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분화는 당내 보수파의 도발로부터 시작될까. 당내 보수 실용파를 대변해 온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당 의장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등 직격탄을 던졌다.
강 정책위의장은 4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근태 의장이 당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백의종군 하거나, 다른 길로 가야 한다. 갈라서는 것이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생각을 바꾸든가,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의장직 사퇴와 함께 사실상 정계개편 과정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 셈이다.
강 정책위의장은 "친북좌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김 의장의 정책노선을 비판했다. 그는 "(김 의장과 같은) 그런 목소리가 여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요인"이라며 "그동안 한나라당에 중산층을 많이 빼앗겼다, 통합신당은 대북·경제 정책에서 중산층을 끌어안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또한 대북 정책과 부동산 정책 등 당의 핵심적인 정책노선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핵 실험 이후 한반도 문제를 푸는 데 현명한 처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북포용정책을 비판하는가 하면 "금강산 관광은 북한 주민과 차단된 프로젝트로 북한 개방효과가 의문인 사업"이라고 하기도 했다.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2005년) 8·31 대책 때 공급확대 없이 세금만 올리는 수요억제책은 오히려 집값을 올린다고 반대했는데 청와대가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보다 더 후퇴하자는 거냐"
이에 대해 김 의장 측은 "공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대단히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보수 우익의 입장을 대변하는 특정 언론에 대고 좌파니 친북좌파니 등의 용어를 써가며 마치 부당한 핍박을 받고 있는 것처럼 발언하는 게 합당한 일이냐"며 "최소한의 절차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은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부동산 정책,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의 80%가 동의하고 대통령이 약속했으며 당의 총선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 방침에 당의 정책위 의장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핑계로 반대하는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정부 관료와 건설족을 대변하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또 "PSI, 금강산 관광 등에서의 대북 포용정책은 열린우리당의 평화정책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한나라당보다 더 후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신당을 둘러싼 노선투쟁의 성격"이라며"지금이라도 토론과 논쟁을 통해 국민들 앞에 입장의 차이를 분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영-김근태 2선후퇴론 거세질 듯
강 정책위의장은 김근태 의장을 겨냥했지만, 정동영 전 의장까지 엮어 양대 주주의 2선 후퇴론도 거세지고 있다.
김부겸, 정장선, 오영식, 조배숙, 송영길, 안영근, 최용규 의원 등은 전날 회동을 통해 "두 전현직 의장이 신당 논의에 앞장서면 도로 우리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조만간 이를 성명서 등의 형태로 공개 압박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안영근 의원 등 우리당 일부와 민주당 친 고건파 의원들도 최근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의 2선 후퇴 및 백의종군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두 사람이 정계개편의 전면에 나설 경우 고 전 총리 등 외부 인사에게 '문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 별개로 김근태계-정동영계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지고 창당 주역들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두 대선 주자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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