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운찬 빠진 범여권, 대선로드맵 '대략 난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운찬 빠진 범여권, 대선로드맵 '대략 난감'

[정운찬 충격의 파장] 충청권 '삐그덕'…대통합 계획도 '차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마저 30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율만 따지면 1%대에 불과한 10여 명의 대선주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빠진 것이지만, 범여권이 입은 심리적 충격은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때와 비교될 정도다.

정치인 출신이 아니면서도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정 전 총장이 스스로 대권 도전을 포기함으로써 범여권의 대선 경쟁은 다시금 기존 정치인들만의 리그가 될 공산이 커졌다. 참신한 외부인사들이 주도하는 통합신당 창당이나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을 노린 범여권의 대선 로드맵도 원점에 가까이 회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충청권 전략 '대책 없음'

정 전 총장 불출마의 가장 큰 타격은 지역 전략의 왜소화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대부분의 정파는 대선의 기본 구도를 '호남+충청+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서부벨트 복원으로부터 그려 왔다. 최근 주목받았던 소위 '정(동영)-정(운찬)-손(학규)' 연대도 지역적으로 이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충청권 유력 주자였던 정 전 총장의 출마 포기에 따라 범여권의 지역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정대철 고문은 "오늘부터 그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도 "그런 점에서 정 전 총장은 유의미한 후보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 의원은 "호남이 97년에 호남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2002년에는 영남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데 이어 충청도 대통령을 만들어 지역주의 극복의 대장정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것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와 연관해 국민중심당의 '몸값'이 한층 상승하게 된 점이 범여권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념과 노선에서 한나라당과 더욱 가까운 국중당이 범여권이 구상하는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동참할지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정 전 총장의 존재를 97년의 'DJP 연대', 2002년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버금가는 충청권 흡입 구상으로 가다듬어 온 범여권으로선 대단히 난감한 상황의 전개다.

이는 연쇄적으로 호남 기득권의 강화라는 파급효과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인물 중심 정당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강조한 대목은 지역 기반을 토대로 국민중심당과 '호남+충청' 연대를 강하게 추진해 나갈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칫 범여권의 대선 전망이 민주당과 국중당의 '지역 원리주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선 로드맵 새로 짜야 할 판

대선후보들 간의 연석회의도 성사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를 물밑에서 추진해 온 정대철 고문은 "전반적인 정치 일정을 감안했을 때 일정을 미룰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병두 의원도 "지금까지는 외부인사들의 결단을 기다리며 내부에서는 관망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내부에서 동력을 살려 외부의 합류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 연석회의를 각각 추진해 온 원로 종교인, 지식인, 시민사회 등의 움직임을 통합원탁회의로 묶는 제정당 연석회의를 통해 결단과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정대로 5월 중순 께 연석회의가 마련된다고 해도 정운찬 전 총장이 빠진 연석회의에 대한 주목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연석회의 테이블의 최대치가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한명숙, 김혁규 등 열린우리당 출신이거나 아직도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기존 주자들만의 리그로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로 우리당'인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탈당의 부담감이 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연석회의에 당장 참여하기보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세탁 과정'을 거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내심 '손학규-정운찬 연대'에 관심을 가졌던 손 전 지사에게는 '열린우리당 주자들만의 리그'에 합류할 만한 매력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유일한 외부주자' 문국현, 결단할까?

이에 따라 주목되는 부분은 정 전 총장 낙마 뒤 유일한 외부주자로 남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거취다. 일각에선 "문 사장이 스스로를 정 전 총장의 대체재의 역할로 판단해 온 만큼 정 전 총장이 물러난 이상 그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병두 의원도 문 사장의 참여를 유력하게 봤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는 '정책적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어 직접 대선후보로 뛰어들지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는 게 범여권 인사들 다수의 관측이다.

이처럼 대선후보 연석회의가 '도로 우리당'으로 귀결될 경우 범여권의 원심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해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정 전 총장 영입 실패가 확인된 이상 의원들의 일차적인 불만은 조속한 당 해체로 맞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당 해체가 곧바로 통합신당 추진의 동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김근태 전 의장이 이날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민주당도 담을 허물어야 한다. 민주노동당도 평화민주개혁의 대의에 복무해 역사적 성찰을 시작해야 마땅하다"고 밝힌 부분이 예사롭지 않다. '중도통합'에 방점을 둔 범여권 다수와 달리 민노당까지 아우르는 개혁연대 쪽으로 한발 이동했음을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개혁진영의 전열정비 구상을 가다듬어 온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이 외부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독자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별개로 친노계 의원들과 한명숙 의원 등 일부 대선주자들이 우리당 해체에 동의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훨씬 멀고 어려운 길을 돌아가야 하는 '대통합 신당'

결국 열린우리당 등이 정 전 총장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대통합 신당' 추진에 대한 속도내기를 다짐했으나, 주관적 의지 외에 통합의 여건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연석회의 흥행→통합신당 견인→오픈프라이머리 흥행으로 이어지는 범여권의 대선 골격이 정운찬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