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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겠습니다. 노태우, 노무현, 정동영, 강현욱…"

환경단체 "새만금 방조제 완공…깊은 슬픔을 표합니다"

새만금 방조제 끝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4월 21일, 환경단체는 깊은 실의에 빠졌다. 10년간의 새만금 간척 사업 반대 운동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탓이다. 환경운동은 과연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끝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이날 오후 1시께 직후 환경운동연합은 이례적으로 편지 형식의 논평을 발표했다. 새만금 방조제 완공을 보는 환경운동 진영의 착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논평을 전문 소개한다.〈편집자〉

***새만금 방조제 완공은 제2의 시화호 탄생, 깊은 슬픔을 표합니다**

정부는 1994년 1월 24일 6200억 원을 들여 시화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1996년,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우리 사회는 무모한 개발의 위험과 손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7000억 원 이상을 들이는 수질개선대책을 발표했으나, 대책이 될 수 없음이 드러나면서 계획들은 대부분 취소됐습니다. 결국 경기도 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친 5650ha 호수는 지금껏 용도를 찾지 못한 채 매년 50여억 원의 관리비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던 바다가 사라지고, 1조 원의 세금이 낭비되었으며, 끔찍한 환경재앙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10년이 지난 2004년, 경기도 화성시에 4482㏊ 화옹호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화옹호도 수질 악화의 우려를 피할 수 없었고, 한국농촌공사(前 농업기반공사)가 만든 방조제의 수문은 처음부터 열렸으며, 호수의 물을 사용할 수 없으니 농지 용도의 간척도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고,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 비용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충남 당진군의 석문호, 홍성과 보령의 홍보호 등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만금에 33km의 방조제가 막혔습니다. 마찬가지로 4만ha의 호수는 썪어갈 것이며, 갯벌은 이미 말라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갯벌, 헤아릴 수 없는 생물들의 터전이며, 2만여 주민들의 삶터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화호, 화옹호, 석문호, 홍보호에 이어, 그리고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을 부도로 이끌었던 서산매립지, 동아매립지가 그랬던 것처럼, 새만금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재앙과 막대한 경제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환경연합은 명백한 시행착오의 선례들과 새만금의 미래에 대한 과학적 자료에도, 새만금의 환상과 허위를 퍼뜨리는 지역주의 정치인들과 개발세력의 억지를 막아내지 못했고, 새만금 사업의 부당함을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사회의 탐욕과 거짓, 위선과 정략으로부터 새만금의 생명들을 지키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노력과 운동이 현명하고 강력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환경연합은 단군 이래 최대의 생명파괴, 최악의 국고 낭비 사업 앞에 깊은 슬픔을 표합니다.

***새만금 생명들에게 깊은 조의와 사과를 보냅니다**

개발독재 세력들이 펼치는 죽음의 굿판에 참담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절명의 비극을 맞는 새만금 생명들에게 깊은 조의와 사과를 보냅니다. 

혹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새만금 간척의 친환경적 추진에 협력하라고 하고, 타협안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방조제가 막히고 새만금 갯벌의 기능이 대부분 상실되는 상황에서, 환경을 위한 노력이란 의미 있는 개선을 가져올 수 없고 예산 낭비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식입니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이 죽어야 논란이 마무리된다며 공사를 강행하는 극단적인 정부와 우리는 절충의 길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따라서 환경연합은 이 바보스러운 국책사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실패를 지켜보고 증언하는 것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아가 새만금 생명들의 부활을 위해 간척지가 다시 바다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운동을 펼치겠습니다.

환경연합은 오늘 다음의 이름들을 거듭 기억하겠습니다.
 
노랑조개, 빛조개, 맛조개, 키조개, 떡조개, 진주담치, 왜홍합, 띠접시조개, 복털조개, 대추고동, 큰구슬우렁이, 피뿔고둥, 서해비단고둥, 갈고둥, 맵사리, 비단고둥, 토굴, 조무래기까개비,  분홍따개비, 가시불갓리, 거미불가사리, 가시불가사리, 별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 검은머리갈매게, 붉은부리갈매기, 재갈매기, 민물도요, 비오리, 새홀리기, 노랑부리저어새, 마도요, 말똥가리, 물닭, 갯그령, 갯메꽃, 갯댑싸리, 가는갯능쟁이, 나문재, 갯명아주, 갯질경이, 갯완두, 갯당근, 금불초, 파리풀, 말오줌때, 계요, 가막사리, 까마중….

득표를 위해 선거 직전 공약을 내세웠던 노태우 전 대통령,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의 신조를 뒤집은 노무현 대통령, 지역의 소외의식을 조장하는 지역주의 정치인 정동영 씨, 법원의 조정안을 비난하며 농림부장관 직을 사임한 김영진 씨, 전라북도지사 강현욱 씨, 유종근 씨, 억지논리를 내세웠던 수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지역여론을 호도한 지역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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