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보일배로 거리에 나선 장애인들의 절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보일배로 거리에 나선 장애인들의 절규"

'공익이사제' 도입 촉구…광화문-여의도 행진

"지긋지긋한 시설비리와 인권유린, 끝장내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하고, 공익이사제 도입하자!"

가을비로 기온이 뚝 떨어진 27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비장한 그 내용과 달리 작고 연약했다. 비옷만을 걸친 채 함께 구호를 외치는 다른 비장애인들의 목소리도 비바람이 몰아오는 추위에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광화문에서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까지 약 7.5km의 거리를 삼보일배로 행진하겠다고 선언하는 이들 50여 명의 표정은 모두 비장했다. 한 행진단원은 "우리가 할 고생은 시설에 갇혀 고생하는 장애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으로 구성된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은 27일 1시부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사회복지법인 공익이사제 도입을 기원하는 48시간 연속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지긋지긋한 시설비리, '공익이사제'로 끝장내자"
▲ 27일 종로구청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는 '성람재단 공동투쟁단' ⓒ프레시안

공동투쟁단은 조태영 전 성람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방치한 이사진 해임을 요구하며 지난 7월부터 종로구청 앞에서 농성을 전개했다.

이들의 요구에 결국 종로구청은 성람재단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법인 이사회 운영과 관련, 업무를 부정하게 처리한 임원 6명에 대하여 해임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도 조 전 이사장의 친구가 이사장 대행을, 조 전 이사장의 아들이 이사를 맡고 있는 상태다.

성람재단 사태는 그간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침해를 비롯해 부당노동행위, 비민주성 문제 등을 유발해왔던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선임방식에 대한 논란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 14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열린우리당 강기정,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총 25명은 '공익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은 △사회복지법인은 이사의 3분의 1 이상을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선임할 수 있도록 할 것 △운영위원은 시설이용자 또는 시설이용자의 보호자 대표, 시설종사자 대표, 지역주민, 후원자 대표, 관계공무원, 공익단체에서 추천한 자, 시설 운영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관할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이 임명 또는 위촉할 것 △보건복지부 장관은 직무태만 등에 대해 임시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임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신설했으며 △시설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권침해를 할 경우 임원의 해임을 명령하고 조건 및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첨가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사회복지법인의 현실"
▲ 행진단은 삼보일배 행진에 앞서 '철장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삼보일배의 첫날인 27일은 1996년 배고픔과 추위, 강제노역과 폭력을 견디다 못한 농아들이 비리재단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던 '에바다복지회 사태'의 1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박경석 대표는 "10년이 지났지만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은 반복돼 왔다"며 "에바다 사태에서 청암재단, 광주인화학교, 상애원, 성람재단으로 악순환의 고리는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악순환의 원인은 바로 침묵의 카르텔"이라며 "정부의 침묵, 시설이사들의 침묵,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들의 침묵, 그리고 국민들의 침묵이 중증장애인들의 인권침해에 침묵하는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행진단은 삼보일배 출정식에서 "이번 48시간 연속 삼보일배 행진은 그동안 폐쇄적인 시설 안에서 인권유린에 시달려왔던 시설생활인의 고통을 상징하며, 더 이상의 시설비리와 인권유린을 우리사회가 용납하지 말자는 국민적 호소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이름없이 죽어간 이들, 갖은 폭력과 성폭력의 대상이 되어온 이들, 외출한번 하지 못한 채 강제적인 노동에 동원되고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종신수용소처럼 시설에서 살아간 이들의 아픔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갖은 방법 써도 여론화 안되더라"
▲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삼보일배 행진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차도에서 진행하려던 이들은 경찰의 제지에 가로막혔다. ⓒ프레시안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광화문 사거리에서부터 삼보일배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막혀 1시간 가량 지연됐다.

경찰은 "인도 위에서 행진한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차도 행진은 안된다"고 밝혔으나 농성단 측은 "인도에서 진행하겠다고 신고한 뒤 차도에서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고 약속했다"며 항의했다.

경찰이 "교통이 막혀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행진단은 '차도 위 행진'을 보장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경찰과 장애인 활동가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현재 6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연행된 상태다.

삼보일배 행진의 선두에 섰던 현애자 의원은 "장애인들이 이 궂은 날 고생을 하려 하는 의도를 경찰들은 왜 몰라주나"라며 차도 행진을 막는 경찰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에바다 사태 해결에 앞장섰던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장애인 시설비리 문제는 사회적으로 전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며 "무관심한 여론을 환기시키려 이런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이 장애인단체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총 45개의 인권단체, 장애인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약 434명이 참가할 예정인 이번 삼보일보 행진은 27일과 28일 충정로역, 마포역을 지나 29일 정오 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는 공동투쟁단 ⓒ프레시안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