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좌파' 발언 사과", 그러나…

신당파 '내부 파열음' 증폭…'세몰이' 각개약진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을 향한 자신의 '좌파' 발언에 대해 14일 사과했다. 통합신당파 내의 노선 논쟁이 자신의 발언을 계기로 감정 대립 양상으로까지 번지면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양측의 논쟁은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강봉균 "김근태 마음에 상처 입힌 점 사과"

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열린우리당을 어떻게 변화시켜 국민의 지지를 받는 통합신당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김 의장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을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며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김 의장이 오랜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바친 희생과 고난에 대해 깊은 경의를 갖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에 대하여도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근태 의장이 강 정책위의장의 '좌파' 발언과 관련해 "같은 당에서 지도부로서 함께 정책 활동을 해 왔는데 갑자기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 정책위의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통합신당에) 같이 가기 어렵다"고 말한 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만나 "이것은 노선 투쟁이 아니라 정치 윤리와 도의에 관한 문제"라며 "본인을 좌파적이라고 한 것은 명백한 마타도어다.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특히 "노선의 차이가 있다면 내부에서 토론이 가능하며 반(反)한나라당 전선 속에서 같이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정치윤리와 '여의도의 룰'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넘어가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당 정체성 논쟁에 개헌 논쟁까지…'혼란' 증폭

강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좌파' 발언을 거둬들임으로써 감정 대립으로까지 치달았던 양측의 갈등은 일단 냉각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불거진 신당파 내부의 개혁-실용 논쟁은 좀처럼 봉합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강 정책위의장도 통합신당의 정체성 및 노선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개혁파와의 논쟁은 그대로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심이 왜 열린우리당을 떠났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우리가 어떻게 달라져야만 민심을 돌이킬 수 있는가에 대한 정책적 토론이 없는 통합신당 창당은 국민을 감동시키기 어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활동시한이 오는 20일까지인 전당대회준비위가 전당대회의 성격 및 의제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 각 계파가 당 진로와 관련해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과 '국민대통합신당추진 의원협의회' 구성을 결의한 통합신당파 4개 모임(실사구시, 희망21, 국민의 길, 안개모)은 오는 17일 토론회를 열어 통합신당 세몰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반면 그동안 이 모임과 공동행보를 취해 온 김근태계의 '민평련'은 토론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임종석, 김부겸, 정장선, 최용규, 조배숙 의원 등 재선 그룹도 금주 초 회동을 가진 뒤 오는 18일 '왜 통합신당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우리당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민주당 일부가 제3지대에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 신당의 촉매제 역할을 하자는 논의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사수파인 참여정치실천연대도 조만간 개헌과 정계개편의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당 밖의 개헌 찬성세력과 함께 노 대통령의 개헌 요구를 뒷받침하는 한편, 개헌에 대한 찬반을 당 진로 논쟁의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다.

개헌과 정계개편의 동시 병행 추진을 의미하는 소위 '투 트랙' 전략을 모색해 온 김근태계의 일부도 이같은 시각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친노 대 반노', '당 사수 대 발전적 해체' 등으로 전개돼 온 열린우리당 진로 논쟁은 정체성 및 노선, 개헌 논란이 개입되면서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