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진보단체들의 연합조직인 '전쟁과 신자유주의 반대 재미협의회'의 방한 투쟁단은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번 방한 투쟁단에는 '반전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신디 시핸을 비롯해 국제행동센터(IAC, International Action Center)의 아이매니 헨리, 글로벌 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의 메데아 벤저민, 코드핑크(Codepink)의 티파니 번스 등 미국에서 활발하게 평화운동 및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 대표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시핸 "내 아들의 죽음,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같은 이유 때문"
성명서에서 이들은 미국과 한국 정부에 대해 "한 개인의 재산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정부는 결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야 할 권리요 의무"라고 주장했다.
메데아 벤저민은 "80%가 넘는 이라크인들이 외국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이라크전 반대 의사를 보여줬고,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전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인과 미국인들은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디 시핸은 "미국은 11억 달러(1조1000억 원) 이상을 들여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며 "위선적인 미국의 부시 정부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 맞서 싸우는 평택 주민들에게 연대를 표시하러 왔다"고 방한 이유를 밝혔다.
미국 서비스종사자연맹(CSEA) 및 산별노조총연맹(AFL-CIO) 등에서 활동 중인 호세 쉬피노는 "FTA는 멕시코, 칠레 등에서 보듯 민중의 삶의 기반을 약화시켰다"며 "우리가 미국과 한국의 국회를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뒤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신디 시핸은 "내 아들이 죽게 된 까닭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이같은 비극은 군사주의와 군수산업을 통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미국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집시법 위반 등으로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평택 대추리 김지태 이장의 어머니인 황필순 씨도 참가했다. 묵묵히 '김지태 이장 석방'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황필순 씨는 신디 시핸이 "제가 용감했던 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김지태 이장님의 어머니도 분명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리라 믿는다"고 말하자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대로 미국의 양심에 호소하겠다"
방한 투쟁단은 20, 21일 양일 간 평택을 방문해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만나고 평택구치소에 갇혀 있는 김지태 이장을 면담한다.
또 투쟁단은 22일 열리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총궐기대회와 23일 파병반대국민행동이 주관하는 강연회에 참석하는 등 활동을 벌이면서 24일까지 5일 간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이들은 "현장방문과 연대투쟁을 통해 우리는 주한미군에 의한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현장을 확인할 것"이라며 "방문이 끝나고 미국에 돌아가면 미국의 양심인들에게 호소하겠다"고 다짐했다.
방한 투쟁단의 단장을 맡은 이재수 재미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한미 FTA 1차 협상이 진행됐던 지난 6월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범국본과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22일에 열릴 총궐기대회 때 우리도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투쟁단은 한국에 오기 전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사업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투쟁단 측은 "사령관은 지금은 면담할 시기로서 부적절하다고 답했지만, 우리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 가서도 사령관을 만날 수 있었다. 평화를 원하는 미국 시민으로서 우리는 사령관을 만나야 된다는 뜻을 담아 다시 면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답신 여부에 상관없이 버웰 벨 사령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날짜인 21일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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