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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FTA 저지 집회', 정부에 대한 분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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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FTA 저지 집회', 정부에 대한 분노 쏟아져

[한미FTA 뜯어보기 161] <전국 종합> 전북 지역 제외하곤 큰 충돌 없이 끝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주최로 2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8개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한미 FTA 반대 2차 궐기대회가 열렸다. 경찰이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는 등 경찰과 대치하기는 했지만 큰 충돌 없이 집회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서는 한미 FTA를 강행하려는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 여느 때보다 많이 쏟아졌다.

서울, 경찰의 원천봉쇄로 산발적 시위

서울지역의 한미FTA 반대 시민사회단체들과 노조, 충청·강원 지역의 농민·노동자들이 집결한 서울에서는 경찰이 집회 장소로 예정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로 에워싸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명동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 학생 등이 이날 본대회 직후 명동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프레시안

이날 농민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오후 2시 서울역에서, 노조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각각 집회를 가졌으나 경찰에 둘러싸여 가두행진을 하지 못하고 다음 집회 장소로 산별적으로 흩어져 이동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와 학생들이 주축이 된 일부 시위대는 동대문 부근에서 8차선 도로 중 4개 차선을 점거하고 종로4가를 거쳐 명동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서울 도심 각지에 흩어져 있던 시위대들은 오후 5시경 서울 을지로입구의 롯데백화점 앞 4거리에 집결해 본대회를 가졌다. 경찰이 2000명에 이르는 시위대를 향해 수차례 해산 경고방송을 하고 검거 방침을 알리는 등 한 때 충돌 위기가 고조됐지만, 별다른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시위대는 오후 7시 명동성당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서민은 목숨을 중도하차 해야 할 처지다"

▲ 트럭에 썩은 배추를 싣고 도착한 농민들은 집회장소 가운데 배추더미를 만들고 "이 배추가 한포기에 200원밖에 안돼. 여기서 버리나 배추밭에서 엎어버리나 마찬가지지 뭐!"라고 소리쳤다.ⓒ프레시안

이날 전국 각지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 쏟아져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절감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이날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나온 말, 말, 말.

"노무현 대통령은 한갓 대통령직 중도하차 하면 그만인지 모르지만, 서민은 목숨을 중도하차 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백남해 신부, 창원 집회)

"감귤이 지난 22일 도청 집회에서 적재되고 투척됐다는 이유로 불법시위 물품이 되고, 이러한 감귤을 생산하는 무고한 농민이 졸지에 불법무기 생산자가 됐다."(김장택 조천읍 농민회장, 제주 집회)

"노무현 정권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불법집회로 매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에게는 굴복하고 노동자에게는 탄압으로 일관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행태다."(김대용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권한대행, 대구 집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봉쇄 하는 노무현 정권이 독재정권과 다른 게 뭐 있냐. 우리는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서울 집회)

"노무현 대통령은 광우병 쇠고기 판매과장에 칼로스 쌀 판매과장이다."(정광훈 민중연대 대표, 서울 집회)

"지역 농민들이 배추밭을 갈아엎고 참담한 심정으로 서울로 상경하려고 했다." (정재돈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장, 서울 집회)


전북지역서 경찰과 충돌…시위대 30여 명 부상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주요도시에서 열린 2차 궐기대회도 비교적 평온하게 진행됐다. 단 전주시에서 열린 전북지역 집회에서는 경찰과 충돌로 시위대 30여 명이 부상을 입고 5명이 연행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범국본에 따르면, 이날 1200여 명이 전주시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던 중 경찰이 과도한 진압을 시도해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것. 범대위 측은 이날 집회에는 여론 등을 감안해 시위대들이 맨몸으로 참가해 경찰 측 부상자는 없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범대위 측은 또 경찰이 시위대 주변에 있던 지나가는 노인에게 곤봉을 휘두르는 바람에 이 노인이 가슴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범대위 대표자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면서 전북 경찰청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연행자가 전원 석방될 때까지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서울 롯데백화점 앞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프레시안

이에 앞서 각 지방에서는 농민들이 '상경 집회'를 열기 위해 길을 나서려 했으나 경찰이 원천봉쇄를 해 '이동의 자유 제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주요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주요 길목에 경찰병력 383개 중대 1만4000여 명을 배치해 검문 검색과 차량 차단에 나섰다. 경기 화성 기아자동차 하청업체 노조원 100여 명이 탄 관광버스 3대가 출발지에서 저지당했고, 대구경북건설노조원 40여 명이 탄 버스 1대도 원천 봉쇄됐다. 청주의 구 하이닉스반도체 하청업체 소속 노조원 70여 명이 탄 버스 2대도 역시 경찰에 막혔다.

특히 진주, 김해, 거창 등에서는 농민회 간부 집 근처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상경을 막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과잉 대응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은 이날 서울지역 집회의 이모저모.
▲ 서울로 상경한 농민들이 가두행진을 하지 못 하게 서울역 입구를 겹겹이 에워싼 채 경비하고 있는 경찰 병력.ⓒ프레시안

○…오후 3시 지하철을 통해 동대문 두산타워 앞에 삼삼오오 모인 대학생과 민주노동당원, 시민단체 회원들로 이뤄진 200여 명의 시위대는 기습적으로 차도로 뛰어들어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차도를 점거하자 마자 동대문을 거쳐 종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고, 경찰 병력은 미처 이들을 막지 못했다. 시위대는 종로4가까지 아무런 저지 없이 행진을 했고, 종로3가에 대기 중인 경찰 병력을 발견하자 갑자기 방향을 틀어 충무로 쪽으로 향했다.

오히려 시위대를 막은 것은 도심의 교통정체였다. 시위대는 결국 명동에 이르기까지 경찰과 전혀 대치하지 않았고, 결국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지난 22일 집회 이후 벌어진 시위대의 폭력성 논란 때문인 듯 이날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서 전투경찰이 시위대의 진로를 가로막기는 했지만 시위대의 손에는 어떤 도구도 들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시위대를 밀어내기 위해 진압을 시도하면서 부상자가 일부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대 쪽으로 밀고 들어오려던 경찰을 일부 시위대가 가로막는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일본 기자가 다치는 일도 있었다.

이 일본인은 닛폰텔레비전네트워크코퍼레이션 소속으로 경찰의 방패에 찍혀 왼쪽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 명동 입구에서 벌어진 한미FTA 반대 집회와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 ⓒ프레시안

"교통 방해는 경찰이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이제 불법집회는 언론에도 좋게 비춰지지 않습니다. 국민 여론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날 한미FTA 저지 2차 총궐기대회가 진행되는 것과 같은 시각,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내놓은 경고방송의 일부다. 오후 4시30분경부터 서울 명동거리를 점거한 채 시작된 2차 궐기대회에서 "시위대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퇴근길 시민들의 교통 불편 우려를 전달하던 경찰은 저녁 6시 경이 되자 '언론'을 빌미로 시위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를 지켜보던 일부 시민들은 이런 경찰을 향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시민은 "1970~80년대에나 벌어질만한 광경"이라며 "경고방송을 하는 것도 시민들을 위해 방송하는 게 아니라 시위대와 시민들을 와해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그는 "잘 모르지만 한미 FTA가 되면 잘사는 놈은 더 잘 살고 못사는 놈은 더 못사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되면 경찰들 중에서도 가족, 친척들이 손해 볼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울광장 부근에서 교통체증이 심해 걸어서 명동에 도착했다는 또 다른 시민은 "교통방해는 경찰이 하고 있는 듯 하다"며 "서울광장을 뺑 둘러서 경찰버스로 막아놓는 일이 과연 시민을 위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경찰이 방송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이 집회로 인해 불편해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거야말로 시민들을 매도하는 것"이라며 "저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심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시위대가 종로에서 가두 행진을 하는 동안 버스를 기다리던 한 할아버지는 시위대를 향해 "야 이놈들아. 맨날 데모질이냐"고 윽박질렀다. 그러던 중 시위대의 구호가 "노무현 정권 퇴진!"으로 바뀌자, "그래 그런 주장은 해야 되는 것이여"라며 시위대를 향해 퍼붓던 욕설을 그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 서울 지역에서 기습적으로 진행된 가두시위.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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