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언론의 보도가 재계에 편향적인 데다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에 대한 현직 기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23일 오후 YMCA에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 주최로 열린 ‘언론의 재계 편들기 어느 정도 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단체임금협상 타결에 대한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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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
조일준 한겨레신문 여론매체부 기자는 “기자들이 사측이 준 보도자료 만 보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언론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사내에서 동료를 통해 입수하는 정보나 다양한 정보보고를 통해 사건의 본질이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기사화하지 못하는 기자들이 문제와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기자는 현재 국내 상장사 중 최고연봉을 받는 곳이 SBS이며 모 신문사의 9년차 기자가 1억에 가까운 연봉과 법인카드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연 이들이 현대자동차의 노동자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일부신문이 현대자동차의 임금상승으로 협력업체나 하청기업 비정규직 노동자가 더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 것에 대해 인터넷에서 한 네티즌이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겼냐’고 반문하고 ‘무한이윤 추구하는 자본의 목적에 따라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고용의 유연성을 재계와 언론이 추구한 때문’이라고 지적한 글을 읽고 “기자로서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기자들 스스로 시각을 점검해야할 때**
이경호 KBS 노동부 출입기자는 “요즘 언론사에 입사하는 신입기자들의 구성을 보면 대충 20명 중에 한사람이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나머지 인원 중 15명은 강남출신이고 3~4명은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이라며 “보통 집안배경이 사업가이상이고 군인이면 ‘4성장군’ 자녀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계급이나 이익에 반하는 노동자의 입장이나 처지도 이해하며 보도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문제는 앞으로 이런 일이 갈수록 더 심해 질 것으로 보여 취재현장에서 기자들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세계5위의 자동차회사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5천만원 연봉으로 받는 것이 ‘문제점’으로 여기는 기자들 스스로의 시각에는 왜곡된 점이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점검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동준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한국 등 6개신문과 KBS·MBC·SBS 지상파3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언론이 내용과 수치상으로도 재계 측에서 편향된 입장을 보였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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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균형감각 보여**
김 연구원에 따르면 신문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노사합의에 대한 보도태도에서 조선일보(85.0%), 동아일보(71.4%), 중앙일보(70.6%), 한국일보(57.1%)등으로 부정적 논조가 압도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신문은 나머지 기사들에서도 중립적인 내용이 있을 뿐 긍정적인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긍정적 기사와 중립적 기사가 각각 1건과 3건이었고 특히 주목할 것은 경향신문으로 중립적 기사7건에 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가 1건씩으로 보도에 균형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또 “동아·조선·중앙·한국일보 등은 현대자동차의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5천만∼6천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으나 이번에 타결된 단체협상에 따르면 연장근무수당을 제외한 평균 연봉은 3천425만원이며, 각종 휴가를 포기하고 하루에 약 6.7시간을 연장 근무해야만 6천만원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신문들이 문제로 삼은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휴일과 휴가일수’에 대해서도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법정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때가 적지 않은 데다 쉬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휴일 수가 과장됐다"고 지적하는 기자칼럼을 실었지만 조선일보는 177일, 동아일보는 173일, 중앙일보는 182일', 한국일보는 183일’ 등 ‘세계최고수준’이라고 강조를 했으나“우리나라 노동자가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수는 78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임이 밝혀졌다”며 부정확한 보도를 비판했다.
***SBS는 보도내용이 재계주장과 유사 해**
김 연구원은 “타결된 협상안에 들어있던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도 4개 신문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지적했고 한겨레신문은 재계의 과장된 주장과 반발을 지적했고 경향신문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실었다”며 “문제는 새로운 것이 없는 고용안정협약의 수준이고 무엇보다 그 내용이 현재 시행중인 ‘근로자참여와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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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구원은 “방송의 경우 KBS와 MBC에서는 부정적 보도보다 중립적 보도가 다소 많았으나 SBS에서는 부정적인 보도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SBS는 임금수준, 휴일 수, 노조의 경영참여 등에 대해서 재계의 주장과 거의 유사한 보도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이번 협상에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대한 합의도 이뤄졌으나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하고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 태도만 부각해 노·노 갈등양상으로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노조원, "기자들이 노동자가 월급을 많은 것에 기분이 불쾌한 듯"**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현대자동차 조합원 이재인씨는 “지난 2년간 31명이나 산재로 사망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던 기자들이 노동자가 월급을 많이 받는 것에는 기분이 불쾌한 것이 있으셨던 것 같다”고 꼬집고 “휴가는 무조건 모두 다 가는 것으로 계산을 하고 월급은 휴가를 다 반납하고 매일 야근에 휴일도 특근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액수에 회사와 개인이 함께 부담하는 기금까지 다 합치고 세금도 안 뺀 액수로 계산한 보도를 보고 조합원들이 다양하게 ‘거친 말’을 했다”고 언론보도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언론인은 토론을 마치며 “현대자동차의 임금협상이 있기 직전에 조선일보는 ‘기능올림픽 우승한 기술자가가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와 기업의 푸대접을 꾸짖었고 중앙일보는 근로자들의 빈민화를 우려하는 연재물까지 실었다”며 “논조의 일관성도 없으면서 사안에 따라 사실도 틀리게 왜곡보도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 대형신문사들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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