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내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성북을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시위 도중 2명의 농민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었다.
"제의 온다면 성북을에 출마"
16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허 전 청장은 "나는 직업공무원으로서 정권에 상관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제 온 몸을 던져 진짜 내 뜻을 펼치려고 한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단지 품위 유지나 금배지를 위해 정치를 하지 않겠다. 그래서 수월한 지역의 재보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을 할 생각이 없다"며 "정치권에서 제의가 온다면 성북을 지역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출마 정당과 관련해 허 전 청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7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영입할 경우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허 전 청장은 지난 4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청장직 사퇴와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일로 그만두게 된 것은 그릇된 정치가 공권력을 훼손한 것"이라고 맹렬히 반발했다.
그는 "임기제 청장을 내쫒은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고 싶다"고 정계진출에 강한 의욕을 밝히며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고 여건이 되면 5.31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선에 나갈 수 있지만 경찰청장을 내친 열린우리당 간판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허 전 청장의 출마와 관련해, 한나라당 재보선 공천심사위 간사인 김태환 사무부총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허 전 청장은 물러날 때 깨끗하게 물러났고 경찰 출신들이 별로 없는 한나라당에 필요한 인물"이라며 "경쟁력이 상당해 거론되는 출마자 중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정치적 선택은 자유라지만…"
허 전 청장이 노리는 서울 성북을은 7.26 재보선이 치러지는 4곳 중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의원(신계륜)이 낙마한 곳이자 전통적인 열린우리당의 강세 지역. 5.31 지방선거 여세를 몰아 이 곳을 접수하려는 한나라당의 노림수와 여권의 정치논리에 의해 억울하게 옷을 벗었다고 여기는 허 전 청장의 분풀이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허 전 청장이 곧바로 정치권에 문을 두드리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허 전 청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숨진 농민들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었다"고 말해 '망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공직을 맡은 것과 정치적 선택의 자유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충성을 다 바쳤던 정권의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반대쪽으로 가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농민 사망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났던 인사가 1년도 되지 않아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허 전 청장이 책임져야 했던 것은 시위대 사망사건뿐 아니라 '술에 취해 다쳤다'거나 '원래 건강이 안 좋았다'는 등의 거짓 발언을 일삼은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부분까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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