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에 의해 사망한 하메네이의 아들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개적인 살해 위협에도 이란이 이를 공식화하면서 항전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타스님> 통신은 8일 "이란 전문가 회의(Assembly of Experts,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는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이슬람 혁명의 새로운 지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1989년 이맘 호메이니 서거 이후 37년 간 이란을 이끌어 온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순교한 후, 최고지도자 회의는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이슬람 혁명의 세 번째 지도자로 선출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문가 회의의 성명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번 성명에서 "최고지도자 회의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순교한 이맘 하메네이를 비롯한 최고지도자들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고,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 행위를 규탄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최고지도자 회의는 이맘 하메네이의 순교 직후, 전시 상황과 적의 직접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헌법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지체 없이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고 추대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전문가 회의는 철저하고 광범위한 검토를 거쳐, 종교적 의무에 따라 8일 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제3대 이슬람 혁명 지도자로 선출하고 추대했다"며 "전문가 회의는 이슬람 혁명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의 활동을 감독한다. 회의 구성원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8년 임기로 선출된다"고 설명했다.
최고지도자 선출 직후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신임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고 이슬람 혁명의 가치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IRGC는 "신임 지도자 선출은 새로운 도약이자 이슬람 혁명과 이슬람 공화국의 새 국면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신임 지도자 선출로 이란 국민은 하메네이의 서거라는 쓰라린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지도자 선출은 전문가 의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영국 공영방송 BBC는 혁명수비대도 선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들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 정부에서 사실상의 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란 국영 TV 방송에서 전문가 회의가 공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 소집되어 새 최고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현재의 민감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이끌 수 있다며, 새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이들은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선출돼도 제거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이에 이란이 새 지도자를 선출했는데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ABC 뉴스에서 미국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임명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만약 그(새로운 최고지도자)가 우리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4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 테러 정권이 임명하는 어떤 지도자든 명백한 제거 대상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이란이 새 최고지도자 선출을 공식화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항전 의지를 높이고 내부 결속을 다져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조건 항복' 요구에도 불구하고 테헤란에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후에 나왔다"고 전했다.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구성된 임시 지도 위원회의 구성원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앞서 테헤란은 휴전을 원하지 않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응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 역시 "젊은 하메네이의 권력 승계는 이란 정권 내 강경파들이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며 "이란 정부가 단기적으로 협상이나 합의에 응할 의지가 거의 없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백악관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선출에 대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지도부를 "무자비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모즈타바가 하메네이 집권 때도 이미 막후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활동했기 때문에 최고지도자로서 역할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란 내 역풍을 우려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란에 발생한 시위 과정에서 정부가 최소 수천 명의 시위대를 살해했는데, 모즈타바를 이를 계승한 인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메네이가 생전 최고지도자 자리를 세습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온 상황에서 모즈타바 선출을 강행할 경우 이에 대한 내부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모즈타바가 후계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는데 "만약 그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의 팔라비 왕조를 연상시키는 세습 체제를 만드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하메네이는 공개 강연이나 금요 설교, 정치 연설 등을 자제하며 대체로 조용히 지내왔다"라며 "수년 동안 그가 신정 체제 내에서 떠오르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란인들은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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