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을 뒤로 하고 선물 보따리를 안은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 '장애인 복지시설'이라는 낱말에서 쉽게 연상되는 장면이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100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런 장면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비리의 철저한 규명과 척결.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성람재단의 실상은 끔찍하다. 공금횡령, 시설 수용자에 대한 학대와 성추행…등.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추악한 일이 다 일어났다.
이사장의 친구와 아들이 대신 들어서서 문제 해결?
이런 혐의를 인정한 법원은 지난 7월 성람재단 전 조태영 이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 앞에서 100일째 자리를 지켜 온 이들이 보기에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조 전 이사장의 친구가 이사장 대행을, 조 전 이사장의 아들이 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하는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 해 온 이들은 "비리 연루자의 지인과 가족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2일 오전 국회에서 나왔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과 '성람재단 비리 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을 위한 전국연대회의'로부터다.
현애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제출 예정"
이들은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를 이사 정수의 3분의 1 이상 선임 ▲ 임원ㆍ시설장의 자격 요건 강화 ▲ 인권침해가 발생한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 ▲ 법에 시설 운영위원회 구성을 명시 ▲ 시설 이용자의 입ㆍ퇴소권 보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도모하고 입ㆍ퇴소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하는 규정이 절실하다"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17대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위원회의 동의를 구하는 원내 활동은 물론, 3보1배 행진 등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 의원은 "에바다 복지회부터 최근 성람재단까지 사회복지시설 내 비리와 인권 침해의 공통점은 가족과 지인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문제의 핵심이었다는 것"이라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공익 이사제가 마련되면 시설의 공공성이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에 올라 "성람재단 비리 척결" 외쳐
한편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도 이런 내용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성람재단 비리 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 소속 단원 10여 명은 이날 낮 12시50분께 이순신 장군 동상 밑에서 30여 분 동안 기습 시위를 벌였으며 안모 씨 등 2명은 동상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안 씨 등을 끌어내린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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