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대학들이 내년도 입시에서 실질적으로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정부가 '예산 지원 중단' 등 강력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내신 반영 비율 50%' 약속 깬 대학들, '무정부 교육' 정책 요구하나"
2008년 대입 전형에서 상위 40%에 해당하는 내신 4등급까지 모두 만점으로 처리하겠다는 연세대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의 계획에 대해 '내신 무력화 시도'라고 규정한 교육인적자원부는 13일 이들 대학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방침대로라면 이들 대학은 600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는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 300억 원이 배정돼 있는 인문학 육성사업에서 배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들이 지난 3월 내신 반영 비율을 50%로 하기로 해 놓고도 편법을 동원해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무정부 교육정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 대학들은 "과거 학생부 성적을 '수우미양가'로 평가할 때도 '수와 우'를 만점 처리해 왔다. 내신 4등급까지 모두 만점 처리하겠다는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부의 제재 방침은 새삼스러운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교육 외면 우려' 따른 내신 강화론 vs 강남ㆍ특목고 불이익론
입시 정책을 둘러싼 교육부와 일부 사립대학들의 갈등은 이미 여러 차례 불거져 왔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한 '3불(不) 정책'에 관한 대립이 대표적이다.
"한두 차례의 시험보다 학생들의 평소 성적이 대학 입시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수능 및 본고사 등의 비중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학생들이 학교의 일상적인 교육활동을 외면하고 사교육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일부 대학들은 내신을 중시하는 교육부의 방침 때문에 서울 강남 등 평균 학력이 높은 지역 출신 학생들과 특수목적고교 학생들이 불이익을 겪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런 반발은 "'지역 간 학력 격차'를 인정하라"는 주장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 선발, 등록금 책정 등에 대해 대학이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그리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매체들이 이런 주장을 강하게 옹호해 왔다.
이런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이냐'의 문제보다 '이미 뽑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냐'의 문제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또 강남 학생, 특목고 학생 등이 불이익을 겪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런 식의 공방이 대입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때마다 똑같이 반복돼 왔다. '내신 무력화 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방침을 계기로 교육부와 대학 간의 이런 공방이 또 다시 전개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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