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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고요?"

장애인 2명이 노대통령 앞에서 기습시위 벌인 이유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장차법)에 대한 서명식이 진행됐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으며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차법'이 4년만에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장애인을 악의적으로 차별한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되는 등 차별에 대한 처벌과 차별로 피해를 본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서명식 도중 갑자기 두 장애인의 기습시위가 벌어졌다. 장차법 제정에 앞장서 온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 공동대표 자격으로 초대된 박경석, 박김영희 두 대표가 벌인 시위였다. 이날 모임에는 장애인 60여 명이 초청받아 참석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 대통령 앞에서 미리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펼치며 시위를 벌였지만 경호관들의 제지로 약 3분 뒤 밖으로 퇴장당했다. 이어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보건복지부, 노동부의 업무보고가 이어졌고 곧바로 유시민 복지부 장관 사회로 장애인 참가자들의 의견발표 및 질의 답변이 이어졌다.

기습시위를 벌인 그들은 대통령 앞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교육지원 미비, 시설비리 문제…갈 길은 멀다"
▲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현수막을 펼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김영희 장추련 공동대표 ⓒ연합뉴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은 물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터트릴 때가 아니다."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습시위'에 대해 "현 상황이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축배를 들 수 없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도 장애인교육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고, 시설비리 근절을 위해 서울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있으며, 6개 단체가 모여 활동보조인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갖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달 26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에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안과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특수교육진흥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돼 있지만,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논의가 막혀 있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하기엔 산 너머 산인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역시 장애인운동계에서는 너무나 오래 된 사안이다. 지난해 종로구청 앞에서 100일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벌였던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성람공투단)'은 지난달 26일부터 서울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동당 현애자, 열린우리당 강기정,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총 25명은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고, 지난 1월 24일 보건복지부 역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을 받는 시설 법인은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시·도 사회복지위원회 추천을 받아 선임하도록 하는 '공익이사제도'에 대해 기독교계의 일부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예정돼 있는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이 '개혁입법'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돼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번 달부터 실시되고 있는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의 자비부담 문제를 비롯해 저상버스 도입 확대 문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조례 제정 등 장애인들이 일상적인 자립 생활을 하기 위해 성립돼야 할 사회적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 "대부분의 대선 과제가 완료됐다"

이날 행사장에서 박경석 대표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노 대통령을 향해 "이번 행사의 모토는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지만 장애인들은 교육조차 못받고 대우도 못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아셔야 한다"며 "서명하기 전에 다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중단하지 않으면 바깥으로 내보내겠다"고 말했고, 결국 이들은 휠체어를 탄 채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그 뒤 노 대통령은 서명식을 마무리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일"이라며 "앞으로는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이 실현되는 사회'를 공약했다"며 "대부분의 과제가 완료됐고 장애인 복지지출이 2002년 1조2000억 원에서 올해 2조6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동안 정부가 잘못한 정책들 때문에 이렇게 많은 투쟁을 벌이면서 장애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지난 한해동안 각 장애인 단체들이 농성을 벌인 날을 모두 더하면 400일이 넘는다"던 장애인단체 관계자의 한숨 섞인 토로와 사뭇 대조되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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