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30일 본격적인 독자세력화에 나섰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지지모임인 '선진평화포럼'의 발족식에서 "선진과 평화의 깃발을 높이 들고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어나가자"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의 시작을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발족식이 열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맞은편 세실 레스토랑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정치세력화를 추진해낼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며 불출마를 선언해 손 전 지사의 '새로운 중심'의 버팀목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의식한 듯 손 전 지사는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한국의 새로운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손 전 지사가 내심 바랐던 '손학규-정운찬 연대'가 무너진 데에 따른 상실감의 표현으로 읽혔다.
손 전 지사는 한편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범여권의 대선후보 연석회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인 제의를 받은 바 없다"고 거리를 뒀다.
"'융화동진(融和同進)의 정치' 하겠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격려사에서 기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며 '비노비한(非노무현-非한나라당)'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화두로 '융화동진(融和同進. 모두 화합해 함께 전진함)의 정치'를 제안했다.
특히 그는 4.25 재보선 결과를 들어 "이번 선거를 통해서 국민은 부패한 수구와 무능한 좌파에게 레드카드를 번쩍 치켜들었다"고 지적한 뒤 "'국민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급급해 국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우로 가르고, 동서로 나누고, 상하로 찢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역사의 뒤편으로 떠나보내야 한다"며 "70년대 개발논리, 80년대 대결구도에 파묻혀서 기득권이나 챙기고 세몰이에 열 올리는 '부패 정치', '무능한 정치'는 이제 버리고 가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손 전 지사는 "융화동진의 정치는 중간을 가거나 중립을 지키는 기회주의 정치가 아닌 국익과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라며 "시류에 흔들거리는 포퓰리즘이 아니고 원칙을 지키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스스로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미 FTA를 찬성했으며,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서 정파를 달리하면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지켰다"는 등 자신의 중도우파적인 행보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19일 새로운 정치를 열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거친 광야로 나왔지만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 청년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정치를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발족식에는 3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포럼 발기인으로는 박형규 목사, 명진 스님, 김화태 신부 등 종교인과 김지하 시인, 소설가 황석영 씨, 국악인 김영동 씨, 만화가 이현세 씨 등 예술인, 이종수 한성대 교수와 박창호 서울대 공대 교수 등 학계 인사와 기업인 등 7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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