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청와대에 1개 사단 규모의 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우리정부가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일제히 파병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노무현대통령에게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서 노대통령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정치인들, 당론이라는 그늘아래 숨지 말라"**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민주노동당 등 3백6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이라크 전투병 파병저지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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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대표로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미국의 다국적군 파병 요청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전략 실패의 고백이자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과 부담을 국제사회에 전가하려는 또 다른 일방주의의 표현”이라며 “자신들의 오판과 오만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추가적인 군비를 국제사회에 떠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의 파병압력을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장에 우리 군대를 보내 피를 흘리는 것은 미국과 함께 폭력의 악순환을 부르는 장기전의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더 이상 ‘실리추구’라는 얄팍한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고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파병거부에 따른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는 막연하고 모호한 것”이라며 “주권국의 정당한 정책적 판단에 보복행위가 운위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거니와 설사 그러한 부당한 압력이 현존한다면 그 실체부터 낱낱이 공개함이 순서”라고 파병을 주장하는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청와대가 지난 봄 스스로 ‘비전투병’ 파병을 강조해 전투병 파병이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며 “노무현 정부와 국회는 미국의 전투병 파견요청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당론이라는 그늘에 숨어서 파병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왜 남의 나라에 국론분열 일으키냐"**
천영세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정치권이 민생안전과 정치개혁에도 힘이 모자라는 판에 정부가 또다시 엉뚱한 일거리를 맡겼다”며 “특히 보수적인 언론과 정치권이 스스로도 마음속으로는 잘못된 것이지 알면서도 우리 헌법에도 위배되는 침략전쟁에 전투병 파병까지 주장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종속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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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연합대표는 “최근 자료에 다르면 최소한의 경비로 계산해도 1개 사단을 외국에 보내는 비용이 2천7백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엄청나게 혈세를 낭비하고 명분 없는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한 대가를 능가하는 큰 국익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정부의 ‘국익론’을 비판했다. 정 대표는 미국에 대해서도 “감당하지도 못할 전쟁을 일으키고서 왜 남의 나라 국론분열까지 일어나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민중연대 대표인 홍근수 목사는 “미국이 주장하던 대량살상 무기는 지금 이 시간 까지도 이라크에서 나오지 않았고 미국의 석유지배와 세계패권을 위한 추악한 전쟁이었음은 이미 세계가 다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라크 국민들이 스스로 자율적인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억압하는 미군의 물리적인 압박에 힘을 더하기 위해 우리 전투병이 파병되는 것은 양심과 윤리가 있는 국민이라면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상하 민교협 대표는 “월남파병 후 아직도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은데 원자탄이나 다름없이 낙진이 생기는 우라늄탄이 수천발이나 떨어진 곳에 명분도 없이 우리 젊은이를 보낼 수는 없다”며 “우라늄탄에 의한 ‘제2의 고엽제 후유증’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를 할 작정이냐”고 정부에 물었다.
통일연대 대표인 한상렬 목사는 “지금 국익을 내세워 다른 나라의 불행과 전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우리가 ‘타락한 나라’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목사는 “노 대통령이 지난 5월에 파병을 할 때만 해도 ‘전투병파병이 아니고 미국과 한미회담을 앞둔 시점이라 어쩔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해가 시민단체들 사이에도 있었지만 그 후에 돌아온 것은 노대통령의 ‘굴종외교’ 뿐이었다”며 “진정한 국익은 민족자존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면 노 대통령은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지키는 자리로 제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민노당, 노대통령에게 이라크 파병 '국민투표' 요구**
전투병 파병반대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달 중 공동으로 전 세계 반전운동단체들과 연계해 추가파병에 대한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범국민 반전캠페인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또 향후 추가파병 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회 앞 항의시위를 전개하고 오는 27일 전 세계에서 공동으로 진행될 예정인 대규모 반전시위에 추가파병 반대를 중심 이슈로 내세울 예정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와 별도로 17일 권영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서한을 노무현대통령에게 보낸 뒤, 이날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권영길 대표를 시작으로 당직자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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