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집회하겠다고 신고했던 분들은 백로이지만 폭력시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은 까마귀다. 까마귀에게서 백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택순 경찰청장이 지난달 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주최 집회를 원천봉쇄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방치하는 것은 공권력 책임 포기하는 것"
이 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사전 집회허가를 받은 민주노총의 일부 집회까지 경찰이 과도하게 통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백로'와 '까마귀'를 끄집어내 해명했다. 이 청장의 발언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면 그날 집회 신고를 한 민주노총은 평화 집회를 하는 '백로'이고, 범국본은 폭력시위 우려가 있는 '까마귀'라는 것이었다. 당시 경찰은 민주노총의 청와대 앞 집회에 대해 "당초 신고한 200명보다 집회 참가 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사전에 허가한 집회를 열지 못하게 제재했었다.
이 청장은 "이들(까마귀)을 방치하는 것은 공권력의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또 "지난달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집회는 자율질서유지대도 운영하면서 평화롭게 마무리됐지만 범국본 시위는 1000명 이상 모일 경우 지휘부 통제를 벗어나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의견 전달을 위한 집회가 아니라 세 과시를 위한 집회는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오는 6일로 예정된 범국본의 3차 총궐기대회도 경찰병력을 총동원해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범국본의 집회 불허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장이 집회 자유의 기본개념도 몰라"
이 청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박석운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5일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헌법에 보장돼 있는 집회 자유의 보장이라는 기본개념도 이해 못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이 청장이 범국본을 '까마귀'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뇌물을 받은 경찰이 몇명 있는 것을 보고 경찰들은 모두 '뇌물 경찰'이고, 고문한 경찰이 있으면 경찰은 다 '고문 경찰'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경찰은 강경대응 방침을 예고했지만 범국본은 6일 집회를 예정대로 평화적으로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범국본은 지난달 29일 2차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경찰이 강제연행,미행, 감시 등 조합원들의 집회 참가를 막은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의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신체의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택순 경찰청장, 조용연 충남지방경찰청장, 진주.함안.논산.김제.정선.인제.횡성.홍천.평택.안산단원.화성.인천남동 경찰서장과 각 경찰서 경찰관들이 조합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