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그간 '개혁'을 표방해 온 열린우리당의 노선에 대해 비판하면서 장차 생겨날 통합신당은 보다 중도보수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파 내 중도 보수성향 그룹으로 분류되는 강 의장이 공개적으로 신당의 성격을 규정하고 나섬에 따라 신당파 내 노선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 의장은 당 지도부와 부동산 특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밝혀 김근태 의장 및 부동산 특위와의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통합신당, 정책기조를 바꿔야"
강 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통합신당의 비전부터 정리해서 기존의 열린우리당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맞지 않는 세력들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백의종군 하거나, 아니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당 사수파와의 결별론을 제기했다.
강 의장은 '통합신당의 비전'에 대해 "우리당은 보다 개혁적인 정당이라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은 가져야 한다"면서도 "무리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갈등이나 국민 편 가르기가 생긴다면 그런 개혁은 국민들이 무조건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고 말해 당의 개혁성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 등과 의견을 달리 했다.
강 의장은 "민생경제가 어려워지고 한반도 평화도 큰 진전이 없었던 것이 우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대북포용정책과 경제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강 의장은 "이제까지 우리당은 대북 포용 정책을 추진하는 이른바 평화세력이라고 차별화 시켜 왔지만 결국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하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비춰졌다"며 "무조건 김정일 정권의 체제안정을 뒷받침 할 것이 아니라 개혁 개방을 촉구해서 그 방향으로 가면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의장은 또 "경제 선진화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개혁을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경제 선진국으로 끌고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선진국이 되거나 말거나 우리 내부의 형평성만 높이자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한미 FTA에 상당히 부정적인 분들이 있지만 그래선 안된다"며 "이런 것은 적극 뒷받침해서 글로벌 경제에 맞는 사고 방식으로 바꾸어야 새로운 당을 만드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은 "정책기조를 어떻게 바꾼 신당이 될 것이냐에 대한 의견 동의만 되면 당 사수파니 통합신당파니 하는 갈등은 별 문제 없을 것"이라며 "어쨌든 기존의 열린우리당과 뭐가 다른지 하는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재차 강조했다.
"분양원가 공개, 공급차질로 이어질 것"
한편 이날 강 의장은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전월세 연간 인상률 제한 등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정책에 대해 강 의장은 "민간택지에 공개를 의무화하면 공개 전 택지의 원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빈발하게 될 것이며 민간 건설업자들은 공급을 꺼리게 되어 결국 공급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장은 "우선 공공택지부터 원가공개를 하되 항목도 지금보다 세분화해서 철저하게 정착시키고 민간택지는 다음 단계에 시행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며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기로 한 이상 15% 정도는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특위에서 전월세 연간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난 89년에도 전월세 연간 인상률을 제한했더니 오히려 40%나 폭등했다"며 "전월세 자금 융자 확대, 주택공급 물량 확대 등 다른 방향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근태 당 의장이 지난 20일 "현실적인 한계는 국회에서 극복하면 된다"고 했던 '대지임대부 분양 방식'에 대해서도 강 의장은 "정부의 재정능력의 한계를 생각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환매조건부 분양'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수반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전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국민들이 얼마나 선호할지 시범사업을 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강 의장은 "선거도 있는 금년에 시행착오를 일으키면 정말 큰 낭패 아니냐"며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줄 알면서 악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장은 "어쨌든 1월 중순 쯤 당정협의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고 말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정책위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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