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 후보자의 지명철회 및 자진사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정치권 합의가 전제인 야3당의 중재안은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결국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야3당과 공조를 구축해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법이 된 셈이다. 그러나 야3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선뜻 우리당과의 표결 공조에 가담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당은 강행 처리 가능성을 강조하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야3당은 한나라당의 태도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강조했다. 14일 본회의 처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한길 "14일 처리할 수 있도록…"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윤영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내일 끝나는 만큼 헌재소장의 공백상황을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내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오늘도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야3당의 협조 하에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한 본회의 처리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김근태 의장도 "여당이 야3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은 매우 잘한 일로 협상하는 여당의 참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평하는 한편 "한나라당이 아직까지 미적거리는 것은 속좁은 정당, 발목잡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실제로 열린우리당이 14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한길 대표는 "한나라당이 여야 4당의 제안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입장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당분간 시간을 두고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도 "헌재소장의 공백을 막기 위해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내일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그런 방법이 있지만 국회의 입법 미비로 생긴 일인 만큼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노-민주 "여당 단독처리 반대"
캐스팅보트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도 14일 강행처리에는 난색을 표했다.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은 "중재안을 낸 이상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낸 대안이 법리적인 하자를 치유하는 한편 책임에 따른 사과도 함께 요구한 것인 만큼 시간이 갈수록 부담을 느끼는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겠느냐"면서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나면 한나라당이 결국 야3당 중재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좀 더 지켜보자"며 14일 우리당 단독 처리에는 협조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며 "직권상정은 여당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중재안의 내용 4가지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사과는 환영했고 두 가지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19일 본회의 처리' 여부 주목…노 대통령 16일 귀국 이후 행보도 관심사
결국 당분간은 열린우리당과 야3당이 19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형태로 교착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당과 야3당의 생각이 동상이몽 수준이다. 우리당은 헌재소장 공백상태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 야3당 혹은 개별 정당이 결국 마지못해 표결처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인 반면, 야3당은 어렵게 도출한 중재안을 무위로 돌리지는 않겠다는 방침이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한 뒤 새로운 실마리가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3당의 중재안에 포함된 노 대통령 사과 문제에 대해선 "아직 사과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비서실장을 통해 우회적 유감표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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