보냈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규찬 교수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두 차례 도전을 거치며 강원도민뿐만 아닌 국가적 사업의 성격을 띠게 됐다. 그것은 평창올림픽 재도전이 강원도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지금은 또다시 유치에 나서는 게 강원도민의 이해관계와 복지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문화에 어떤 파장을 미치는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언론 매체가 중립적 가치나 선의보다 사업적 이해관계에 맞물려 '여론 만들기'에 앞장서는 건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전 교수는 "SBS에게 평창올림픽 유치가 중계권이나 리조트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면 자칫 이런 드라이브는 오해를 살 수 있다"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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