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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포위된 개혁'의 한계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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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포위된 개혁'의 한계로 실패"

노대통령-진보진영 논란…"'이명박 묻지마 지지'가 민주주의 위기"

설 연휴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진영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진보진영을 강도높게 비판한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글에서 넓은 의미의 진보 진영으로 분류될 수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돕지는 못할 망정 어려운 처지인 참여정부와 저를 흔들고 깎아 내리는" 일부 학자들과 시민사회세력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했지만, 이에 대한 진보진영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진보개혁세력의 분열은 애당초 지지세력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참여정부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군기지 평택이전과 같은 갈등적 이슈에서 보여준 참여정부의 비개혁적 태도에 실망해 진보개혁세력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참여연대 운영위원장)는 주장했다.
  
  손 교수는 21일 오후 민주노동당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민주진보 진영의 2007년 대선전략-진보진영의 위기 대반전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발표할 발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 전에 배포된 손 교수의 발제문은 노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이 있기 전에 쓰여진 것이지만, 연말 대선과 관련한 진보진영 내 토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글에 대응하는 지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1일 토론회에는 노 대통령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학자들 가운데 손호철 서강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 '포위된 개혁'이라는 한계 안고 시작"
  
  손혁재 교수는 이 발제문에서 "참여정부는 무능력하고 비개혁적이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포위된 개혁'으로 처음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대개혁입법 추진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불러왔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진보개혁세력의 반발을 불렀다"고 보수-진보 양면으로부터의 저항을 지적하며 "참여정부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수구적 저항 전선을 뚫지 못한 것은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진보개혁세력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참여정부의 노선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유연한 진보'라고 붙이고 싶다. '교조적 진보'에 대응하는 개념이라 생각하고 붙인 이름"이라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기반한 현 정부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현 정부 정체성에 대해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이같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정권이므로 비판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처럼 '정체성'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는 평가도 있다. 조희연 교수는 최근 <레디앙> 기고문을 통해 "현 정부가 '헤게모니 정치'를 실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가 지나치게 정체성에 집착해 집권 기반을 협소화했을 뿐, 보수적 대중의 동의를 얻어내 함께 가는 기반 확대 전략을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이슈에 대한 무기력과 혼선이 근본 원인
  
  현 진보진영의 분열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민주화와 사회발전 과정에서 생긴 분열과 좌절로 인한 작은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손혁재 교수를 포함한 진보세력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나날이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커져만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는 근본적인 시각 차이라는 것.
  
  손 교수는 "진보개혁세력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확인시켜준 것은 지난해 치러진 5.31 지방선거"라면서 "특히 열린우리당은 2004년 이후 과연 무엇을 했나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부동산/일자리/교육의 3대 사회경제이슈가 국민 선택의 기준이었고,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집권세력의 무기력과 혼선이 무능한 민주정부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평가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입장이 양분된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통한 양극화 심화를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조희연 교수는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의 '주관적' 오류보다는 '대안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시장 중심의 세계 질서(신자유주의적 지구화)라는 외부적 조건에 더 무게를 뒀다.
  
  "현 민주주의 위기, 가볍게 볼 수준 아니다"
  
  손혁재 교수는 이어 "현 단계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회의는 매우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민주주의 위기론'을 주장했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징표로 일제의 식민통치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고, 해방 후 군사독재가 찬양받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뛰어난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선거법위반에 의한 국회의원직 박탈 전력, 서울시장 재직 당시 황제 테니스 사건, 서울시 봉헌 발언, 히딩크 사진 사건 등 결코 작지 않은 윤리적 문제점을 가졌다"며 "이런 결함들이 최고의 '공적 시민(public citizen)'이어야 할 대선 예비주자로서 자질 평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동일선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명박 신드롬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3김의 퇴장과 더불어 이제는 사라진 것으로 간주된 '메시아주의'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면서 "대표적인 '현대맨',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이 전 시장이 '청계천'에서 보여준 추진력과 현대 CEO로서의 '경제적 능력'을 발휘해 우리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영웅'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참여정부에 들어와 더 확대된 양극화와 부진한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론 등이 국민들을 이 전 시장의 결함에 관대하도록 만들었다"면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철저하게 검증하고 응징하는 국민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전 시장 등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묻지마 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이같은 '묻지마 지지'가 12월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그는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라면서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는 희망,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희망, 내 집 마련이 쉬워질 거라는 희망, 교육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희망,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될 거라는 희망, 노후가 보장될 거라는 희망. 그러나 이런 희망들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국민들은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지금의 높은 지지도나 멋진 새판짜기가 승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서 "국민들은 희망을 주는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지만 구호에 그치는 희망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토론회에는 손호철 조희연 교수 외에도 주요섭 초록정치연대 전 창당특별위원장, 지금종 미래구상 사무총장, 임종인 의원(무소속),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이영희 민주노총 전 정치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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