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일부터 5일간 전북 새만금 방조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인 'RaFFIS 2007–새만금 樂(락) 페스티벌'(www.raffis.or.kr)의 주요 행사 중 일부다. 민간단체인 '청소년 경제교육재단 새만금 락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전라북도, 군산시를 비롯해 새만금 공사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원회 대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윤 이그잼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17년이란 세월 동안 수 많은 환경·종교단체, 지역민 등의 거센 항의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조제 개발은 완공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서해안 비경들을 세계에 알리고, 국민과 세계인에게 새만금의 희망을 전하고 새만금의 아픈 상처를 같이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사 개요가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서울 여의도 조직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락 페스티벌은 총체적 사기극"이라며 "뭇생명을 유린하려는 '실체없는 유령', 새만금 락 페스티벌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죽음의 땅에서 즐거움을 노래하겠다는 것 자체가 극단적인 언어도단"이라며 "평화롭던 마을 공동체는 개발 광풍에 휩싸여 완전히 두 동강 났으며, 평생 갯벌을 일구며 삶을 꾸려왔던 이들은 유민으로 전락했고 심지어 죽음을 맞이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죽음의 땅에서 즐거움을 노래한다? 취지도, 내용도 부실"
행사의 취지 뿐 아니라 내용 자체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네스북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는 주요 행사들은 가시적 성과와 숫자에 대한 집착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직위원회 측의 홍보와는 달리 예정에 있는 협찬사나 정부부처, 공연 참가가수들 또한 협찬이나 출연을 승낙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농림부, 문화관광부, 전라북도, 군산시의 경우 확인 결과 후원을 한 사실 자체가 아예 없었다"며 "협찬사로 알려진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에 문의해본 결과 그들 또한 금시초문이거나 아예 협찬을 거절한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허황되고 졸속적인 추진으로 점철되고 있는 행사 자체가 실체없는 유령, 희대의 사기극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며 "대형 공연 기획 사기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선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행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모든 방법과 투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행사 중단 요구와 더불어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대항 페스티벌'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새만금사업에 반대하는 모임인 농발게(www.nongbalge.or.kr) 등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형태로 오는 8월 4일 전북 부안 대항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있는 갯벌배움터 '그레' 활동가 상용 씨가 <프레시안>에 새만금 락 페스티벌을 비롯해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는 "새만금 락 페스티벌이 끝물막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규모 페스티벌로 새만금을 둘러싼 논란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갈피 못잡은 국책사업, 특별법은 또 다른 혼란될 것
2006년 4월 21일 새만금간척사업 중 방조제공사의 끝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그 이후 계속된 보강공사와 방조제 외곽설비공사 등이 현재 진행중에 있다. 방조제의 완공과 내부의 공사를 포함하면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지는 알수 없다.
더욱이, 끝물막이 이후 방조제 내부 1억7만여 평의 활용에 대한 합의가 끝나지 않고 있다. 애초 1991년 착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사업의 용도는 농지조성으로 농림부가 주관사업자로 진행되고 있으나, 전라북도는 새만금특별법을 국회에 상정, 그 사업의 용도 및 주관부서를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만금 특별법의 핵심은 이 사업의 목적을 변경하는 데에 있다. 즉 애초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16년간 진행되어온 간척사업을 관광과 첨단산업단지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대선국면에 접어든 지금 각 대선후보자들은 새만금사업의 대한 각종 개발청사진을 내놓을 것을 선언하고, 그를 통해 전라북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대통령되려면 새만금 해야한다?
새만금사업은 그 출발부터 정치인들, 특히 호남을 발판으로 한 정치인들과 대통령들의 정치행각의 산물이었다. 이번 대선정국에도 앞선 정치놀음은 똑같이 재생될 것이다.
그런 징후는 얼마전 전라북도를 방문한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각 대선후보들의 발언에서 이미 예견이 가능하다. 이명박 후보는 '새만금은 경제논리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그 특유의 토목기업인다운 발언을 했고, 박근혜후보 역시 '9월 정기국회에서 새만금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대선정국과 새만금특별법 등 새만금사업을 둘러싼 논의들이 또다시 광풍에 휩쓸릴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라북도 군산에서는 '새만금 락 페스티벌'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기적, 환경, 공존, 희망, 약속의 새만금'이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인 이 행사(대회장 정재윤)는 "새만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띄어넘어 진정한 새만금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대규모 페스티벌로 논란을 덮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여전히 한국농촌공사와 전라북도, 참여정부와 정치인 등 이 사업의 계속적인 추진을 주장했던 세력들은 앞다투어 서로 다른 개발계획을 내놓고 있고, 각각의 이해관계에 휩쓸린 논란속에서 여전히 내부개발계획은 백지상태이다. 이런 지경임에도 현재 새만금간척사업은 우선 방조제의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어가고 있다.
새만금사업을 옹호하는 그들의 논란속에는 새만금방조제 끝물막이 공사 이후 진행된 환경의 변화, 생태계의 파괴, 지역공동체의 와해, 어획량 감소로 인한 지역 내 불경기 심화 등 지역주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있는 고통이나, 이후 얼마나 더 악화될지 모를 문제들에 대해서는 찾아볼수 없다.
얼마전 <BBC>와 <더 타임즈> 등이 '새만금방조제로 인해 철새들이 위기에 처했다'며 보도한 내용과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만금환경모니터링에서 지적된 새만금방조제 내 외측의 수질 변화, 갯벌의 변화, 저서생물 및 퇴적 환경의 변화, 지역사회의 변화 등에 대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락 페스티벌은 주최측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명예회장을 맞고 있는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는 이 행사 발대식에서 '10명의 대선후보자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공식적인 선언까지 한 것이다.
이렇듯 새만금 특별법의 국회상정과 대선후보자들의 새만금사업 이용, 게다가 새만금사업의 문제들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포장하려는 새만금 락 페스티벌이 끝물막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자랑하고, 새만금 내부개발이 관건이라며, 새만금을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정재연 대회장의 발언 역시 특별법이나 대선후보들의 개발공약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축제에 저항하는 사람들
새만금 락 페스티벌 행사에 대해 새만금갯벌을 지키는 계화도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 장송곡 대신 결혼행진곡을 트는 꼴"이라며 "죽음의 축제가 아닌 삶의 소중함을 지켜내는 일에 마음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새만금 락 페스티벌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 행사에 출연 예정인 유명 연예인들에게 홈페이지 등에 출연을 재고해 달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윤도현밴드'에게 "어두운 죽음의 옷자락이 바닷가를 서서히 덮쳐 가는 그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죽음의 방조제를 기념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도대체 노래란 왜 부르는 것일까요?"라며 물었다. 그는 "평화롭게, 아름답게, 때로는 과격하게, 거칠게 생명과 삶에 대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락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말것을 부탁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네티즌들은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 홈페이지인 농발게(www.nongbalge.or.kr)에서 의견을 나누며, 출연예정 연예인들에게 새만금갯벌과 관련된 사진과 편지 보내기, 인터넷 사이트에 글쓰기 등을 통해 새만금 락 페스티벌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새만금의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이들과 함께 대항 페스티벌도 준비하고 있다.
살살…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진
갯벌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자는 취지의 '살살페스티벌'이 이들이 준비하는 축제의 이름.
우리가 벌이는 페스티벌엔 유명연예인도, 그럴싸한 장소도, 기네스북 도전같은 이벤트도 없다. 다만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여는 축제라는 것. 참여자들이 캠프를 함께 준비하고, 거리와 도시 곳곳에서 새만금갯벌이 다시 살아날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거대한 오락장이 될 새만금 락 페스티벌 대신 아기자기하고 소박하며, 활기넘치는 '살살페스티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도록 홍보할 것이다. 또 자동차의 빠른 속도 대신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기로 했다.
살살페스티벌은 오는 8월 4일 부안군 대항리 해창갯벌에서 열릴 예정이며, 8월 2일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생태주의, 평화, 채식, 대안에너지 등 다양한 실험을 위한 캠프 '에코토피아'도 진행된다.
살살페스티벌과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은 8월 3일 전라북도 부안군을 출발해 서천군 장항갯벌까지 바닷길 걷기에 나설 계획이며, 전북지역의 사회단체들은 7월 20일 부터 22일 까지 군산미군기지 확장과 새만금사업의 중단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군산에서 부안까지 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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