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영화 싹쓸이판, 과연 좋은 일인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영화 싹쓸이판, 과연 좋은 일인가?

[박스오피스] 9월29일~10월1일 전국 박스오피스

결판이 났다.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극장가에서는 양대 파벌이 형성됐다. 바야흐로 '2강2중2약' 구도다. 여기서 2강은 <타짜>와 <가문의 부활>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2중2약 영화들이 다소 예상밖인데 2중은 <라디오 스타>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약은 <구미호 가족>과 <잘 살아보세> 등이다. <라디오 스타>의 부진이 눈에 띈다. 선전이 눈에 띄어야 할텐데 부진이 눈에 띄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내용의 작품이었다. '착한 영화'였다. 근데 그게 오히려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데 마이너스 요소가 됐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이런 연휴 기간엔 온 가족이 같이 볼,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뒷심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실망할 때가 아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연휴 초입에는 다소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람들을 펑펑 울린다는 입소문이 연휴 기간때는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행복한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타짜>는 역시 가공할 힘을 보여줬다. 워낙 잘 만들었다. 1위 자리에 오른 것을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배급사인 CJ 역시 총력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첫 주 5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잡았다. 첫 주말 전국 성적은 약 120만. 조금 더 약진하길 기대했겠으나 지난 주 한 주에만 개봉한 영화편수가 11편이다. 지금 극장가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영화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런 와중에 120만 관객을 모은 것은 '대단한' 수치에 속하는 것이다. <가문의 부활>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개봉 2주째를 맞고 있으며 전국 200만 관객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추석 연휴가 끝날 때쯤에는 지금의 두배 수를 기록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가문의 부활>, 혹은 이른바 '가문 시리즈'의 대박 흥행의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해 봐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우리 극장가가 언제부턴가 특정 시즌에는 TV 버라이어티쇼 같은 영화들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가문 시리즈' 영화는 그 대표 격에 속하는 작품이다. 설마 이 영화를 가지고 평단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흥행이 목표였던 영화, 흥행만 잘하면 된다. 그걸로 만족하면 된다. <구미호 가족><잘 살아보세> 등은 사이좋게 전국 10만 관객쯤 씩을 나눠 가졌다. 나름대로 볼만한 영화들이었으나 두 작품 모두 대중들에게 다소 구태의연하다는 인상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구미호 가족>은 뮤지컬 영화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예전의 <조용한 가족>을 여우판으로 만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결국은 자기복제다. 대중들은 그걸 금방 알아챈다. <잘살아 보세>는, 알고 보면 정치적 메타포가 있는 내용이고 그것도 꽤 수준급이지만 대중들에게는 두 주연 배우가 갖고 있는 평소의 코믹한 이미지 그대로를 가져오는 것처럼 느껴졌을 공산이 크다. 특히 김정은이 아깝다. 김정은은 <사랑니> 같은 영화에서 다르게 변신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또 한번, 예전의 같은 이미지로 소모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배우도 때론 확 바꿔야 산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바이지만 요즘 같아선 외국영화가 도무지 기를 못펴고 산다. 하위권에 오른 4편만이 외국영화다. 관객들을 한국영화가 싹쓸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한국의 영화산업이 음반산업 짝이 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음반산업은 한때 팝시장이 죽고 가요시장만 생기가 돌았다. 지금은 음반산업 자체가 풀이 죽었다. 따라서 자국영화만이 잘 되는 걸 가지고 좋아하는 건 단견에 불과한 것이다. 영화산업이 성장해 가는 촉매제는 자국의 시장 비율이 높아지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성의 구조를 얼마나 안착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은 다양성 면에서 심히 우려할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