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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BS 스포츠 중계권 '싹쓸이'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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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BS 스포츠 중계권 '싹쓸이'가 문제인가?

"방송사들 자율 해결 능력 없어…정부 개입해야"

SBS가 2010~2016년 동ㆍ하계 올림픽에 이어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계약함에 따라 방송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KBS와 MBC는 국제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 확보 경쟁에 개별 방송사들이 뛰어들어 과다 출혈 경쟁으로 중계권료만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폐해를 막고자 방송협회 차원에서 방송 3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리아풀'(Korea Pool)을 SBS가 일방적으로 깼다면서 법적 소송까지 언급하고 있다.

SBS는 스포츠에이전시 등이 막대한 중계권료를 제시하는 가운데 '코리아풀'이 중계권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협상력을 발휘해 중계권료를 따온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국익 보호 차원의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SBS는 또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더티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MBC와 KBS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포츠 중계권은 방송사들의 수익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방송사들 간의 분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도한 중계권료의 부담은 광고료 등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특히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의 경우 무료 보편 시청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방송위원회나 문화관광부 등 정부가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독일 월드컵 당시 과도한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방송 3사가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 방송하는 등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방송사들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도 이번에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BS와 MBC "SBS가 방송3사 사장 간의 협약 파기"

SBS는 최근 자회사인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의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7520만 달러(710억 원)에 따냈다.

SBS는 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2014년 월드컵(개최지 미정)을 한데 묶은 월드컵 중계권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아시아지역 월드컵 중계 재판매권을 사들인 일본의 광고회사 덴쓰(電通)로부터 최소 1억3000만 달러(약 1250억 원)에 독점 계약했다.

SBS가 독점 중계의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중계권료 합계액 6000만 달러(약 577억 원)에 비해 117%나 인상됐다. 또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료도 2002~2008년과 비교해 109% 올랐다.

SBS는 중계권료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KBS와 MBC 측은 월드컵의 경우 한국팀의 진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SBS의 독자 행동으로 중계권료만 높이게 됐다고 비난하고 있다.

올림픽 중계권의 경우 KBS와 MBC가 방송 3사로 구성된 '코리아풀'을 통한 협상을 벌이는 도중 SBS가 자회사인 SBS 인터내셔널을 통해 독자적으로 계약을 맺었고, 월드컵 중계권은 일본 덴쓰가 한국팀의 본선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요구해 '코리아풀'이 협상을 거부해 놓은 상태에서 SBS가 계약을 맺은 것이라는 게 타 방송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KBS와 MBC는 SBS의 독자 행동이 지난 5월30일 정연주 KBS 사장, 최문순 MBC 사장, 안국정 SBS 사장 등 방송 3사 사장들이 한 협약을 깬 것이라면서 법적소송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KBS 이동현 스포츠중계제작팀장은 "방송 3사 사장이 지난 5월 모여 방송협회 차원에서 구성한 코리아풀 이외에는 자사는 물론 계열사 등을 포함해 어떤 주체로도 독자적으로 계약에 응하지 않는다고 사인까지 했다"며 "이렇게까지 신의를 무시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방송 3사 사장들은 방송협회 산하에 '올림픽.월드컵 특별위원회'를 두어 창구를 단일화하고, 계열사와 계약사를 포함해 중계권과 관련해 어떤 개별 접촉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스포츠 합동방송 합의사항 문건'에 서명했다.

SBS, "너희들은 깨끗하냐"

하지만 SBS는 양 방송사의 이 같은 비난에 꿈쩍도 않는다. KBS와 MBC 일각에서 '협약 파기'를 이유로 '법적 소송'을 거론하지만 SBS가 IOC 및 일본 덴쓰 사와 각각 맺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계약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국제 계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 방송사가 실제 소송을 진행하기도 힘들거니와, 소송을 제기한다 할지라도 SBS가 독점 중계권을 따낸 게 무효로 돌아갈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KBS 관계자는 "방송협회 차원에서 방송 3사간 협약을 깬 SBS에 대해 향후 몇 년간 다른 스포츠 중계권을 안 주는 식의 불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BS는 또 방송사 간 협약 파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BS측은 또 "코리안풀이 '배신의 역사'로 점철돼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KBS나 MBC가 더 잘 알 것"이라며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물밑접촉이 치열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은 이미 MBC가 지난 2001년부터 메이저리그야구 중계권(2001~2004년)을 독점 계약하면서 촉발시킨 것이라는 게 방송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무작정 높은 금액을 제시해 일단 중계권을 따고 보자'는 식의 접근이 어려운 KBS도 지난 2월 방송 3사 합의를 깨고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와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중계권을 구입한 바 있다.

미국 뺀 대부분 나라 공동창구 구성정부가 중재 나서야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 간의 치열한 '암투'는 방송사들의 수익과 직결된 것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기간 동안의 광고수익과 시청률뿐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시청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방송사들 간의 '신사협정'은 애당초 매우 위태로운 것이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스포츠 중계를 방송사간 자율적 경쟁에 맡기고 있는 미국의 경우 대개 올림픽 중계의 경우 NBC가 거액을 들여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단기적인 시청률이나 광고 확보보다 전반적인 시청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NBC는 올림픽 중계 기간 동안 새로 개편될 프로그램 홍보를 하는 등 전반적인 시청률 향상을 꾀한다"면서 "우리 방송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는 이유도 점점 더 거대 스포츠 이벤트의 장기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방송사들 사이의 자체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방송위원회나 문화관광부 등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의 경우 독일, 이탈리아 등은 방송사들이 합의해 공동기구를 구성해 협상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올림픽, 윔블던 등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은 국제경기를 공공재로 파악하고 공영방송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도 국영방송인 NHK가 주도해 방송사들 간의 공동기구를 꾸려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료 만회하기 위한 '방송 폭력'도 없어져야

나아가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간의 과도한 경쟁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도 정부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

독일 월드컵 때 보았다시피 방송사들은 거액의 중계권료를 만회하기 위해 광고를 늘리고 올림픽과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중복해서 편성하곤 한다. SBS가 독점 중계권을 따낸 뒤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독일 월드컵 때처럼 방송 3사 사이에 중복 방송이 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고 한 변명이 오히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가졌던 것도 '방송 폭력'의 위세를 실감케 한다.

이처럼 과도한 중계권료의 폐해는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송사의 '폭력'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 때문에 차제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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