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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불편한 진실

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 | 출연 앨 고어 수입,배급 UIP코리아 | 등급 전체 관람가 시간 110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코엑스, 목동, 서울극장, 아트레온, CGV 인천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다 녹아 내렸다. 히말라야의 빙벽도 없어졌다. 북극의 곰들이 쪼개진 얼음판에서 고립돼 아사해 간다. 앨 고어가 전하는 지구의 생태 위기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 위기의 이론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어서 더욱 불편하다. 알고있었지만, 그동안 나 몰라라했던 얘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줘서 더욱 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 때문에 극장밖을 나가면 당장이라도 환경문제에 관한 한 조그만 실천을 하게 만든다. 앨 고어의 얘기에는, 그의 설득력 있는 화법에는, 진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앨 고어의 환경 다큐멘터리에 '불편함'과 '진실함'이라는 고래의 상충되는 단어가 붙어있는 것은 그때문이다. 자고로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니까.
불편한 진실 ⓒ프레시안무비
이 영화를 두고 앨 고어에 대한 소개 글을 늘어놓는 것은 촌스러운 짓이다. 다큐가 전하는 여러가지의 환경 위기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 역시 지루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었던 얘기다. 다만 실천해 오지 않았을 뿐이며,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지구의 생태위기가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앨 고어는 바로 그 지점에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때문에 이 영화는 단순한 환경주의 영화, 자연보호, 지구지키기를 위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 영화는 그것을 뛰어넘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일종의 정치 다큐멘터리다. 생각해 보면 환경문제만큼 각종의 정치현안과 직결되는 아젠다도 없다. 환경은 이제 곧 정치이며, 환경적 삶을 살아가는 것은 곧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앨 고어는 바로 그점을 온몸으로 역설한다. 전직 부통령이자 상원이었던 사람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운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그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행위도 없다. 앨 고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흔히들 생각하듯이 상원의원으로서 집무실 한 구석에서 조용히, 성명만 발표해도 된다.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는 정치적 올바름을 획득할 수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얼마나 몸으로 직접 실천하는 태도가 필요한가를 보여주려 애쓴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꿔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늘 감동을 주는 법이다. 갖가지 수치와 데이터가 스크린 가득 난무하고, 답답한 현실과 어두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다 한들 이 다큐멘터리가 끝끝내 가슴 한편을 울리는 것은, 어떠한 위기와 어려움이 있다 해도 그 한가운데에서 그것을 돌파하려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의문도 든다. 앨 고어는 이 다큐를 통해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일까. 이 다큐야말로 앨 고어의 교묘한 정치공작이자 자신을 위한 프로파갠다가 아닐까? 하지만 영화는 궁극적으로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생각을 갖게 한다. 평생을 신을 믿지 않은 무신론자조차도 앨 고어로 하여금 부시와의 접전에서 '이기고도 지는' 투표결과를 가져가게 한 것은 하늘의 큰 뜻이 있었던 것이라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하늘의 큰 뜻. 하늘은 앨 고어로 하여금 보다 더 중요한 일, 보다 더 시급한 일에 앞장서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돈이 펑펑 넘쳐나서 하루이틀의 앞날이 걱정없는 사람이든, 돈이 너무 없어서 오히려 하루이틀의 앞날을 걱정할 수도 없는 사람이든, 모두가 다 균형있는 정치감각과 삶의 감각으로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봐야 한다. 돈이 있든 없든, 종교가 무엇이든, 어떠한 인종과 민족이든, 우리 모두는 지금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그건 아직 당신이 위기의 진실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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