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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제게 회초리를 드십시오"

[기고] 교육부총리와 전교조 위원장의 만남에 앞서

30일로 예정된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정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만남에 교육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교육당국이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징계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연가투쟁에 참가한 조합원 2286명이 징계 대상이다. 특히 이 가운데 300여 명은 오는 신학기에 다른 학교로 강제전보될 가능성이 높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28일 '교원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전국 교사들에게 보내면서 "집단의 힘을 빌려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비교육적인 행동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전교조의 연가투쟁을 "불법적이고, 비교육적인" 행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김 부총리의 이런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연가투쟁은 교사의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한 것이며,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므로 비교육적인 행동도 아니라는 것이다.

김 부총리와 정 위원장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에 놓인 이런 간극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한 차례 만나는 것으로 이런 간극이 좁혀질 수 있으리라 보는 이는 드물다. 교육당국과 전교조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시점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긴급 기고를 보내왔다. 김 부총리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 편지를 쓴 이유에 대해 최 의원은 "교수 시절, 전교조 교사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김 부총리가 자신의 제자들이기도 한 교사들에게 회초리를 든 상황이 안타까와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번 사태가 교육당국과 전교조의 힘 겨루기가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축인 교육당국과 전교조가 서로 부딪힐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편지에서 "'사랑과 인내로 학생을 대하라'라고 말씀하시던 부총리께서 198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징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이 아는 김 부총리의 모습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교조 조합원들의 연가투쟁을 비난하기 전에 교육당국이 교사들에게 충분한 설득 작업을 하지 못 한 것을 되짚어 볼 것을 주문했다.

"교원평가 공청회를 한다고 해놓고, 공청회 직전에 교원평가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는 교육부의 모습," 그리고 "공청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실형을 선고해 (지난 전교조 집행부 소속 교사들로 하여금) 학교를 떠나게 만든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편지를 보내며 최 의원은 잘못에 대한 회초리는 자신에게 가하는 대신, 교육당국과 전교조의 갈등은 대화로 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최 의원의 편지 전문이다. <편집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최순영입니다. 늦었지만 서면으로나마 새해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1월 29일) 부총리께서 무거운 마음으로 쓰신 "교육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작년 11월의 연가투쟁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들을 엄정하게 처벌하였다는 말씀을, 이제는 지나간 상처를 깨끗이 정리하고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자는 부탁의 말씀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부총리께서 교육자이자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가졌을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총리의 서한을 읽는 내내 저의 마음 또한 무거웠습니다.

존경하는 교육부총리! 부총리께서는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 서기 전까지 한국 교육학계의 어른이시자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자였습니다. 교사들의 교육자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교조 교사들의 엄정한 징계를 일선에서 지휘하고 계십시다.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들이나 현직 교사들에게 '사랑과 인내로 학생을 대하라'라고 말씀하시던 부총리께서 1989년 이후 최대 규모의 징계를 하고 계십시다. 징계 절차 및 방법이 부당하다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그런 징계를 하고 계십시다. 그래서 저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부총리께서는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을 교육부가 불허하였기 때문에,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육자라면 행위 이전의 동기를 보아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왜 연가투쟁을 했을까요? 교육부가 교원평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교육주체인 교사들을 충분히 설득해내지 못하고 교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요? 교원평가 공청회를 한다고 해놓고, 공청회 직전에 교원평가를 시행한다고 발표하는 교육부의 모습 또한 원인이 아닐까요? 공청회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실형을 선고하여 학교를 떠나게 만든 것도 원인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부총리께서는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엄중하게 징계할 수밖에 없다는 암묵적인 말씀도 보입니다. 하지만 부총리의 말씀에서 교칙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학교의 모습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아는 부총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왜일까요? 그래서 저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존경하는 교육부총리! 우리는 학생의 잘못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선생님들을 존경해왔습니다. "나에게 회초리를 들라"며 종아리를 걷어올리던 선생님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교육부와 부총리께서 지적하신 교사들의 잘못이 온전히 교사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만드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의 잘못도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 차라리 저에게 회초리를 드십시오. 국회 교육위원회 활동을 만 4년째 하고 있는 저를 징계하십시오. 대신 교사들을 향한 회초리는 거두어 주십시오. 그리고 대화를 나누십시오. 대화를 통한 해결은 어쩌면 먼 길을 에둘러 가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대화를 통해 한국의 교육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끝으로 부총리께서 보내신 서한의 마지막 글월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존경하는 교육부총리! 아직 겨울입니다. 부디 몸 건강하시고 교육자로서 큰 보람을 쌓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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