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이 주최하는 총궐기대회가 '금지된 집회'라며 서울역,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 예고된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하고, 시위대가 해산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거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농민들은 앉아서 죽으란 소리냐"
한미 FTA 저지 농축산 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역 역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익산의 조류독감 사태 등 농민들 사정은 어렵기 그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농민들은 앉아서 죽으란 소리냐"고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와 관련해 "노무현 정권은 지금이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하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역 광장으로 나가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해 대치 중이다. 현재 서울역에는 농민 500여 명이 집결한 상태다.
이에 앞서 경찰은 서울역 광장을 봉쇄하고 출입하는 인원을 통제하면서 3인 이상 모여 있으면 해산을 종용했고,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농민 9명을 연행했다고 농축산대책위 측이 밝혔다.
동대문 앞 도로 4차선 점거하고 기습 시위
한편 이날 범국본 서울지부는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프래카드를 빼앗으려고 해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가진 이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이동한 뒤, 150여 명이 동대문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3시 현재 동대문 앞 8차선 도로 중 4차선을 점거하고 종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가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종묘 앞에서 경찰이 저지하자 이동 방향을 을지로 쪽으로 바꿔 가두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오후 3시 서울 옥인동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찰과 대치 중이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이 집회신고를 낸 집회였으나, 경찰은 당초 신고된 인원이 200명이 넘는다면서 '미신고집회'라고 해산을 종용하고 있다. 30여분 간 실랑이 끝에 민주노총 조합원 300여 명을 경찰이 에워싼 가운데 집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인 이들은 오후 4시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본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경찰 측은 경찰 1만여 명과 전경 버스 등을 동원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 수 없도록 원천봉쇄해 놓은 상태라서 집회를 강행하려는 범국본 측과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 이외에 주요 도시에서도 총궐기대회가 진행 중이다. 광주에서는 700여 명이 금남로에서, 제주에서는 400여 명이 제주도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는 농민들이 이날 경찰로부터 상경집회 참가를 저지당하자 군청 앞에 모여 천막을 지고 항의 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